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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만 해도 비가 반가웠죠. 이렇게 오래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여름 가뭄으로 농작물이 마르는 피해를 입었던 강릉 지역 농민들이 이번에는 그치지 않는 가을비에 속수무책이다. 18일 강릉 주문진읍 장덕리에서 만난 정호율 씨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는 예년 같았으면 이미 벼를 베었지만, 그칠 줄 모르는 비 때문에 올해는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 집계 결과, 강릉에는 이달 18일 기준 16일 동안 비가 내렸다. 9월 역시 주택자금대출금리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왔다.
그 사이 정 씨의 벼 이삭에는 초록색 싹이 돋기 시작했다. 수확기 집중호우, 높은 습도 등으로 벼 이삭이 계속 젖어있을 때 발생하는 수발아 현상이다. 싹이 난 벼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감소한다. 수확이 늦어지면서 정 씨 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깨씨무늬병도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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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주문진읍 장덕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정호율 씨는 비 때문에 벼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확하지 못한 벼는 이삭에 싹이 났다. 이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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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눈만 감으면 싹이난 벼가 아른거려 잠을 못잔다”며 “옛 속담에 가뭄 끝에 먹을 것 있어도 장마 끝에는 먹을 게 없다고 했는데 딱 맞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주문진읍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태근 씨 역시 “비가 이렇게 장기간 올 줄 몰랐다”며 낙담했다. 그는 지난 10일쯤 수발아를 대보험 확인하고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 사이 수발아 증세는 더욱 심화됐다. 이 씨는 2차 손해 평가를 신청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보험금 신청을 포기했다. 이 씨는 “수발아 피해를 입은 벼는 등외품이라고 봐야 한다”며 “정부 수매가 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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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강릉 주문진읍 교항리 전광영씨 배추밭에 고랑마다 물이 차있다. 이날 기준 강릉에는 10월 한 달 간 16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배추가 망가져 수확이 어렵게 됐다. 이설화 기자





밭작물 피해도 극심하다. 이날 찾은 주문진읍 교항리의 전광영 씨 배추 밭엔 썩은 내가 진동했다. 잦은 비에 배추가 썩은 탓이다. 밭 고랑에는 물이 가득 차 발을 내디딜 수 없었다. 그나마 발을 딛고 있는 밭 가장자리도 갯벌에 온 듯 발이 푹푹 빠졌다.






▲ 18일 강릉 주문진읍 교항리 전광영씨 배추밭에 고랑마다 물이 차있다. 이날 기준 강릉에는 10월 한 달 간 16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배추가 망가져 수확이 어렵게 됐다. 이설화 기자





예년이라면 수확기를 맞아 배춧잎이 차올라야 할 시기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비에 퍼져버린 배추는 잎이 펼쳐져 떨어져나갔다. 전 씨는 “한창 가뭄일 때는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며 마음을 졸였는데, 이제는 비 피해에 수확을 못하게 생겼다”며 “인건비, 비닐값, 농약값 2000만원이 다 날아갔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에는 이주 24일까지 비 예보가 있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동해북부해상에 고기압이 위치해 있고, 그 가장자리에서 들어오는 동풍의 영향으로 강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설화 기자






▲ 18일 강릉 주문진읍 교항리 전광영씨 배추밭에 고랑마다 물이 차있다. 이날 기준 강릉에는 10월 한 달 간 16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배추가 망가져 수확이 어렵게 됐다. 이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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