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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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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 대한민국 모든 매체는 미 대통령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다시피 했다. 국민의 이목도 자연히 지난 몇 개월간 우리 숨통을 죄는 듯했던 미국의 관세 압박이 어떻게 귀결될지에 쏠렸다. 절정은 29일 저녁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전해진 협상 타결 소식이었다. 트럼프가 7월 8일 한국에 서한을 보내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뒤 데드라인인 7월 31일 한미양국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관세 법원호적계 율을 15%로 낮추는 합의를 했으나, 후속 협의에서 난항을 겪은 지 약 3개월만이다.
출처: 대통령실
이번 합의는 사실 3,500억 달러라는 총액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는 연 20 연금 0억 달러를 상한으로 10년 분할 납부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이른바 ‘마스가(MASGA)’ 용으로 미 조선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3개월 전 포괄 합의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물론 핵추진 잠수함 승인이라는 깜짝 ‘시혜’가 뒤따르긴 했다.
타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외교사에 빛날 최고의 협상”에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 “선 농협신용대출은행 방했다”, “일본에 비해선 많이 지켰다”, “힘썼지만 아쉽다”, “굴욕 외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파와 진영 차이가 투영된 평가다. 하지만 큰 간극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이 제각각의 반응이 사실은 모두가 미국의 일방적 관세 인상 요구를 ‘디폴트값’으로 상정한 데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미국이 일단 소액결제 한도 뭔가를 정하면 한국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숭미(崇美) 근성이 한국 사회 저변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미국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고, 당연히 미국의 정책을 거역할 수 없다는 자학적 사고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한국의 실체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이번 ‘강탈’을 트럼프 시기의 예외적 행위라고 간주하면 큰 오산이다. 가 서브프라임이후 까운 예를 들어보자.
사실 관세 협상보다 훨씬 고상해보이는 ‘한미 FTA’ 즉, 한미자유무역협정만 해도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년 사이 양국 모두 3정권 하에서 3차례나 체결과 개정을 거듭했다. 2006~2007년에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 2010~2011년에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 2017~2018년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1기 정부 때다. 3차례 모두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우리는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미국은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협정을 맺고도 실제 무역에서 생각대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협상과 개정을 잇달아 요구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후 엄연히 한미 FTA가 있는데도 사실상 기존 협정을 헌신짝처럼 폐기하며 관세 인상을 일방 통보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화를 뜯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다시 처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나는 지난 2006년 IMF 10주년 특집 취재를 하면서 매우 충격적인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입수한 적이 있다. 한국이 국가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해가던 1998년 2월 4일, 당시 주한 미 대사 스티븐 보스워스(1997~2001년 재임)가 본국에 보낸 1998년도 대(對)한국 우선순위 목표를 적시한 2급 비밀 전문이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한다.
“미 대사관은 1998년 한반도 목표의 최우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잘 타개해 나가도록 돕는 동시에 IMF와 우리 미국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도록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압박하며,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이 진정한 선진 개방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주지시킨다.”
보스워스 대사가 본국에 이 전문을 보낸 1998년 2월 4일은 한국이 외환위기의 격랑 속에서 겨우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난 후였다. 당시 현직 대통령은 식물 상태였고, 김대중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는 취임도 하기 전에 국가부도부터 막아야 했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기업 통폐합, 대량 해고 사태 등은 중산층 이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이 시기에 우리의 혈맹, 미국은 IMF 상황을 활용해 한국 시장을 완전 개방시키는 등 자국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했다는 것을 이 비밀전문은 보여준다.
출처: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정말로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계십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대량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큰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계십니다.”
“언제나 트럼프 대통령께서 가지신 그 큰 역량으로 전 세계 그리고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이 발언을 라이브로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끝낸 뒤 참모들에게 “우리도 국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올해는 해방 80주년이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우리에게 늘 상수였고, 기본값이었고, 거역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국력을 더 키워야 미국에게 진정한 동반자이자 동맹 관계를 요구할 수 있을까. 한미 관계의 참담한 비대칭성은 국력보다는 우리의 상상력이 숭미의 틀 안에 갇혀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로 준 복제 신라 왕관이 미국 현지에서 온갖 토크쇼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씁쓸하다.
