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극인 가부키를 소재로 삼은 영화 ‘국보’는 혈통과 세습을 중시하는 가부키 문화를 진지하게 그리는 동시에 탄탄한 미장센으로 가부키 무대를 스크린 위에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키쿠오는 야쿠자인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는다. 이후 가부키의 명맥을 잇는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 가문에 견습생으로 들어가고,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와 경쟁하며 성장한다.
여기까지가 일본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의 가장 큰 줄기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이 이야기를 든든한 밑짐으로 둔 채 ‘국보’는 씨실과 날실이 얽히고, 새순을 틔우듯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 안에는 혈통과 세습, 경쟁과 우정,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 밀도
야마토게임방법 높게 담긴다. 이 영화가 지난 10일까지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최고 흥행을 목전에 둔 원동력이다.
이상일 감독
먼저 키쿠오(요시자와 료)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17세기부터 시작
온라인릴게임 된 일본 전통극인 가부키 무대에는 성인 남성만 설 수 있다. 키쿠오는 여성 역을 맡는 남자 배우인 ‘온나가타’ 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가부키는 명문 가문의 아버지와 아들이 배우의 예명까지 물려받는 세습이 전통이자 법칙이다. 키쿠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천부적 재능을 가진 키쿠오는 피나는 노력까지 더하며 슌스케를 넘어 선다.
백경게임랜드주위의 시선은 냉정했다. 투자자는 “가부키는 세습이 전부야. 너만 억울하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슌스케의 엄마는 “배우라는 자들은 지독히 탐욕스러운 동물”이라고 그를 비난한다. 키쿠오 역시 슌스케에게 “내가 지금 가장 원하는 건 너의 피”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실은 달랐다. 키쿠오에게는 어질고 슌스케에서는 모진 한지로는 아들
뽀빠이릴게임 대신 키쿠오를 후계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한지로가 죽고 난 후 키쿠오는 더 이상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밀려난다. 후계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낳은 여성과 그 아이까지 외면하고 “최고의 가부키 배우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건 필요 없다”며 악마와 거래한 그는 날개 없이 추락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키쿠오는 가부키 최고 영예인 ‘인간 국보’가
한국릴게임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다음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의 시선이다. 한지로의 아들인 그에게 모두가 “네가 후계자”라고 말한다. 이를 당연히 여기는 슌스케는 키쿠오의 재능을 질투하면서도 진지한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결국 키쿠오가 후계자로 지명받자 슌스케는 사라진다. 8년 후, 한지로가 숨졌다는 소식에 슌스케는 돌아온다. 그리고 모두의 바람대로 후계자의 자리에 앉는다. 키쿠오의 자리가 탐나서가 아니다. 슌스케에게도 아들이 생겼다. 그 아들을 적통 후계자로 성장시키기 위해 슌스케에게 그 자리가 필요했다.
‘국보’의 마지막 주인공은 단연 가부키다. 질투를 표현한 ‘도죠지의 두 사람’,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네자키 동반자살’, 인간 국보의 자리에 오른 장년 키쿠오의 1인극 ‘백로 아가씨’까지. 가부키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그 아름다운 몸짓과 의상, 이를 스크린에 적절히 구현한 미장센을 한껏 즐길 수 있다.
‘국보’는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이는 놀랍게도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일본 문화와 친숙하다. 가부키 또한 마찬가지”라면서도 “저의 뿌리는 한국이고, 저는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오랜 기간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키쿠오는 일종의 페르소나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을 멈추지 않지만 혈통과 적통의 편견 앞에 무릎 꿇게 되고, 또다시 분연히 일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는 보편적이다. 가부키라는 소재에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국보’는 가부키 그 자체보다 가부키 배우들, 또 그를 지지하는 가족들에 대한 휴먼 드라마”라며 “가부키라는 일본 전통 예술을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9일 국내 개봉하고, 15세 이상 볼 수 있다. 긴 러닝타임(175분)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참으로 아름답구나”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처럼, 관람을 마칠 때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곱씹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