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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13일 스타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기업인들을 줄줄이 보게 될 예정이다. 매년 반복되는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을 놓고 여권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정작 규모는 더 늘어났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email protected]


10일 국회에 따르면 13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각 상임위원회가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한 기업인은 164명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156명)보다 8명이 늘어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정무위), 9월 청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행정안전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 등도 포함돼 있다.
최다 호출은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4회)이다. 황 부사장은 1일 2회 ‘겹치기’ 출연도 예정돼 있다. 13일엔 국방위와 과학기술방송통신위, 14일엔 정무위와 문화체육관광위의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당 내에서도 “몸이 하나인데, 주택구입시 세금 어떻게 2개의 상임위에 출석하느냐”란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이렇게 같은 날 상임위에 중복출석해야 하는 기업인은 황 부사장을 포함해 4명, 상임위 2곳 이상에서 증인으로 세운 기업인은 14명이다.
대통령실에서 총력으로 대비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일정과 겹치는 증인도 있다. 정무위는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최태원 국민은행마이너스통장만드는법 회장에 28일 증인 출석을 통보했는데, 최 회장이 의장인 APEC CEO 서밋 개회식과 겹치는 날이다.
기업인들을 과도하게 불렀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재조정을 시사하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0일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3대 원칙’을 내놓으며 “재계 증인 출석을 최소화하겠다. 여러 상임위의 중복 출석을 최 기업은행 근로자전세자금대출 대한 지양하겠다”며 “시간을 정해 집중 질의할 수 있도록 해 무한정 대기하는 관례를 최대한 없애겠다”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APEC 일정과 겹친 최 회장에 대해 “실무자가 와서도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표를 불러 앉히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와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방침이 통할지 미지수다. 앞서 지 채무조정 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 때처럼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마구잡이 신청하지는 말자”고 당부했지만 ‘역대 최다 기업인 채택’이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번엔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추석 전부터 시작된 사법부 압박을 국감을 통해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재판장 지귀연 판사, 검찰청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검사를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들”로 규정하며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검찰개혁의 깃발이 올랐지만, 아직 대한민국 정상화를 방해하는 세력이 국민 눈에 많이 밟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조 대법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권이 주장하는 조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13일과 15일 예정된 대법원 국감을 벼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초유의 대법원장 동행명령장 발부와 관련 고발 조치를 검토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및 법관 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사부’(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논란-사법교란-부동산 대책 실정) 등 3대 기조를 내걸고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당초 이번 국감은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열린 탓에 구여권에 대한 공방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추석 연휴 전 여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대여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이재명 정권의 사법체계 교란 시도를 낱낱이 파헤치고, 특검과 정치 경찰을 앞세운 무차별적인 정치 보복의 문제점, 졸속 추진된 정부조직법 개악의 민낯 등을 국정감사를 통해 생생히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및 수사 무력화 시도 등 사법 교란 문제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 등 민생 문제를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각 상임위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문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등 반기업 입법 ▶검찰청 해체 등 정부조직법 개정 등도 부각하기로 했다.
특히 국감 출석 논란의 와중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이동한 김현지 부속실장을 두고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정권 최고실세 김현지 부속실장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성남라인 비선 실세들의 영향력도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5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의 국감 증인 의결 때 김 부속실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보임될 당시 무슨 문제가 있었나. 인사 참사가 났다든지 (김 실장) 본인이 관여한 업무 문제가 생겼다면 고려할 수 있지만 그런 문제가 없는데 불러야 하나”(김병기 원내대표)라고 맞서고 있다.
김규태·이찬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