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기자]
황순원문학촌을 가다
▲ 황순원문학촌 11일, 방문한 황순원 소나기 마을의 모습. 수숫단 모양의 지붕이 보인다. 황순원 작가는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을 남겼다. 평양이 고향인 작가가 가장 사랑한 곳인 양평에 2009년 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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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안양석수도서관 수필 동호회 작가들과 함께 황순원문학촌으로 향했다. 황순원 작가의 작품들은 가을처럼 쓸쓸하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생각나는 <소나기>가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지만
온라인릴게임 가을에도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으로 붐볐다.
방문한 날은 문학관이 위치한 양평의 숲도 가을 옷을 입고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듯했다. 빨갛게 손을 벌린 단풍잎은 작품 <별> 속에서 누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던 소년의 눈두덩이를 연상시켰다. 젖은 눈망울에 내려왔던 별들이 흩뿌려지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온라인골드몽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미련 없이 떨어지는 은행잎은 <독짓는 늙은이>의 예술혼을 마주하는 듯했다. 그리고 벼베기가 끝난 텅 빈 논 위를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면 덕재와 성삼이의 <학>이 자유를 향해 날갯짓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일행은 문학관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첫 방문객으로 들어갔다. 1층 카페에서 <독 짓는 늙은이
바다이야기다운로드 >, <너와 나만의 시간>, <카인의 후예>, <별>, <학>을 요약해서 읽은 후 2층으로 향했다.
황순원 작가에 대하여
바다신게임 ▲ 황순원문학촌 11일, 문화관광 해설사 전경오 씨가 방문객에게 황순원 작가의 생애에 대해 해설을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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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작가는 1915년 3월 26일 평양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에서 태어났다. 1929년 평양 숭덕소학교를 졸업하고 정주 오사중학교를 거쳐 1934년 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했다. 이 해에 일본에 건너가 도쿄의 와세다 제2고등학원 문과에 진학했으며, 1936년 와세다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고 1939년 졸업했다.
아버지 황찬영은 평양 숭덕학교 고등과 교사였다. 아버지는 3.1운동 때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평양 시내에 배포한 일로 1년 반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때 어머니 장찬봉과 단 둘이 시골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황순원의 어머니는 황순원을 낳다가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눈이 어두워졌다고 한다.아버지가 감옥에 가자 눈이 어두운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앞세워 면회를 갔던 모양이다. 문화관광 해설사 전경오씨는 관람객에게 황순원의 <우리들의 세월> 전문을 낭독해 주었다.
어머니가 김을 매는 조밭머리 긴긴 한여름 뙤약볕 속에 혼자 메뚜기와 놀던 다섯 살짜리 아이가, 눈이 좀 어두운 어머니의 길잡이로 말승냥이 늘쌍 떠나지 않는다는 함박골을 앞장서 외가에 오가던 그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장차 어떻게 살아가나 어머니가 짐짓 걱정할라치면 나귀로 장사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던 다섯 살짜리 아이가, 기미운동으로 옥살이하는 아버지를 힘들여 면회 가선 내내 어머니 젖가슴만 더듬었네. 불도 켜있지 않은데 눈이 부셔 부셔 아버지가 눈부셔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네. 지금은 일흔 살짜리 아이가 되어 이 추운 거리 다시 한번 아버지를 면회 가서 당신의 젖가슴을 더듬어봤으면, 어머님이여 나의 어머님이여.
작품 <별> 속의 소년이 노인이 되어 말을 하는 듯했다. 황순원 작가는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을 남겼다. 그리고 본인의 문학 전집이 나왔을 때 표지의 글씨를 아버님께 부탁했다고 한다.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지극했던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사랑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더 보듬어야 함을 강조했다. 가을처럼 아름답고 쓸쓸한 작가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전 문화관광해설사는 황순원 작가가 양평을 좋아했던 이유 중의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바로 '양평'을 거꾸로 하면 '평양'이 되어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상의 추구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목소리가 문학관 벽면에 걸려있었다.
"작품다운 작품을 쓰지 못할 바에는 오히려 안 쓰는 편이 낫다는 작가적 양심이 그저 쓰고 싶다는 욕심 앞에 제발 무릎을 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작가의 의식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무의식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작가는 그걸 분명히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황순원, 「말과 삶과 자유」)
황순원 문학촌에서 그의 문학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밖으로 나와 둘레길을 걸었다. 문학관 옆으로 20여 분 걸을 수 있는 야트막한 숲길이 있었다. 키 큰 소나무 사이사이에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황순원 문학관을 나와 두물머리로 향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강물은 태양빛을 낚아채듯 반짝이고 있었다. 마른 연잎은 갈대처럼 늘어서서 초록색을 지우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산책로에 천천히 몸을 뉘었다.
황순원 작가는 생전에 양평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두 물이 하나로 흐르는 이곳에서 고향인 평양에 갈 날을 그려보지 않았을까. 그 그리움을 한껏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얽혀버린 현실이지만 작가는 꿈에서도 깨어나 세상을 주시했을 것이다. 깊어 가는 가을 날 양평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순수한 아이 같은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