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세파르로 가는 길, 암반이 나무숲처럼 펼쳐진 타실리나제르국립공원의 풍경.
사하라사막에서 본 한 장의 암각화 사진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곳이 바로 타실리나제르국립공원Tassili n'Ajjer National Park이었다. 끝없는 모래바다 한가운데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그곳은 수천 년 전에 그려진 암각화가 엄청나게 많았다. 황량한 사막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물이 흐르고 초목이 자라던 비옥한 땅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들은 가축을 몰고 다니며 사냥을 했고, 축제를 열며 노래했다. 그들의 삶의 흔적은 지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금도 바위 위에 남아 선사시대의 숨결을 전하고 있었다.
타실리나제르는 알제리 남동부, 리비아와 니제르, 말리와 맞닿은 광활한 고원지대에 자리한다. 면적 7만2,000㎢, 한반도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지금은 사하라사막의 일부지만, 기원전 12,000년에서 6,000년 전까지는 비가 잦고 초원이 펼쳐져 사람들이 거주하던 땅이었다. 이
바다이야기 후 기후 변화로 건조화가 진행되면서, 4,500년 전쯤부터 지금의 사하라 모습으로 변해 갔다.
뜨거운 모래 위에서 피어오르는 투아레그 차는 광막한 사하라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전해 준다.
1930년대 프랑스 군인들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에 의해 암각화가 처음 발견되면서 타실리나제르는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이후 발굴된 유적과 벽화는 무려 1만5,000점 이상. 기원전 1만 년부터 서기 1세기까지의 인간의 흔적이 바위 위에, 그리고 협곡 사이에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사막이 아니라, 인류가 남긴 거대한 시간의 박물관이었다. 타실리나제르에는 다양한 투어 코스가 있지만, 나는 암각화를 따
릴게임신천지 라 걷는 4박5일 세파르Sefar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다.
1일차, 고원으로 오르는 길(악바 타펠랄트~탐릿, 13.8km)
새벽 무렵 도착한 쟈넷Djanet공항은 작지만 분주했다. 입국장에는 여행사 직원들이 손님을 맞으러 나와 있었고 가이드 없이 혼자 도착한 사람은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동안 왓츠앱으로만 연락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을 주고받던 쟈넷 현지여행사의 유세프를 마침내 만났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타실리나제르에 간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4륜구동 차량으로 이동해 타실리나제르 고원 기슭의 악바 타펠랄트Akba Tafelalt에 도착했다. 이곳이 트레킹 시작점이다.
출발지점에서 함께 걸을 팀을 만났다. 아홉 마리의 노새, 가이드 겸 쉐프, 포터 세 명이 전부였다. 모두 투아레그Tuareg족이다. 투아레그족은 수천 년 동안 사하라를 누비며 살아온 사람들로, 이 험준한 사막에서 길을 찾고 생명을 이어가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사막의 유목민인 그들은 파란 옷을 입는다 하여 '사막의 푸른 사람들'이라 불린다. 첫날 여정은 세 개의 절벽을 오르면서 타실리나제르 고원 정상에 도달하는 것. 도보로 약 7~8시간이 소요된다.
황량한 벌판 위에 돌로 둘러싼 작은 원형 무덤, 투아레그 남자의 무덤으로 머리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 방향을 향하고 있다.
고도 1,500m에서 2,000m까지 오르는 구간이라 숨이 가빠졌다. 길은 돌과 바위투성이였고, 오르막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매 걸음마다 펼쳐지는 장관이 피로를 잊게 했다. 도마뱀, 곤충, 작은 새들.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많은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점심 무렵, 통역 가이드까지 합류하면서 팀은 완벽해졌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암각화와 마주했다. 바위 위에 새겨진 여인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섬세했다. 6,000년이 지난 그림인데도 여전히 선명했다. 그때도 미인의 기준은 지금처럼 날씬한 몸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말했다.
"소의 피와 우유를 섞어 그렸어요. 피는 생명, 우유는 풍요의 상징이에요."
학자들은 산화철과 광물 안료라고 설명하지만, 그의 말이 훨씬 이 사막에 어울렸다.
한낮의 태양이 정수리를 찌를 때, 우리는 타루트Tarout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타루트는 뿌리가 30m나 뻗어 사막에서도 물을 찾아내는 나무다. 가지가 양산처럼 펼쳐져 있고, 투아레그 사람들은 그것을 생명의 나무라 부른다. 그늘 아래 들어서는 순간 마치 오아시스에 들어온 듯 시원했다. 그늘 하나로도 생명을 이어가는 사막의 이치를 알 것 같았다.
틴 카니에서 오운 아그르브른으로 가는 길. 바위 틈 사이로 고대 사이프러스 나무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첫날의 캠프는 탐릿Tamrit. 1986년까지도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었다.
