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에서 26일 오후 방문객들이 야외 공간을 즐기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마곡 원그로브몰
항해도 못하고 좌초될 뻔한 배가 순항 중이다. 물때와 지형 파악에 능한 선장이 키를 잡으면서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한때 공사 중단 위기에까지 처했었던 원그로브가 지역 랜드마크 복합 상업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휴일인 26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는 주차장 진입 전부터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지하2층에 있는 이마트의
한국선박금융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의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의무휴업에 오피스 건물 입주기업들의 휴무까지 겹친 날이었지만 주차하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주차된 차는 650여대. 4인 가족으로 단순 계산하면 동시 2600여명이 이곳에 머물러 있던 셈이다. 건물 관계자는 트레이더스가 영업하는 주말엔 최대 700대
직장인 영어 가 더 들어온다고 했다. 원그로브의 핵심 시설인 리테일 공간 ‘원그로브몰’을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원그로브몰 주차 시설 관계자는 “원그로브몰이 생기면서 방문객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에 입점한 ‘을
수원 파산 지깐깐’ 매장이 26일 오후 점심 식사를 하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에 입점한 팀홀튼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활동 지난 6월 문을 연 이후 원그로브몰 입주율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방문객들이 둘러볼 만한 매장이 많아지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그로브몰 입주율은 현재 91%, 입주 의사를 밝힌 계약률까지 포함하면 96%다. 내년 상반기 100%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발트스크랩방문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리테일 기준, 전월대비 매출 신장률을 보면 7월 약 45%, 8월 약 10%, 9월 약 22%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기간(10월 3~9일)엔 개장 초기 때보다 매출은 114%, 방문객 수는 68% 증가했다.
이는 쿠팡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소비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유통 시대에 오프라인도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점, 전시, 체험 등 문화공간부터 장보기 공간(트레이더스), 유행을 선도하는 식음료(F&B) 등 한 번 입장해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공간을 구성해, 복합공간에 대한 서울 서남권의 수요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약 4만5000평 규모의 원그로브몰 상업시설은 가족 단위 외식 고객들로도 붐볐다. 많은 방문객들이 식사 후 교보문고를 둘러보고 무인양품(생활), 올리브영(뷰티), 샤오미(전자), 쉬즈미스(패션) 등에서 쇼핑하고 팀홀튼·츄레리아 등 ‘힙한’ 카페에서 쉬어가는 패턴을 보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에서 26일 오후 방문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에서 26일 아이와 함께 방문한 고객이 키링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야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도 참여해 보고, 저녁까지 먹고 돌아간 고객들도 있었다.
강서구 마곡동에서 온 김은별(35·여)씨는 “네 살 아이와 함께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을 했다”며 “집 가까운 곳에서 식사와 쇼핑, 체험 이벤트, 장보기, 키즈카페 이용까지 한 번에 모든 걸 할 수 있어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6년 만에 이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교보문고는 마곡동 회사원들과 인근 김포 지역 10대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박수진(31·여)씨는 “회사 주변에 문화공간이 없었는데 원그로브몰이 생긴 후론 퇴근길이나 쉬는 날엔 자주 들리게 된다”면서 “트렌디한 식당이 많아 요즘엔 회식도 여기서 한다”고 말했다.
의료시설도 들어서 있어 병원 갈 일이 있을 때 들리기에도 제격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몰의 지하 1층에 곡면 LED로 이뤄진 147m짜리 대형 그로브웨이(The Grove Way)가 조성돼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원그로브몰의 즐길 거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하 1층에 곡면 LED로 이뤄진 147m짜리 대형 ‘그로브웨이’가 있는데, 이 공간은 지역 아티스트 데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무신사 스탠다드·키즈 등 캐주얼 패션 브랜드, 카페 블루보틀 등도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한편 원그로브 프로젝트는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이 마곡 CP4블록(구 이마트 부지)에 들어설 복합단지에 대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선매입 투자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2023년 12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공정률 70% 상황에서 공사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매입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개발사업 대주단 3700억원을 추가 투입, 결국 지난해 9월 준공했다. 개발 전 과정에 개입했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원그로브의 소유권을 마곡CP4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부터 인수해 운영 중이다. 준공 후 운영(자산·임대 관리 등)은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가 맡고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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