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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하기 저 는 메모를작품을 그리는 미스터 두들.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한글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는 세계 여러 나라 예술가들과 함께 그 답을 찾고자 2027년 ‘제1회 한글 국제 비엔날레’를 연다. 한글을 주제로 한 첫 비엔날레의 방향을 잡기 위해 9월1일부터 10월12일까지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K)-문화의 세계적인 인기로 그 어느 때보다 한글에 관심이 커진 요즘, 비엔날레를 통해 세종시가 국제적인 한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프레 비엔날레는 ‘그리는 말, 이어진 삶’을 주제로 조치원읍 남리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동영상황금성
영국·우루과이·싱가포르 작가 39인이 한글을 소재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조치원1927아트센터는 1927년 건립된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건물에 다가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외벽을 가득 채운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구불구불한 굵은 선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캐릭터와 선의 일부는 ‘꿈’ ‘집’ ‘쉼’ 같증권채널
은 한 글자 단어나 ‘ㅈ’ ‘ㄹ’ ‘ㅕ’ 등 한글 자모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드로잉 작가 미스터 두들이 그린 ‘HANGOODLE(한구들)’이다. 그는 한국에 와서 9월1일부터 이틀 동안 높이 4m, 너비 20m 규모의 벽에 스프레이로 혼자 그림을 그렸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작품이 완성되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미스터스탁웰
두들이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한글과 그림을 그려 넣은 ‘꼬불꼬불 글자’ ‘꼬불꼬불 네모’ 연작도 실내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글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다”며 “앞으로의 작품에 한글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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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아트센터 1층 다목적홀 벽면의 대형 화면에는 미디어아트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강익중·2025)가 펼쳐진다. 한글이 쓰인 수많은 알록달록한 블록이 우주를 표현한 까만 배경 속에 떠 있다. 이 블록은 모여서 정육면체 형태를 이루기도 하스탁
고, 화면 일부를 빼곡히 채우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블록 속 글자를 관람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면 앞에 놓인 키보드로 글자를 치면 글자가 블록으로 변해 화면 속 우주에 흩뿌려진다. 친구의 이름과 응원 메시지를 화면에 띄워 사진으로 보내니 곧 ‘고맙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왔다. 글자는 그리고 예술은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된다.



빠키 ‘보이지 않는 말의 구조 : 형체 너머의 흐름’


이밖에도 강렬한 색채로 한글 자모를 표현한 조형물 ‘보이지 않는 말의 구조 : 형체 너머의 흐름’(빠키·2025), 한글이 창제된 시기 4대 고궁의 단청 이미지를 변주한 미디어아트 ‘코리아 환타지’(구본창·2017), 한국과 대척점에 있는 우루과이의 아티스트 그룹 ‘라 레콩키스타’가 한글과 우루과이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마법 시간’ 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열린다. 시민 도슨트(전문안내원)가 진행하는 투어는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주말에는 오전 11시에도 추가로 운영된다.
아트센터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박연문화관에선 ‘오늘의 한글, 세종의 한글’ 전시가 진행 중이다. 1부 ‘오늘의 한글 : 날로 씀에 편안케’에선 한글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 13점을 만날 수 있다. ‘한글, ㄱ부터 ㅎ까지’(함영훈·2019)는 직선 프레임을 여러개 겹쳐 각도에 따라 한글 자음이 보이게 했으며, ‘장석장’(하지훈·2016)은 전통 목가구에 한글 자모 놋쇠 장식을 박아 넣어 일상 생활 속 디자인 요소로 한글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부 ‘세종의 한글 :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에선 훈민정음해례본과 언해본 등의 자료를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과 철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구본창 ‘코리아 환타지’


이번 전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상력 가득한 다채로운 작품으로 2년 뒤 열릴 본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개막 3주 만에 관람객 2만7000여명이 방문해 한글의 매력을 확인했다. 권예지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리는 “체험형 작품이 많아 한글을 배우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프레 비엔날레가 끝나고 시민 평가를 참고해 2년 뒤 열리는 본 비엔날레를 알차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제자와 창제 시기·목적, 제자 원리가 책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 한글. 이제는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게 될 한글의 새로운 여정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