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좌표 : 일회용 청년들
드라퍼, 쉽게 쓰고 버린다
③ ‘키다리아저씨’의 심부름꾼에서 벗어난 20대 남성
[중독의 좌표]
‘고수익 일자리’는 청년들을 온갖 범죄에 발 들이게 하는 달콤한 미끼다. 마약 시장에선 이 미끼를 문 청년들이 말단 유통을 책임지는 던지기책, 이른바 드라퍼(Dropper)로 가담한다. 누군가는 생계 자금이 필요해서, 누군가는 중독된 채 약을 구할 돈을 마련하려고 마약을 나누고, 숨겨가며 ‘좌표’를 만든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김태정(가명) 씨도 중독
황금성릴게임 자였고, 더 많은 약을 사려고 돈이 필요했다. 그러다 어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마약 공급자가 됐다.
김태정(가명, 오른쪽 두 번째) 씨가 최근 법원 선고를 받고 지인들과 이동하고 있다. 그는 징역 8개월
백경게임 , 집행유예 2년. 그리고 40시간의 약물 치료 이수를 명령받았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이영기 기자] “마약을 하지 않을 땐 정신과 약을 먹었어요. 공황장애 때문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제정신일 틈이 하나도 없었더라고요.”
지난 여름 김태정(가명, 20대 남성)씨는 A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경찰서를 제 발로 찾았다. 늘 약에 취해있던 김씨가 제정신을 차린 찰나였다. 그는 던져야 했던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 개를 모조리 들고 경찰에 자수했다.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씨는 “그날도 딜러가 회수 오더를 내려서 지방에 출장 갔는데 약기운이 깨니까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고 자수했던 때를 회상했다.
자신이 복용할
릴게임온라인 정신과 약을 깜빡하고 출장을 온 김씨는 그 ‘실수’가 자신을 구원해 줬다고 표현했다. 그는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경찰서로 갔다”고 했다.
중독의 첫 신호
시작은 대마였다.
동네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연예인 얘기를
게임몰 하다 마약으로 주제가 흘러갔다. 김씨는 “어느 친구가 자기도 해봤다길래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친구가 아는 형을 통해 대마를 구해줬다.
투약하고 처음 몇 달은 내가 중독됐단 감각은 없었다. 김씨는 “기분 전환하고 싶은 날 담배 피우는 정도로 조절됐다”고 했다. “그러다 반년 정도 지나자 약속에 지각하는 일도 많아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기 시작했다.” 중독의 첫 신호였다.
포털에 검색하자 마약을 거래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엔 친구를 통해 알음알음 구했는데 온라인을 알게 됐다”고 했다. “검색하기만 하면 최상단에 마약 관련된 링크가 뜬다.”
마치 불법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쉽게 발을 들이게 됐다. 텔레그램에서 자신이 드라퍼로 일하게 된 그 딜러를 처음 알게 됐다.
‘드라퍼’로 일하다 자수한 김씨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용돈 50만원 건넨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
김씨는 자신을 고용했던 딜러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인물. 하지만 채팅창에 뜨는 그의 어휘 수준이나 말투엔 교양이 묻어있었다. 지적 수준이 높아 보였다. 그 ‘선생님’은 “나는 관현악단 단원이다. 유치원 다니는 딸이 있다”고도 소개했다.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마약 거래자들이 모인 채팅창에서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 주는 등 예술 취향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내 힘든 얘기를 잘 들어줬고 대화를 많이 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딜러가 거의 내 상담사였다”고 했다.
18살 때 김씨는 친구같이 지내던 아버지를 잃었다. 다니던 직업고등학교도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자퇴했다. 긴 방황의 시작이었다. 정서적으로 기댈 존재가 사라지자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통신 비용이 없어서 핸드폰을 쓰지 못한다는 그에게 ‘선생님’은 50만원 현금을 보내줬다. “왜 이렇게 (딜러가) 나한테 잘해주지 싶더라고요. 서로 신뢰가 쌓인 것 같았어요.” 김씨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말했다. “돈이 필요하면 물량을 뿌려볼래?” 김씨는 그러겠다고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심부름꾼이 되다
자수하기 직전까지 두어 달 동안 김씨는 딜러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뿌렸다. 특정 지역의 은밀한 곳에 밀봉한 마약을 숨겨두고 ‘좌표’를 만들면 구매자가 좌표대로 찾아가는 수법이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익명과 비대면의 거래다.