식사 전, 먼저 차를 마셨다. 셰프가 낡은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렸다. 모래 위에서 끓는 물소리가 은근하게 퍼지고, 녹차와 민트잎, 설탕이 차례로 들어갔다. 주전자를 높이 들어 거품을 만들고, 부어내고, 다시 섞고, 그 반복 속에 차에는 서서히 사막의 향이 물들어 갔다. 이것이 바로 알제리 전통차, 투아레그 차였다. 그들은 차를 세 번에 걸쳐 나눠 마신다. 첫 잔은 죽음만큼 쓰고, 두 번째 잔은 삶만큼 강하며, 세 번째 잔은 사랑만큼 달다고 했다. 세 잔을 모두 마셔야 비로소 차가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차를 만들고 나눠 마시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를 위한 빵은 즉석에서 구웠다. 밀가루 반죽을 숯불과 모래로 덮어 구워내는 타질라Tajella. 투아레그족을 비롯한 사막 유목민에게 이 빵은 환대와 공동체의 상징이라 했다. 빵이 다 익자 모래를 털어내고, 불빛 아래 나눠 먹었다.
모닥불 앞에 앉아 있자, 하루의 피로가 모래 속으로 스며들었다. 종일 걸으며 고원 위로 올랐고, 밤에는 그들의 문화와 전통 속으로 들어갔다. 사막의 첫날밤은 낯설지만 따뜻했다.
타실리나제르 고원의 암벽에 새겨진 '화이트 세파르의 위대한 신'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선사시대 암각화.
2일차, 화이트 세파르의 경이(탐릿~테프리스트 10.8km)
아침부터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선명하게 차가웠다. 아침식사 후, 우리는 완 구파Wan Goufa와 완 투하미Wan Touhami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이드가 멈춰 서더니 돌무더기를 가리켰다. 그곳은 옛 무덤이었다. 남자의 무덤은 메카를 향해 누워 있었고, 머리와 다리의 위치로 성별을 구분한다고 했다.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여성의 무덤이 나왔다. 가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기도했다. 그곳은 바로 그의 할머니 무덤이었다.
"내 조상은 1960년대에 쟈넷으로 이사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사막과 함께한 세월이 묻어 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암각화는 6,000년의 세월을 견딘 여인의 섬세한 선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도 미인의 기준은 지금처럼 날씬한 몸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가 되어 화이트 세파르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는 암각화 군락지 한가운데서 했다. 모래와 바위 첨탑이 복잡한 미로를 이루는 곳으로 수많은 암각화가 남아 있는 장소였다. 이번에 만난 암각화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했다. 소가 수레를 끄는 장면, 사냥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동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6,000년이 지난 그림인데도 여전히 선명했다. 이곳이 한때 초원과 호수가 펼쳐진 땅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황량한 사막 속에서 나는 지구가 끊임없이 변해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위 그늘 아래서 통역 가이드는 암각화에 그려진 사람의 얼굴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했다.
약 8,000년 전은 코끼리, 기린, 하마 같은 대형 야생동물이 주로 그려졌고, 인물은 단순한 직선 형태로 표현되었다. 약 6,000~5,000년 전에는 소, 염소, 젖 짜는 장면이 등장하고 얼굴은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단순화되었다. 약 4,000년 전부터 종교와 주술 관련 그림이 주를 이루었고, 얼굴은 원형으로 표현했다. 약 2,000년 전 이후부터는 사하라가 점차 건조해지고, 교역로가 열리던 시기여서 말과 낙타, 그리고 전차가 등장하며 이동과 무역 중심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암각화들이 좀더 이해가 잘 되었다. 바람이 바위 표면을 스치고 햇살이 암벽 위 그림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살아가는 찰나의 시간은 어떤 흔적을 남길까?
쟈넷 사막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사암 바위, 이 바위에는 기원전 6000년경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소의 음각화가 있다.
3일차, 블랙 세파르와 위대한 신(세파르~틴 카니 18km)
아침식사 후 블랙 세파르를 탐험하는 날. 끝없이 펼쳐진 붉은 바위 사이로 수많은 페인팅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블랙 세파르에는 수많은 그림들이 당시의 야생동물과 일상생활을 보여 주었다. 사냥꾼, 개, 영양, 아프리카 가면, 출산 장면 등. 길 위에는 어떤 울타리도, 안내판도 없었다. 보호 시설이라곤 유적 주위에 돌을 빙 둘러쌓아 경계선을 표시한 것이 전부였다. 이곳까지 오는 길이 험하니 그 자체가 보호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간혹 훼손된 벽화나, 누군가 남긴 낙서가 보이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토록 귀한 유산이 바람과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타실리나제르 고원의 중심부 오운 아그르브른으로 이어지는 깊은 협곡, 멀리 보이는 좁은 바닥길은 한때 사하라의 물길이었다.
수많은 암각화 중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다. 그림 앞에 서니, 내 키보다 큰 인물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마치 우주복을 입은 사람처럼, 혹은 신에게 기도하는 제사장처럼 보였다.
가이드가 설명했다.
"이건 위대한 신이라 불러요. 세파르 지역의 대표적인 인물상이지요."
벽화 속 인물은 거대했고, 머리에는 뿔처럼 보이는 장식이 있었다. 양팔을 벌린 자세는 환영이나 의식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주변에는 더 작은 인물들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마치 공동체의 제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 그림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신과 인간, 그리고 사막이 함께 존재하던 시간의 증거였다. 우주인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 오래된 신화의 잔영을 본 듯했다.
