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정부가 6일 2035년까지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최소 50~60%(1안) 혹은 53~60%(2안)까지 줄이기로 확정하면서, 전력과 산업(제조업), 건물, 수송 등 전 산업 분야에 탈탄소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48% 감축목표가 현실적 최대치라고 여겼던 산업계는 실현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만, 기후부와 경제부처 간 치열한 논의 끝에 기후환경단체가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53% 하한 외에 50% 하한, 2개안이 나온 만큼 산업계는 50% 하한 안이 확정되도록 하는 데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산업 부문 감축목표 24.3~28.0%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일 공개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2035 NDC) 정부안에 따르면, 제조업 중심의 산업부문의 목표치는 24
.3~28.0%로 확정됐다. 기준연도인 2018년 2억 7630만톤(t)에서 2035년 2억 910만~1억 9880만t까지 줄이기로 했다.
수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난감축 산업이 포함돼 실질적 부담은 크다. 정부는 2030 NDC 수립 땐 난감축 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처음엔 14.5%로 했다가 11.4%로 낮추기도 했었으나 이번엔 ‘열외’를 인정받지 못했다.
건물과 수송 부문의 목표치도 크게 올라갔다. 2030년 감축 목표가 2018년 대비 각각 32.8%, 37.8%이었는데, 2035년 목표치는 40.1~56.2%, 50.5~62.8%가 됐다. 특히 수송 부문은 지난해까지 6년간 1.3%밖에
감축하지 못했는데, 남은 10년간 최소 절반(49.8%) 이상 줄여야 한다.
전력 부문은 수치상 가장 큰 감축 부담(68.8~75.3%)을 떠안게 됐다. 전력산업계는 석탄발전소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가며 지난해까지 22.9%를 감축하며 가장 빠른 탈탄소 실적을 보여줬지만, 그 사이 전력 판매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
)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공공 부문에서 그 부담을 감내해 왔다. 가파르게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은 반도체나 철강 등 전기 다소비 제조업군의 부담도 키웠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발전단가가 떨어져서 비용 문제가 없지만, 단기적으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실행방안 없는 비현실적 목표”
현실성 면에선 크게 떨어지는 계획이란 게 산업계 전반의 대체적 평가다.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 실행방안은 없다는 이유다. 기후부는 2035 NDC 수립에 앞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기술작업반을 통해 논의를 이어왔으나 결과적으로 정부안은 이와 무관하게 결정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기후부)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앞서 논의됐던) 48% 감축안이 기술작업반에서 논의됐던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 시나리오”라며 “과학적으로 검토된 이 안이 산업계 요구안이란 이름으로 논의 과정에서 약하게 취급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체 감축목표는 높여 잡으면서도 수소·암모니아 활용 등 산업 분야의 현실적 탈탄소 방법으로 여겨졌던 수단의 역할을 낮춘 것도 산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이 같은 방식은 탄소 기반 산업계의 수명 연장을 위한 ‘그린 워싱’이라는 기후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35년 수소 부문 탄소배출량을 650만~810만t으로 2030 NDC 때의 840만t보다 오히려 낮췄다. 그만큼 탈탄소 과정에서 수소 활용을 덜 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포집 후 활용·저장(CCUS) 부문 목표도 2030년 1120만t에서 2035년 850만~1120만t(하한선 기준)으로 내렸다. 개발도상국에서 탄소 감축 사업을 하고 그 실적을 나눠갖는 국제감축 목표 역시 3750만t(2030년)에서 2940만~348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국제감축 목표를 1억t에서 2억t으로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1~2안 결정에 내연기관차 운명 결정될듯
산업계는 다만 실질적 부담이 될 하한선이 53%(2안)에서 50%(1안)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력·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에는 변동이 없지만, 건물·수송 부문의 감축 목표 하한선이 크게 바뀐다.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
건물 부문의 경우 2안에서의 감축 부담은 53.6%이지만 1안이 되면 40.1%로 줄어든다. 수송 부문 역시 60.2%이던 것이 50.5%로 내려간다.
특히 수송 부문의 목표는 1~2안 중 무엇으로 확정되느냐가 기존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사실상 결정하는 만큼 자동차업계로선 사활이 걸렸다. 정부는 최근 2035년 무공해차 누적 보급대수 목표를 840만~980만대로 정했는데, 자동차업계는 이 계획이 내연기관차 중심의 부품기업과 그 종사자를 대책 없이 퇴출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치를 제시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는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며 “지금 현재 우리가 놓인 상황, 탄소감축 기술 개발 전망을 고려해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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