그는 “부산이면 부산, 광주면 광주. 딜러가 시키면 전국 어디든 갔다”고 했다. “마약을 숨겨둔 ‘좌표’를 뿌리고, 물건을 회수하고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씨는 두 달 만에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그렇게 번 돈 일부는 자신이 소비할 약을 사는데 썼다.
딜러가 마약을 뿌리는 사업은 마치 프랜차이즈 사업 같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서울 지도를 쫙 펼쳐놓고 동선을 짰다”며 “동네에 폐업한 헬스장 같은 곳을 찾아서 거기에 약을 숨겼다”고 했다.
김씨는 “동네 폐업한 사업장 같은 곳을 ‘좌표’로 찍고 약을 뿌렸다”고 말했다. [123rf]
딜러는 마약을 공수해 소매로 공급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아예 마약을 재배할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
김씨는 “딜러가 적절한 장소를 찾아서 조만간 한국에 랩실을 마련할 거라고, 대마나 환각 버섯(magic mushroom) 같은 건 직접 재배하고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자기는 절대 안 걸릴 거라고 자신하는 것 같았어요.”
경찰의 수사를 피할 수 있는 계획도 딜러에겐 있었다. 김씨는 “자기가 아는 변호사가 있다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주고 만약 수사가 들어오면 이쪽으로 연락하라고 했다”며 “경찰 쪽에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들은 다 아는 방법이 있다”고도 했다.
“엄마랑 둘이 사는 것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약과 단절할 결심을 한 김씨. 이후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받아 보니 늘 메신저로만 연락하던 딜러였다.
딜러는 김씨가 어디에 살고 마지막으로 어디서 일했는지, 가족 관계는 어떠한지 신상을 쭉 읊었다.
그는 “딜러와는 해외 번호를 개통해 가입한 텔레그램이나 시그널로만 연락하고 신상에 관한 정보를 전혀 오픈하지 않았는데 나에 대한 인적 사항을 꿰고 있었다”며 “내 번호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딜러가 ‘네가 엄마랑 둘이 사는 것도 안다’고 했다. 흥신소라도 쓴 건지, 지금까지 의문이다.”
핸드폰 너머 들리는 딜러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김씨는 “말하는 내용은 분명 협박인데 전혀 흥분하지 않고 고상한 단어를 썼다”며 “한국인 말씨였고 중년 남성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딜러는 김씨가 ‘드랍’하기로 했던 액상 대마를 내놓으라고 했다. 이때 이미 김씨는 경찰에 그 물건을 넘기고 자수한 뒤였다.
그는 “당황했지만, 자수 얘기도 하고 더 이상 안 할 거라고 말했다”고 했다. “큰돈을 움직이는 딜러가 시가 1500만원 정도 대마 때문에 굳이 피해 보는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김씨는 마약과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를 끊었다.
“매일 갈망과 싸운다”
또래들은 대학 졸업하고 한창 취업 준비할 나이. 이제 막 20대 중반에 접어든 A씨는 매일 마약과 결별하고 있다.
그는 “하루 종일 갈망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과 만난 자리에서도 “방금도 (갈망을 다스리는) 처방약을 먹었다”고 했다.
자수한 후 김씨는 한동안 집을 떠나지 못했다.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졌다.
김씨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화살처럼 느껴졌다”며 “집 앞 편의점에도 공포감 때문에 새벽까지 기다렸다 나갔다”고 했다.
최근 법원에선 김씨의 선고 재판이 있었다. 판사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제 약을 끊으려고 노력한 지 3개월. 그는 마약 재활을 돕는 공동체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매일 갈망과 싸우면서, 그렇게 단약을 유지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마약에 빠졌던 세월이 “마치 증발한 시간 같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이 즐기는 ‘청춘의 시간’은 자기에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회스러운 선택을 했고, 남들보다 아픔을 일찍 겪었고, 다시 출발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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