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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이상직 [극단 마을 제공]


연출가 이상직은 대학 졸업 후 국보험주
립극단의 전속 단원으로 16년간 활동하면서 무대 중앙을 지키던 핵심적인 배우였다. 2010년에 단원제가 폐지되면서 60년 역사의 국립극단 단원들이 국립극장을 떠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상직에게 지난 15년은 군민극단 '마을'의 단장이자 연출가로 변해가는 시간이었다.
"극단 마을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는 참여예술로서의 연극적 가치를 ELW거래량
가장 많이 고민해요. 그래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고,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손턴 와일더의 '우리읍내'만 해도 대사 중에 '어머, 저 달 좀 봐'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와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자연에서도 우주적인 생각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지점이 있거든요. '돈키호테'도 삶에서 일관성 있게 고민하던 것주식우량주
들이 많이 담긴 작품이에요."



연극 '겨울 해바라기' [극단 마을 제공]


자본주의의 폐해와 권력자의 부패를 풍자한 다리오 포의 '안내놔, 못내놔'는 2013년 극단 마을의 '슈퍼마켓 습격사건'이 됐고, 소외와 차별,오션
소통의 어려움을 담은 정의신 작가의 '겨울 해바라기'는 2014년 작품이었다.



연극 '슈퍼마켓 습격사건' 포스터 [극단 마을 제공]


손턴 와일더의 '우리읍내'(2015),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2016상하이종합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2018), 류노스케의 '나생문(2019)',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이었던 루리의 '긴긴밤'(2023)에 이어서 극단 마을이 선택한 올해의 작품은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이었다.
그 이외에도 '여인숙 사람들'(2017)과 구례 의병들의 항일역사를 다룬 '살아남아야한다'(2024)는 극단 마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주목할만한 창작 시민극이다.
군민 극단 마을은 국내 최초로 시민극단의 자격으로 상주 예술단체의 활동 이력을 보유한 유일무이한 단체다.
"상주 예술단체를 처음 지원했을 때는 '아마추어 단체니까 지원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현장을 확인하고 기관의 생각이 달라졌죠. 그래서 그 뒤로 2016년과 2019년에 두 차례 신청해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낮에는 논밭 일을 하고 밤에 모여 연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주단체로서 약속된 요구 조건을 채우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돈이 생기면서 알게 모르게 서운함도 생기는 것 같고, 일정 부분에서는 전문적인 코어 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죠. 이제는 상주단체 신청하지 않고 우리 식대로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극단이 지금은 좀 더 탄탄해졌어요. 최근에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함께 구례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준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연극을 하던 딸도 내려왔다. 음악이나 연기 활동을 하다가 내려온 또 다른 젊은 친구들까지 몇 명의 청년이 극단 마을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상직은 이들이 마을 극단의 코어 연극인으로서 새로운 비전을 갖고 지역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연극 '어린 왕자' [극단 마을 제공]


"꿈이 있어요. 예술을 하는 청년이 고향으로 회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주거를 해결하고,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겁니다. 또 좋은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좋은 연극을 만들어서 보다 넓은 지역민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고, 구례랑 비슷한 해외의 시골 지역과 교류하면서 구례 연극으로 해외 공연을 하고 싶어요. 로컬과 로컬이 만나고 연대하는 꿈을 꾸는 거죠.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있겠냐면서 손사래 치는 사람도 있지만,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계획은 꽤 구체적이다. 예술가들이 귀촌해서 자립할 수 있는 삶의 기반을 시스템화할 것, 구례 인접 지역(임실, 남원, 곡성, 광양, 하동 등)으로 공연을 확장할 것, 각 군과 시에 연간 두 작품을 제공할 것, 후원회를 조직하고 기업 메세나 협회에 홍보와 지원을 요청할 것, 정부 부처(농림부, 문화부, 여성부, 교육부, 산림청 등)가 농촌 소외 지역에 문화 지원하는 사업에 주목할 것 등이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고, 가공도 계획해왔다. 이 모든 생각은 '우프(WWOOF)코리아'에서 새로운 물길을 만났다. '우프'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전 세계 유기농 농장에서 자원봉사 하며 숙식하는 체험행사다.
이상직의 민박집에는 벌써 한국의 농촌 문화 체험을 원하는 외국 청년들이 드나들고 있다.
"우프코리아로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니까 마을에서 젊은 사람을 항상 볼 수 있게 됐어요. 마을에 활기가 생겼죠. 이들과 자연스럽게 국제 교류가 생기면서 구례의 청년 연극인에게도 미래가 생겼어요. 우리는 연극 4시간을 하면서, 나머지는 노동자로 삽니다. 제작비도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요. 다른 시군구에서도 원한다면, 우리는 1년에 두 작품씩 공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모두 극단 마을의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이 있고, 연극으로 스스로와 이웃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이상직의 연출적 행보는 진정한 탈근대적 양상으로 보인다. 중앙으로 모이던 힘이 주변으로 분산되고 개별화된 개성과 다양성이 대두되는 시기에, 국내 연극의 최고봉이었던 국립극단을 떠나 군민과 함께 극단 마을을 만들고 군민 스스로 예술 활동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사실상 이상직이야말로 시대적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발산하는 연극 연출가라 할 수 있다.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예술이죠. 그런데 오히려 자본주의가 보통 사람으로부터 예술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 없으면 못 하는 게 예술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을 위한 예술로, 예술은 다시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에게 예술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영성(靈性)이라는 것은 특별한 데 있는, 특별한 이를 위해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인간에게 내재한 본질이다. 이상직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예술'이 그에게는 구례의 영성과 생태로 느껴졌다. 따라서 필자의 의견은 구례의 사례에 근거해 각 지역이 지닌 '지역성'을 바탕으로 영성과 생태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크고 좋은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저는 그분들에게 지역 연극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드리고 싶고, 우리 마을 극단의 가치와 의미를 잘 설명하고 싶어요. 극단 마을 활동을 보시면서 지역성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의 생각이 점차 자연스럽게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번져갔으면 좋겠습니다."
군민 극단 마을은 이상직이 꿈꾸고 노력했던 15년의 결과다. 연극을 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 사람과 극단을 만들고 작품을 분석하고 연습하면서 이상직은 그들의 변화를 함께 지켜보았다. 농사일을 병행하면서 군민들 스스로 연극을 만들고 매년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근면함과 성실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연극을 통한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믿었던 군민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쩌면 이상직이 말한 구례의 특별한 영성의 힘은 바로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선연(禪蓮) 김수미. 연극 평론가
▲ 전 월간 '객석' 연극전문 기자. 현 중랑문화재단 문화정책사업팀장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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