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7일 영국 윈저성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엔 영국 캐서린 왕세자빈과 오른쪽엔 찰스 3세 국왕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왕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국빈 방문을 맞아 17일 마련한 윈저성 만찬이 화려한 의전과 메뉴 구성으로 주목 받고 있다. 테이블 위에 오른 음식과 술 하나하나가 영국의 품격을 담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사와 미·영 동맹을 상징하는 등 “단순한 식사가 아닌, 맛으로 풀어낸 외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품격과 소박함 보여준 ‘요리 외교’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윈저성의 주 연회장인 세인트 조
신천기릴게임 지 홀에서 열렸다. 160명의 귀빈이 초대된 가운데, 길이 약 47m의 만찬 테이블에는 139개의 촛불·꽃장식과 함께 총 1452점의 식기가 배치됐다. 아울러 자리마다 다섯 개의 와인잔이 정갈하게 놓였다.
이날 전채 요리는 햄프셔 지방의 워터크레스(물냉이)를 곱게 갈아 만든 판나코타(panna cotta)에 파르마산 치즈 쇼트브레드와 메추
ETF거래량 리알 샐러드가 곁들여진 음식이었다. 영국 재료를 강조하면서도 이탈리아식 조리법을 접목해 영국과 유럽 대륙을 아우르는 의미를 가졌다는 분석이다.
17일 영국 윈저성 세인트 조지 홀에서 열린 만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오리자날 양귀비 메인 요리인 ‘바요틴(ballotine)’은 노퍽산 유기농 닭을 애호박으로 감싸고, 돌돌 만 뒤 타임 등 허브를 더해 완성됐다.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는 닭고기에 세련된 조리법을 적용해, 영국의 품격과 소박함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는 터벗(유럽 넙치) 요리가 별도로 제공됐다.
예스24 주식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돔(dome) 모양으로 빚은 ‘봉브(bombe)’와 켄트산 라즈베리 소르베, 영국산 빅토리아 플럼으로 구성됐다. 영국의 대표적 과일을 내세워 ‘영국의 맛’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저평가가치주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인 17일 윈저성 세인트 조지 홀에서 열린 국빈 만찬을 앞두고 마련된 만찬 테이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인생사(史) 담은 술
이번 만찬의 ‘하이라이트’는 세심한 주류(酒類) 선정에 있었다. 우선 식전주로 제공된 칵테일 ‘트랜스애틀랜틱 위스키 사워’는 영국 위스키와 미국산 재료가 조화를 이뤄 미·영 동맹의 영속성을 표현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트랜스애틀랜틱’은 양국의 우정이 드넓은 바다도 초월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만찬 후에는 트럼프의 인생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여러 술이 등장했다. 트럼프가 지난 2017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을 상징하는 1945년산 포트 와인, 트럼프 모친의 출생 연도와 같은 1912년산 헤네시 코냑, 트럼프의 스코틀랜드 혈통을 기리는 보우모어 퀸즈 캐스크 위스키가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는 술을 마시진 않지만, 그의 다양한 개인사와 뿌리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윈저성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환영 만찬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 자리의 테이블 세팅. /로이터 연합뉴스
코스 와인 역시 메시지를 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리지 빈야드 ‘몬테 벨로 2000’은 미국 와인의 자부심을 부각하는 한편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은 자국 와인 산업의 번영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세계 2차대전 당시 영국을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즐겼던 프랑스산 ‘폴 로저 엑스트라 퀴베 1998’은 양국의 긴밀한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스포츠계 인물들도 대거 참석
이날 만찬에는 영국 왕실 및 트럼프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딸 티퍼니를 비롯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등 경제·산업계 거물들도 대거 참석했다. 스포츠계에서는 골프 메이저 대회 미 마스터스와 디 오픈에서 총 6회 우승한 닉 팔도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정 선수 출신 캐서린 그레인저 등이 초대됐다.
티파니 트럼프(왼쪽)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7일 영국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만찬 연설에서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며 “국왕과 영국에 수십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 왔다”고 말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이 특별하고 중요한 일(국빈 방문)은 양국 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