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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난 초봉 4000만 원 vs. 근무 환경이 최악이지만 초봉 6000만 원’

요즘 젊은 세대는 어떤 회사를 택할까. 20대 직장인 43.1%가 “연봉 인상 제안이 있으면 곧바로 퇴사하겠다”고 답했다는 8월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후자를 택할 듯싶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당장의 경제적 보상이 절실한 시대에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성과 보상 전문가인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신간 ‘정서적 연봉’에서 이런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책은 ‘젊은 세대가 단순히 돈을 많이 주거나 업무 강도가 낮은 회사를 선호한다는 인식이 과연 옳은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지원금 사용법 신 교수는 기업의 성과 평가와 보상, 지배구조를 연구하며 국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장, 사내 강연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2023년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을 받은 저서 ‘공정한 보상’에서 MZ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좋은 인력이 회사에 머물도록 할 ‘진짜 보상’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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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요즘 기업이 ‘보상’ 체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지적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젊은 인재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한 해 출생자가 60만 명대였지만 2002년생은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공채도 줄 주택담보대출갈아타기 뱅크굿 어드는데 무슨 인재 절벽이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대학 강의실에서 ‘제자 절벽’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4~5년 뒤엔 좋은 인재가 기업을 고르는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저자는 “높은 연봉은 인재를 채 새희망홀씨 대환 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인재가 회사에 오래 남아 성과를 내게 하려면 비경제적 보상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SK행복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직장에서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은 성장, 자율, 관계, 워라밸, 보상 등 다섯 가지로 나타났다. 금전적 보상만큼이나 내적 만족과 정서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처럼 재정 여력이 회전초밥 부족한 조직일수록 비금전적 보상 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핵심 인재를 지킬 수 있다.
저자는 “돈은 직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는 있지만 만족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크다”며 “결국 직원의 내재적 동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진짜 보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기결정성 이론에 근거해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충족되어야 내적 동기가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요즘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워라밸의 의미도 새롭게 정의한다. 단순히 근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과 여가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워라밸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일의 양보다 ‘통제권’을 갖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직원이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평생 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배달의민족처럼 개인의 성장을 회사가 격려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정서적 보상의 토대가 된다. 동료와의 관계의 질 역시 직장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단순한 친밀감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다. 실수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상호 존중이 깔린 협업 문화가 직원의 감정적 안정과 몰입을 높인다. 결국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정서적 보상 체계를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국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800만 가입자가 남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직원들의 만족도, 워라밸 인식, 자율성·관계성 관련 평가 등을 계량화해 기업별 정서적 보상 수준을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신 교수는 비경제적 요인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성, 성장 기회, 인정과 존중, 워라밸, 동료와의 유대 등 정서적 보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지원해야 직원이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느끼고 더 오래 머문다.
그는 수많은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들이 “2030세대 핵심 인력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고 전한다. 이 책은 그런 기업의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들이 곱씹어 볼만한 해법을 제시한다. 해외 사례 중심의 경영서와 달리 이 책은 국내 기업과 직장인들의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재 경영의 해법을 풀어낸다.

특히 유무형 자산을 화폐 가치로 정량화하는 데 정통한 회계학 교수답게 저자는 ‘정서적 연봉’을 숫자로 계산해냈다. 이에 더해 정서적 연봉을 기준으로 ‘가장 일하기 좋은 국내 기업’ 순위도 공개했다. 어느 회사가 1등인지는 책을 직접 펼쳐보면 알 수 있다. 2만 2000원. 이혜진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