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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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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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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대학로에 특별한 바람이 분다. 독창적 소재를 품은 초연 뮤지컬들이 잇달아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르 마스크’와 ‘조선의 복서’는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두 작품은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의 존엄을 발견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내며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대학로 이티 씨어터 원에서 개막한 ‘르 마스크’(연출 박한근∙11월9일까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얼굴에 부상을 입은 병사의 재건을 돕기 위해 실존했던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삼았다. 1918년 파리, 소아마비로 다리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 주식
에 장애를 지닌 레오니(박란주·홍지희·나하나·이지수)와 얼굴을 잃고 삶의 의지마저 잃은 귀족 출신 병사 프레데릭(이창용·현석준·임정모·임진섭)은 초상가면 스튜디오에서 마주한다. 두 사람은 결핍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그 시선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한다. 이들의 곁에는 잡화점 배달원이자 레오니를 짝사랑하는 페르낭(박근식·장두환·박주식정보지
주혁), 가면 제작 스튜디오를 세운 마담 래드(김지민·정영아)가 함께한다.
소극장 무대지만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넘버들은 화려한 기교 대신 인물의 상처와 회복 사이의 조용한 움직임을 노래한다. ‘절름발이 레오니’나 ‘가면 만드는 법’은 레오니의 결핍과 존엄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하며, 관객은 그 온도와 질감을 추천ELS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의 시선이 포개지는 순간마다 객석은 그 떨림을 함께 나눈다. 결국 가면은 결핍을 감추는 도구가 아니라 존엄을 다시 새기는 매개다. 극장을 나선 관객은 묻게 된다.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있으며, 그것을 벗을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뮤지컬 ‘조선주식사관학교
의 복서’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막을 올린 ‘조선의 복서’(11월9일까지)는 두 청년의 치열한 도전과 우정을 통해 청춘이 패배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증명한다. 1937년 봄, 일제강점기 경성의 조선권투구락부. 무패의 전적을 지녔지만 질 것 같은 경매집종목
기는 회피하는 이화(송유택·이종석·김기택), 수없이 패배하면서도 내일을 꿈꾸며 다시 링에 오르는 요한(신은총·이진혁·박준형)이 그 중심에 있다.
조선총독부가 복싱 금지령을 내리자 두 사람은 일본으로 건너가 경기에 무작정 오르고, 요한은 일본인을 꺾으며 ‘조선의 복서’라는 전설이 된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승부조작의 오명으로 얼룩진다. 25년 후, 작가 마리아(류비·한수림·이한별)가 그의 명예를 회복하려 하지만 경찰 장명(이한솔·박상준·김재한)의 압박 속에서 진실은 다시 베일에 가려진다.
무대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현재의 마리아가 글을 쓰며 과거를 되짚는 장면은 극의 긴장과 여운을 배가한다. 복싱 장면은 단순한 안무를 넘어 영화적 감각으로 재현된다. 한순간의 펀치와 방어, 호흡이 음악과 조명, 무대 장치 속에서 극적 순간으로 솟구친다. 배우들의 몸짓이 만드는 리듬은 실제 링 위 경기를 방불케 하고, 관객은 숨결을 조이듯 지켜본다. 복잡한 이야기를 작은 무대에서 풀어내는 연출(장우성) 솜씨가 흡입력을 높이고, 극적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
링 위의 긴장감을 살린 곡들은 박진감을 전하며, 동시에 요한의 꿈과 절망, 마리아의 갈망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조 속에서 음악은 기억과 진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넘버 하나하나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서사의 심장처럼 박동하며, 청춘의 패배와 부활을 은유한다. “오늘 지면 내일 이기면 된다”는 요한의 대사는 삶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의 다짐처럼 울려 퍼진다.
‘르 마스크’와 ‘조선의 복서’는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공통적으로 상처 입은 청춘의 우정과 자존감을 이야기한다. 두 작품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불안과 상처, 반복되는 좌절의 풍경을 그대로 비춘다는 점이다. 불안정한 고용, 치열한 경쟁, 끝없는 자기 증명의 강요 속에 놓인 지금의 청춘들에게, 파리의 초상가면 스튜디오와 경성의 권투 구락부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이정국 기자 [email protected]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조선의 복서’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가을의 대학로에 특별한 바람이 분다. 독창적 소재를 품은 초연 뮤지컬들이 잇달아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르 마스크’와 ‘조선의 복서’는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두 작품은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의 존엄을 발견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내며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대학로 이티 씨어터 원에서 개막한 ‘르 마스크’(연출 박한근∙11월9일까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얼굴에 부상을 입은 병사의 재건을 돕기 위해 실존했던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삼았다. 1918년 파리, 소아마비로 다리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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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무대지만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넘버들은 화려한 기교 대신 인물의 상처와 회복 사이의 조용한 움직임을 노래한다. ‘절름발이 레오니’나 ‘가면 만드는 법’은 레오니의 결핍과 존엄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하며, 관객은 그 온도와 질감을 추천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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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기자 [email protected]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뮤지컬 ‘르 마스크’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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