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경기도 가평, 제주, 미국에 흩어져 사는 6인이 쩨쩨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편집자말>
[임은희 기자]
서울 서대문역 인근의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록불에 횡단보도에서 급정차를 한 차량에 놀란 내가 넘어지며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고 스마트폰은 박살 났다. 운이 나빴으면 스마트폰이 아닌 내가 부서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기에 차는 그냥 지나갔다. 당시 운전자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주일 내내 초록불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차를 떠올리며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약하고 느린 인간
서울 중구 정동 인근
햇살론전환대출한도 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차가 바로 앞에서 급정차를 했다. 차가 달려들면 얼른 뛰어서 인도로 가거나 다른 방향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는 강하고 빨랐지만 인간인 나는 약하고 느렸다.
별내지구 쌍용예가 ▲ 산책길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자동차들 중구와 종로구를 걷다 보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의 횡단보도에서 본
ktx할인이벤트 정지선 준수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 임은희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4 주요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보
농협아파트담보대출이자 행 중 사망자는 전년보다 3.8% 증가한 920명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중 사망자의 비율은 36.5%로 자동차 승차 중(34.6%), 이륜차 승차 중(20.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단순 보행자 사고는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대전자영업자▲ 보행자 사고 현황 및 연령대별 보행 사망자수 현황 (2022 - 2024)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5년 5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보행자 사고는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증가했다. 0 - 60세까지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자수도 증가한다. 61 -64세의 경우 사망자수는 51 -60세보다 적지만 사망자수는 감소하지 않는다.
ⓒ 한국도로교통공단
횡단보도 바로 앞, 혹은 위에 차가 있으면 가장자리에서 건널 때 엔진 소리나 차의 열기가 느껴진다. 마치 굶주린 사자 앞에 무기 없이 홀로 선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해 7월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한 사건을 떠올린 적도 있다. 반대로 '정지선'이라고 알려진 흰 선에 맞춰 차들이 멈춰서 있는 곳을 지날 땐 덜 불안하다. 횡단보도에서 떨어진 선에 맞춰 멈춘 차들을 살피며 충분히 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올해 초에는 대만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도 주로 걸어 다녔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많이 이용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있었다. 두 국가 모두 사람이 건너면 횡단보도 신호에 관계없이 차가 멈춘다는 점이었다. 대만의 경우, 오토바이 사용자가 많았는데 횡단보도 정지선 가장 앞쪽에는 오토바이 정지 구역이 따로 있었다.
▲ 대만 타이중의 횡단보도 정지선 대만은 차량 정지선과 오토바이 정지구역이 동시에 존재한다. 횡단보도 기본 정지선과 오토바이 정지구역을 어기는 차는 일주일의 여행기간 동안 한 번도 관찰하지 못했다.
ⓒ 임은희
오토바이가 없어도 차들은 오토바이 정지구역 뒤쪽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일주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지선을 어기는 차량을 한 번도 관찰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지선을 어기는 차, 횡단보도와 차도를 오가며 위험하게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볼 수 있는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초록불 시간이 길어질수록 편안한 마음
보행차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가장 오래 걷는 사람들이었다. 건강한 성인이 끄는 유아차나 휠체어보다는 혼자 끌고 가는 휠체어 이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초록불 시작했을 때 출발한 교통 약자보다 뒤늦게 출발해 뛰어서 건너는 성인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특별시 교통실 공개정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은 보행속도 1m/s를 적용해 횡단보도 길이 1m당 1초로 산출하지만 노인보호구역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교통약자 통행을 고려해 보행 속도를 최대 0.7m/s로 적용한다. 20m 횡단보도는 횡단보도 진입 시간 7초를 고려해 일반 구역 내에서는 27초이며, 보호 구역 내에서는 보행 신호 시간이 최대 36초로 적용된다.
지난해부터는 보행 신호시간 연장이 필요한 횡단보도 123개소를 선정해 신호 연장 적용을 했다. 나의 경우, 초록불이 길다고 느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조급하지 않았다. 시간 안에 건너기 위해 미리 인도 앞쪽에 서있거나 차도로 발을 내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오히려 한발 뒤에서 느긋하게 초록불을 기다렸다. 모든 차량이 멈추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안전함을 느꼈다.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 구역이 넓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점은 인도를 침범하지 않는 자전거 주차장 전용 공간이었다. 대만의 타이중도 마찬가지로 자전거 전용 공간이 존재했다.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인도는 충분히 폭이 넓었다. 그렇지 못한 곳은 자전거가 차도의 갓길로 다녔다.
▲ (좌) 보행자를 위한 길 (우)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길 (좌)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뉴욕의 자전거 주차장, 종로의 보행로, 필라델피아의 산책로. 자전거가 인도를 침해하지 않고, 인도에는 보행을 방해하는 시설물이 없다. (우) 종로의 자전거 주차장, 명동의 인도, 광화문 광장. 인도를 침해하는 자전거 주차장, 인도를 가로막고 있는 오토바이, 펜스로 둘러싸인 광장의 보행로다.
ⓒ 임은희
광화문 주변의 인도를 떠올렸다. 자전거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고 아무 곳에나 전동 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물건 상하차 트럭의 경우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인도에 차를 세운다.
인도를 창고처럼 쓰는 쓰는 경우도 있다. 집회가 열릴 때 사용하는 경찰의 일부 이동식 펜스는 평소 인도 여기저기에 보관한다.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인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환풍구들과 예고 없이 등장하는 간판들도 보행을 방해한다. 보행 전용 도로에서조차 제일 먼저 잊히는 것은 보행권이다. 보행자들에게는 인도마저 지뢰밭이다.
▲ 걷기 좋은 거리라 할 수 없는 서울의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지켜지지 않는 정지선, 인도를 점령한 간판, 안전장치가 없는 환풍구, 인도를 주차장으로 트럭
ⓒ 임은희
보행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2011년 6월, 서울시는 도심 전체를 '걷고 싶은 서울길'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 534개 노선 1876km를 관광문화 상품으로 개발하고, 서울 시민의 출퇴근 걷기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걷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관광용 산책로 정비도 좋지만 평소에 마음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사람이 지나가면 운전자가 안전 거리를 지키며 기다려주는 길, 인도의 설치물은 최대한 줄이고, 계획 단계부터 사람을 위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원한다. 사람을 배려하는 길을 걷고 싶다.
▲ 미국 산타모니카의 자전거 전용도로 차도, 인도와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차로부터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물이 있어서 보행자의 경우 이중으로 보호받는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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