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양자 회담을 마치고 자리를 뜨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이른바 ‘관리된 갈등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경제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지 못하고 조금씩 개선되거나 커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핵심 쟁점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선 엔비디아 같은 특정 기술 기업이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깨지기 쉬운 휴전"
미국과 중국 정상의 지난 30일의 회담은 상호 양보를 통한
신용보증재단 대출 '스몰딜'로 요약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합의는 관세와 수출통제 조치의 일부 완화다. 미국은 기존 평균 57%에 달하던 대중 관세를 47%로 10%포인트 인하했다. 합성 마약 펜타닐 관련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는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은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인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했다. 중단했던 미국산
셀프주유 대두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국영기업 COFCO는 회담 직전 미국산 대두 약 18만 톤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간 항만 이용료 등 해상운송 관련 추가 비용을 12개월간 상호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연간 약 32억 달러의 부담 완화 효과가 추산된다.
그러나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핵심 기술
새마을금고 비과세 분야에선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후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블랙웰'에 대해 "블랙웰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 패권 경쟁은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번 합의를 구조적 문제 해결이 아닌, '전술적 휴전'으로 정확히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주
현대저축은행 채은혜 식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혼조세를 보였다. 회담 당일 S&P500 지수의 1.0% 하락은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였다. 미 중앙은행(Fed)가 29일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도 12월 추가 인하에 대해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메타(-11.3%)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정상회담의 긍정적 효과가 이런 하방 압력
개인회생신청방법 ok법률센터 을 상쇄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시 주석과의 합의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이미 며칠간 기대를 선반영한 탓에 묻혔다"고 전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공포지수' VIX는 안정세를 이어갔다. 10월 29일 기준 VIX 지수는 16.92를 기록해 투자심리가 극단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중립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인 유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3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17달러로 전일 대비 0.31달러 하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64.62달러로 0.40달러 하락 마감했다. PVM 에너지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이번 미·중 합의를 관계 구도의 구조적 변화라기보다는 긴장 완화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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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 반응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비슷했다. 합의의 제한적 성격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싱가포르 삭소 은행의 차루 차나나 수석전략가는 "이번 합의는 미·중 서사를 재설정하려는 초기 시도로 보이지만, 빈틈이 많다"며 "완전한 위험자산 랠리라고 부르긴 어렵고, 리스크 관리형 대응을 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합의는 미·중이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들어간 '깨지기 쉬운 휴전'"이라고 평가했다. 침 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선임 애널리스트는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여전히 부글부글 끓을 수 있으며, 조만간 이견이 수면 위로 다시 떠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밀리 킬크리스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를 "쌍방의 조치 일부를 되감는 디스에스컬레이션(완화)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일시적 변수에서 구조적 요인으로
이번 시장의 반응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전에는 시장이 미·중 갈등이나 중동 분쟁 같은 사건을 일시적인 변수로 보고, 충격이 지나면 다시 안정을 되찾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장은 이런 갈등을 더 이상 일시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세계 경제 구조에 깊이 자리 잡은 지속적 요인, 즉 ‘상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긴장을 단기 뉴스가 아니라 상시 반영해야 할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시장은 ‘위기 이후의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갈등이 상존하는 '뉴노멀' 속에서 가격과 전략을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장 내 미·중 관련 리스크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상존하게 됐으며, 경기나 정책 국면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상향 조정된 베이스라인’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갈등이 생겼다가 해소되는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긴장감이 상시 내재한 체계적 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지속적 고혈압 상태’와 비슷하다. 혈압이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더라도,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듯, 시장 역시 평시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한층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단기 뉴스나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무역 구조, 기술 패권 경쟁이 얽힌 장기적 구조 요인이 시장 가격 결정의 기저에 고착됐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로이터통신이 10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펀드들의 중국 투자 비중은 지난달 기준 평균 1.43%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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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투자 기피가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자본시장 접근을 근본적으로 제약한 결과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경기 회복이나 중국 정부의 정책 부양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리스크를 상시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중국 자산의 ‘정상 비중’ 자체가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는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강경한 시각은 양국 관계의 근본적 개선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이런 정치적 현실을 이미 학습했다. 단기적인 정상회담이나 외교적 제스처가 일시적 안도감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구조적 대립 구도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그 결과 시장의 초점은 “무엇이 합의되었는가?”에서 “무엇이 여전히 합의되지 않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각의 전환이 아니다. 다음 마찰 지점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투자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이벤트의 ‘결과’보다 ‘결렬된 의제’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되는 국면이다. 시장은 긴장을 해소하려는 기대보다, 갈등의 주기적 재점화를 전제로 한 상시 관리 모드로 진입한 셈이다.
