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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10월 17일까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은 7조6774억원 순증했다. 지난 상반기 1조8578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세자금 한 대출만 봐도 하반기 들어 1조3315억원이 늘어났다.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이 1조5332억원 순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180도 전환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에 속도가 붙은 것은 새 정부 출범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은행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해당 부문에 대한 대출을 내주는 데 보수적 씨티은행 직장인대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한 이래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여신을 축소할 것을 주문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생산적 금융 규모를 키울 것을 요구하면서 은행도 정부 방침에 호응한 것이다. 정부가 초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에도 중소기업 대출은 1조568 취업알선제공 2억원이나 신장했다.
연말까지 두 달여 남은 기간에도 은행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금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대출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다음달과 12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영업점별로 월 1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의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신청 집값을 고려했을 때 대출 1~2건이면 월별 한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당국이 은행별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애초 계획 대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어 다른 은행에서도 관리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기업대출 강화 방침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근래 들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생산적·포용금융에 각각 100 중기청지원 조원,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의 부실 대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은행으로선 부담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다가 은행 전체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5대 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 중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깡통대출(무수익여신)은 7조4366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5조4912억원에 비해 3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보유한 전체 무수익여신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6.8%에서 59.6%로 확대됐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올 들어 평균 0.6%를 웃돌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8월(0.25%)과 비교해서 2배 이상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일반적으로 연체율이 높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