뉴스타파 김용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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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통령실
이번 합의는 사실 3,500억 달러라는 총액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는 연 20 연금 0억 달러를 상한으로 10년 분할 납부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이른바 ‘마스가(MASGA)’ 용으로 미 조선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3개월 전 포괄 합의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물론 핵추진 잠수함 승인이라는 깜짝 ‘시혜’가 뒤따르긴 했다.
타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외교사에 빛날 최고의 협상”에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 “선 농협신용대출은행 방했다”, “일본에 비해선 많이 지켰다”, “힘썼지만 아쉽다”, “굴욕 외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파와 진영 차이가 투영된 평가다. 하지만 큰 간극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이 제각각의 반응이 사실은 모두가 미국의 일방적 관세 인상 요구를 ‘디폴트값’으로 상정한 데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미국이 일단 소액결제 한도 뭔가를 정하면 한국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숭미(崇美) 근성이 한국 사회 저변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미국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고, 당연히 미국의 정책을 거역할 수 없다는 자학적 사고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한국의 실체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이번 ‘강탈’을 트럼프 시기의 예외적 행위라고 간주하면 큰 오산이다. 가 서브프라임이후 까운 예를 들어보자.
사실 관세 협상보다 훨씬 고상해보이는 ‘한미 FTA’ 즉, 한미자유무역협정만 해도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년 사이 양국 모두 3정권 하에서 3차례나 체결과 개정을 거듭했다. 2006~2007년에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 2010~2011년에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 2017~2018년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1기 정부 때다. 3차례 모두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우리는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미국은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협정을 맺고도 실제 무역에서 생각대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협상과 개정을 잇달아 요구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후 엄연히 한미 FTA가 있는데도 사실상 기존 협정을 헌신짝처럼 폐기하며 관세 인상을 일방 통보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화를 뜯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다시 처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나는 지난 2006년 IMF 10주년 특집 취재를 하면서 매우 충격적인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입수한 적이 있다. 한국이 국가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해가던 1998년 2월 4일, 당시 주한 미 대사 스티븐 보스워스(1997~2001년 재임)가 본국에 보낸 1998년도 대(對)한국 우선순위 목표를 적시한 2급 비밀 전문이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한다.
“미 대사관은 1998년 한반도 목표의 최우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잘 타개해 나가도록 돕는 동시에 IMF와 우리 미국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도록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압박하며,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이 진정한 선진 개방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주지시킨다.”
보스워스 대사가 본국에 이 전문을 보낸 1998년 2월 4일은 한국이 외환위기의 격랑 속에서 겨우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난 후였다. 당시 현직 대통령은 식물 상태였고, 김대중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는 취임도 하기 전에 국가부도부터 막아야 했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기업 통폐합, 대량 해고 사태 등은 중산층 이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이 시기에 우리의 혈맹, 미국은 IMF 상황을 활용해 한국 시장을 완전 개방시키는 등 자국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했다는 것을 이 비밀전문은 보여준다.
출처: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정말로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계십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대량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큰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계십니다.”
“언제나 트럼프 대통령께서 가지신 그 큰 역량으로 전 세계 그리고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이 발언을 라이브로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끝낸 뒤 참모들에게 “우리도 국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올해는 해방 80주년이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우리에게 늘 상수였고, 기본값이었고, 거역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국력을 더 키워야 미국에게 진정한 동반자이자 동맹 관계를 요구할 수 있을까. 한미 관계의 참담한 비대칭성은 국력보다는 우리의 상상력이 숭미의 틀 안에 갇혀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로 준 복제 신라 왕관이 미국 현지에서 온갖 토크쇼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씁쓸하다.
뉴스타파 김용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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