'관리되는 갈등'이 강제하는 공급망 변화
'관리되는 갈등'은 글로벌 산업 지형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무역 장벽이 구조화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과 고비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운영 원칙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했던 '적시 생산(Just-in-Time)' 시스템은 이제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중시하는 '유사시 대비(Just-in-Case)'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등의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공급망 재편은 중복 투자와 물류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가장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생산해야 하는 새로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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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5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경제의 가장 주요한 하방 리스크는 '자국 중심의 대외정책 확산과 블록화 진행'이며, 전문가 96%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핵심 자원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겉으로는 협상 타결의 제스처처럼 비쳤다. 그러나 실상은 ‘자원 무기화’ 가능성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위험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결정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0월 9일 기술·장비·최종 사용자에 대한 기준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그 시행을 일시적으로 미루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유보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중국은 이 조치를 미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마주르 트리비움 차이나 분석가 역시 "희토류는 중국의 핵심 레버리지"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핵심 광물 공급망의 탈 중국화를 서두르고 있다. EU는 에스토니아 나르바 지역에 영구자석 공장을 건설하는 등 역내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태양광 산업에서 겪은 실패를 교훈 삼아 그린기술 등 전략산업에서 중국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보적으로 덜 민감한 분야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확인됐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는 미국 농업계에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시카고 곡물 시장에서 대두 선물가격은 10월 30일 1.2% 상승하여 부셸당 11.08달러에 마감하며 15개월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안보적으로 민감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디커플링(탈동조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에너지처럼 비민감 품목에서는 실리를 중시한 협력이 부분적으로 되살아나는 이중 구조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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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상호 부과해온 항만 이용료 등 해상운송 관련 추가 비용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세계 조선·해운시장에서 과열 경쟁을 완화하고 물류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연간 약 32억 달러 규모의 요금이 유예돼 미·중 간 해운 비용 상승 압력이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회담 직후 주요 해운 운임 지표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이번엔 기업 단위의 가치 평가에도 지정학적 갈등이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선 핵심 기술 기업들은 단순한 산업 주체를 넘어, 양국 경쟁의 흐름과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대리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지정학은 단순히 외부에서 영향을 주는 변수가 아니라, ‘가치’나 ‘성장’처럼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지정학이 새로운 투자 기준인 ‘지정학적 리스크 팩터(Geopolitical Risk Factor·GRF)’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정치나 국제 갈등이 투자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배경 요인’이었다면, 지금은 그것이 직접적으로 기업 가치와 시장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상징적인 사례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지난 29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 기업의 펀더멘털은 AI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와 독점적인 기술력에 기반한다. 그러나 올 하반기 엔비디아의 주가 움직임은 전통적인 실적 분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변수, 즉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시작했다.
부산 정상회담을 전후한 엔비디아의 주가 변동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블랙웰'을 "슈퍼 듀퍼 칩"이라 칭하며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의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그러나 회담 종료 후, '블랙웰 칩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약 2% 하락하며 즉각적인 실망 매물이 나왔다.
이런 흐름은 엔비디아가 지정학적 뉴스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정치 민감형 기업'이 됐다는 뜻이다. 우선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서 가장 직접적인 타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엔비디아에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거대한 시장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중국 매출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보수적인 전망을 하였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책(CHIPS Act)과 에너지부의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대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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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인이 서로 얽히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단순히 실적이나 기술력뿐 아니라, 미 상무부의 수출 규제 발표나 백악관의 대중국 발언 같은 지정학적 뉴스에도 직접적으로 반응하게 됐다. 결국 투자자들은 이제 엔비디아 주식을 통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거래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은 반도체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시행 중인 강력한 반도체 수출 통제는 단순한 무역 규제가 아니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국가 안보의 문제이자 지정학적 경쟁의 전쟁터’로 바꾸어 놓았다.
이 영향은 칩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 기업부터 첨단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가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까지,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의 모든 기업에 미친다. 이제 이들 기업의 사업 전략이나 투자 결정은 기술적 판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 워싱턴과 중국 베이징의 정치적 결정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ASML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이후 2025년 매출 전망을 낮췄다. 주가도 연초 대비 약 5%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자들에게 새로운 리스크가 됐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수출 통제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약화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안보 강화’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신의 경쟁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디로
중국은 이 상황을 ‘국산화 가속화의 기회’로 바꾸고 있다. 최근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I 칩 ‘910C’와 고성능 메모리(HBM)를 공개했다. 오는 2026년까지 AI 칩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미국의 규제를 피하면서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독립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정학적 영향은 반도체 기업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비슷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애플과 테슬라는 중국에서의 생산 및 판매 비중이 높다. 미·중 관계 악화 시 즉각적인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애플은 2023년 중국의 공공부문 아이폰 금지 소식으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 증발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의 '관리되는 갈등'은 한국의 주력 산업에 각기 다른 형태의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며 산업 지형을 재편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최대 시장인 중국과 핵심 기술 동맹인 미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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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인 규제 준수의 부담을 안긴다.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의 잠재적 매출 손실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 등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 노력은 한국 기업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위상을 재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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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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