틴 카니Tin Kani로 가는 길에 작은 오아시스를 만났다. 그곳에 고여 있는 맑은 물에 가이드는 손을 담갔다.
"이 물은 축복이에요."
그의 말처럼, 이곳에서 물 한 모금은 생명과 다름없었다.
멀리서 세파르 록 시티Sefar Rock City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바위들이 숲처럼 솟아올라 있었다. 누군가는 이곳을 사막의 맨해튼이라고 부른다. 드론으로 찍은 영상 속 풍경은 마치 거대한 도시가 바위 속에서 잠들어 있는 듯하다. 사막 위의 빌딩숲, 그 안에서 인간이 남긴 그림만이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울고 있는 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암각화. 높이가3m가 넘는 소의 얼굴은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커다란 눈에서는 마치 진짜 눈물이 떨어질 듯하다.
4일차, 고원의 끝에서(틴 카니~오운 아그르브른 18.8km)
아침 햇살이 바위 위를 천천히 비추었다. 출발 직후, 새로운 형상의 암각화 군락지를 방문했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은 놀라울 만큼 선명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많았다. 동물들 모습도 낯설었다. 가이드는 "8,000년 전 그림이에요"라고 말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그림은 시간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또렷했다.
이제부터는 그림보다 풍경이 이야기를 대신하는 구간이었다. 바위 사이로 사이프러스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카시아 군락처럼 줄지어 선 나무들이 건기에도 여전히 푸른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가이드는 손짓하며 말했다.
"아마 예전엔 이 아래로 물이 흘렀을 거예요."
실제로 지형은 마른 계곡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그곳은 한때 생명이 흘러가던 계곡의 자리였다. 바위 위에는 흐릿해진 음각화로 그린 커다란 코끼리가 있었다. 태양빛에 바래서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국 위로 바람에 밀려온 모래가 덮여 있었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덮고, 시간이 지나면 그림이 사라진다. 이곳에서는 유적을 지키는 것도, 잊히는 것도 모두 자연의 몫이었다.
고원 끝자락에서 깊은 협곡이 나타났다. 바람이 협곡 벽을 따라 휘몰아쳤다. 고개를 내밀면 아찔할 만큼 깊었다.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것은 끝없는 너덜길. 발밑의 돌이 부서지는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 지나왔던 길인데 올라올 때와 내려올 때의 세상은 전혀 달랐다. 그게 바로 사막이었다. 빛이 바뀌면 색도, 길도, 기억마저 달라지는 땅. 하루 종일 걸어도 변함없는 황톳빛, 그러나 그 속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얼굴이 있었다.
5일차, 사막과의 작별(오운 아그르브른~악바 타펠랄트 3.5km)
마지막 날 아침. 유독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노새 등에 짐을 올려 싣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며칠 동안 우리를 감싸주던 맑은 하늘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가느다란 빗방울을 흩뿌렸다. 정오쯤 악바 타펠랄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트레킹 팀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낙타와 모래, 별빛으로 이어진 시간들이 이제는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도시로 돌아온 뒤, 마지막 일정은 '울부짖는 소The Crying Cow'를 보러 가는 일이었다. 쟈넷 외곽,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에 새겨진 한 마리의 소. 그 거대한 음각화 앞에 섰을 때 나는 말없이 숨을 고르며 바라보았다. 그림은 단순하지 않았다. 높이 3m가 넘는 소의 얼굴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커다란 눈에서는 마치 진짜 눈물이 떨어질 듯했다. 8,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람과 비, 사람의 손에도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 옆에는 기다림의 자세로 선 작은 소들이 함께 있었다. 그중 한 마리의 눈에서 흘러내린 한 방울의 눈물. 그로 인해 사람들은 이 작품을 '울고 있는 소'라 부른다.
가이드는 조용히 말했다.
"가뭄이 길어 물을 잃은 소의 갈증을 그린 것이라 해요."
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거대한 눈에서 떨어질 듯한 눈물, 그 곁에 남은 바람의 소리. 이곳은 단순한 예술의 흔적이 아니라 고대인의 기도, 그리고 생명에 대한 슬픔의 기록이었다.
이제 여행의 끝이 다가왔다. 막연했던 꿈같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두 발로 그 길을 걸었고, 내 눈으로 그 모든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마음으로 그 시간을 안았다. 꿈을 가지고,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막이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여행 정보
접근
알제리 수도 알제Algiers에서 국내선으로 쟈넷Djanet까지 약 2시간 30분 소요. 알제리항공 주 3회 운항.
비자
알제리 남부 여행을 위해서는 남부 지역 입국이 가능한 도착비자VOA 필요. 이 비자는 알제리 정부 공식 인증 여행사를 통해서만 발급. 여행사 선택이 곧 비자 발급의 시작이다.
최적기
10~4월. 여름(6~9월)은 기온이 50℃를 넘어 위험하다.
난이도
중상. 하루 평균 6~8시간 도보, 고도 1,500~2,000m 구간을 오르내려서 기본적인 체력 필수.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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