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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정보유출 사고가 기업의 평판은 물론 재무성과와 주가까지 직격탄을 안기면서 '디지털리스크 관리'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롯데카드, KT 등 주요 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6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 내 인공지능(AI) 모델 리더보드에 '안전성 등급(Safety Rating)' 제도를 신설했다. 이용자들이 AI 모델을 선택할 때부터 위험도를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노르디아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사이버보안 역량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ESG 평가 항목에 통합 반영하고 주택담보대출 방공제 있다.
국내에서도 공시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거버넌스 기준을 강화해 디지털리스크를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 관점에서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단순한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평판 훼손, 소송 리스크, 규제(벌금) 가능성, 사업 연속성 등 정성 1금융권 적 재무 리스크까지 포괄해 연차보고서(Form 10-K) 등에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지속가능보고표준(ESRS)에 디지털리스크를 통합, 이를 인권·사회적 영향 문제를 넘어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영 리스크로 다루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당국은 최근 해킹 은행 직무소개 지연 신고, 재발방지 대책 미이행, 정보 반복 유출 등 보안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과징금 상향과 함께 이행강제금·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적 제재 중심 조치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디지털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공시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ESG평가에 친애저축은행 원더풀론 직접 반영… 투자 제한으로 이어져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보보호가 ESG 평가 지표에 포함돼 있긴 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만 점수화하는 수준이었다"며 "최근 보안사태를 보면 단순한 지침 준수가 아니라, 전사적 경각심과 대응체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KB증권 ESG리 사업자금대출 서치팀장은 "정보보호와 같은 디지털리스크가 단순한 IT 운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내 공시 기준 역시 이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표준은 산업별로 데이터보안 침해 건수, 개인정보(PII) 유출 비율, 영향받은 고객 수 등 정량 지표를 제시해 투자자의 비교 평가를 돕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국제 프레임워크에 맞춰 공시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ESG기준원은 2분기 ESG 평가에서 SK텔레콤의 사회(S) 부문 등급을 기존 'A'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관리가 미흡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카카오(A+→A), 카카오페이(A→B+)의 S 부문 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봉철우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매니저는 "디지털리스크 관리가 미흡하면 ESG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일정 등급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기관투자자나 ESG펀드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디지털 신뢰'가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디지털리스크는 더 이상 기술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ESG 리스크"라며 "ESG 평가와 투자기준 모두에서 '디지털 신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여부를 가늠하는 새로운 잣대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펀드 자금 유출 실증 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사고는 실제로 투자펀드의 자금 유출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보안 점수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펀드는 사고 이후 순자산의 2.9%가 유출됐지만, 보안 점수가 중앙값 수준인 펀드는 유출 규모가 1.2%에 그쳤다. 이는 보안 역량이 곧 투자 안정성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팀장은 "기관 투자자들은 디지털리스크를 거버넌스(G)와 사회(S) 책임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며 "최근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업이 중대한 사이버 공격을 당했을 때 이사회의 감독과 사고 대응, 주주 공시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이사에 대한 반대 투표를 권고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가 정보보호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고 수습 진행 상황을 주주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하도록 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