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엘캐피탄 엔터테인먼트 센터 앞에 지미 키멀의 심야 토크쇼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손팻말이 놓여 있다. 키멀의 방송은 찰리 커크 피살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 뒤 무기한 방송 중단 조치를 당했다.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며 여론이 악화하면서 해당 방송은 24일 재개됐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기자로 일하기 어려운 순간, 그만큼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순간이다.”
지난 1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만난 한 언론인이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주최한 ‘한-미 언론 교류 프로그램’(KUSJE)을 통해 만난 여러 언론인들은 “언론 탄압이 일상화됐다”는 위기감을 느
서민나들목 꼈다고 말했다. 많은 기자들이 “기자로 일하기 가장 어려운 순간” “언론은 언제나 정부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등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사를 향한 제도적·법적·경제적 보복 조치를 전방위로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만나기 닷새 전인 10일 미국의 우파 청년
완전바보 논객 찰리 커크 피살 소식이 전해졌다. 사건의 충격에 더해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반대 세력 옥죄기에 미국 사회는 어수선했다. 에이비시(ABC) 방송의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쇼’가 중단되며 표현의 자유 논란이 본격화하기 직전이었다. 15일 방송에서 키멀은 커크의 죽음 뒤 마가 세력이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일상생활 ‘커크 살인 용의자가 우리 편이 아닌 저쪽 편’이라고 밝히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고, “미국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하나로 모으려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민주당 탓을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자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조치를 위협했다. 기관장의 노골적 압박에 에이비시는 방영을 중단했다. 배우 톰 행크
신차구매프로그램 스, 내털리 포트먼을 비롯해 미국 내 예술인 430여명이 “언론 위기”라며 규탄 서한을 냈다. 공화당 내부에서마저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집권 직후 엔비시(NBC), 에이비시, 시비에스(CBS) 세곳 주요 방송사와 엔피알(NPR), 피비에스(PBS) 등 공영 방송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공영 방송사 예산을
우체국예금이자 삭감·폐지했다. 에이피(AP), 시엔엔, 엠에스엔비시(MSNBC) 등 비판 보도를 했던 매체의 백악관·국방부 등 출입 권한을 빼앗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에이비시, 시비에스, 시엔엔에는 거액의 소송을 걸었다. 전미언론협회는 “당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며 “백악관이 전세계 권위주의 정부에 우려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성명을 지난 4월 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탄압은 새롭지 않지만 커크 사망을 기점으로 더 가속화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언론인들은 키멀의 방송 중단 사건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오히려 진영 간 분열을 부추기는 점을 조심스레 우려했다. 한 기자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인기를 굳히기 위해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며 분열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정책을 추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마지막 키멀 쇼’가 될 뻔했던 방송이 나가기 불과 몇시간 전의 만남에서였다.
19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에이비시 방송사 스튜디오 앞에 한 시위자가 지미 키멀 쇼 중단 결정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그려넣은 뒤 ‘독재자 반대’ ‘디즈니 불매’ 등 문구를 써 넣었다. 에이비시 방송사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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