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골살이] 남해를 달리고, 알리고, 살리는 길(남해 250㎞ 도전기)
2025년 11월 23일, 어스름한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일요일 아침. 새벽 5시부터 켜놓은 알람을 차례대로 끄며 일어났다. 전날 챙겨둔 옷을 입고 제법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팜프라 친구들이 수개월간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날이다.
남해 250㎞는 남해 섬 한 바퀴를 달리는 트레일 러닝 프로젝트다. 바다, 산, 숲, 마을, 논, 밭길을 6박 7일 동안 달리고, 먹고, 자는 트레일 러닝과 캠핑이 결합한 울트라 트레일 레이스로, 국내에서는 최장 거리 레
바다신2다운로드 이스다. 총 거리 250㎞, 누적 고도(여정 중 모든 상승 고도를 합산한 값)는 8700m에 달하는 여정이다.
남해 250㎞ 출발선 앞에 선 참가자들. /김상욱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정식 개
무료릴게임 최를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로, 30㎞ 부문 12명, 250㎞ 부문 7명, 스태프 5명과 함께 진행되었다. 슬로건은 "Run to Recover". 초보자와 숙련자, 소수 운영진이 함께 만들어 가는 비경쟁 프로젝트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나도 용기를 냈다.
#하루에 이만큼이나 뛴다고요?
250㎞의 여정 중
신천지릴게임 첫 번째 스테이지인 두모마을~사촌해수욕장 구간만 달리는 30㎞ 코스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두모마을에서 출발해 용문사(10㎞)를 거쳐 다랭이마을(21㎞)까지 두 CP(체크 포인트)를 거쳐 간다. 하루에 이만큼이나 뛴다고…? 싶지만 아직 놀라긴 일렀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설흘산-응봉산을 거쳐 사촌해수욕장까지 가는 마지막 7㎞ 코스까지 지나야 비로소
황금성오락실 끝이었다. 음료와 간식이 제공되는 CP도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고, 전체 코스 제한 시간도 있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컷오프(제한 시간 내 들어오지 못할 경우)될 가능성도 있었다.
코스 초반, 이 때만 해도 좋았다. 맨 앞이 나. /김상욱
야마토게임방법 해안도로 변에서 친구들과 기념촬영 한 컷. /김상욱
아주 간헐적으로만 가볍게 러닝하고, 대회는 10년 전 하프 마라톤 경험이 전부인 나. 트레일 러닝 입문자인 내가 살아남으려면 대비가 필수적이었다.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난 뒤 2~3일에 한 번씩 마을 저수지와 해안도로를 5~10㎞ 정도 달렸다. 이 정도면 연습이 될 것 같았다.(실제론 어림도 없었다.)
대회가 치러지는 11월은 일교차가 커서 필수 장비도 꽤 많았다. 트레일 러닝화, 조끼, 방풍 자켓, GPS 러닝 시계, GPX(경로 정보가 담긴 데이터 지도) 등등…. 생각보다 많은 장비가 필요했고, 정식 대회에서는 장비가 미비하면 탈락할 수도 있다니 또 놀랐다. 여러 가지로 새로운 트레일 러닝의 세계에 놀라며, 아치 서포트 기능이 있는 러닝화만 새로 사고, 나머지 장비는 친구에게 빌려 준비를 마쳤다.
#달콤한 착각: 생각보다 할 만한데?
시간은 착실히 흘러 대망의 대회 날. 출발지에 도착했을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하더니, 준비를 모두 마칠 때쯤엔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기념품으로 받은 형광색 트레일 러닝용 양말을 나란히 신고 스트레칭을 했다. '남해 250㎞, 화이팅!'을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고 드디어 출발! 지평선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 태양을 바라보며 19명의 참가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느낌이 좋았다.
사실 내 목표는 완주가 아니었다. 두 곳의 CP에 무사히 도착해서 간식을 제때 잘 챙겨 먹기만 해도 훌륭할 것 같았다. 첫 10㎞까지는 대부분 평지여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대화를 나누며 달릴 여유가 있었다.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생각하며 첫 번째 CP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춤추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따끈한 꿀 가래떡과 유자차를 먹고 나니 생각보다 할 만해 각종 사탕과 간식을 살뜰하게 챙겨 다시 출발했다.
본격적인 등산 코스에서 고군분투 중인 나(가운데). /김상욱
두 번째 코스도 비교적 무난했는데 동행한 친구의 무릎이 좋지 않아서 천천히 걸었다. (사실 이때부터는 계속 걸었다….) 대신 함께 걷기를 택한 무리가 많아져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트레일 러닝이 뭐가 좋나요?' '당신은 왜 뛰나요?' 자연 가까이에서 뛰는 게 좋아서, 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끝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고통을 잘 잊어버리는 사람들만 이걸 한다고, 똑똑한 사람들은 트레일 러닝을 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대회가 끝나고 난 뒤 며칠간 절뚝거리며 다녀보니 알 것 같았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만 트레일 러닝을 하는 거라는 걸.
#위기는 우리를 뭉치게 한다
어영부영 걷고 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CP에 도착했다! 아직 12시가 되지 않은 시간, 제한 시간인 2시까지 남은 7㎞의 코스도 완주할 수 있어 보였다. 돌문어를 잔뜩 넣은 주먹밥과 뜨끈한 멸치육수를 들이켜고 나니 호랑이 기운이 샘솟았다. CP를 지키는 팜프라 친구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기세 좋게 설흘산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돌과 낙엽이 깔린 산길이 등장하자 샘솟던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가도 가도 끝이 없던 코스. /김상욱
사실 이때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했다. 남은 거리가 7㎞인데, 600m가량의 상승고도가 모두 이 후반부에 몰려있었던 것을 알면서도 올라왔으니…. 아무튼 다시 내려가기엔 이미 늦었고, 시간 내에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겨버렸기에 나와 친구들은 직진, 아니 직상승을 감행했다. 도대체 여기가 길이 맞나? 의심이 들 때쯤 'NAMHAE 250KM'가 적힌 노란 리본이 우리를 응원하듯 나타나 주었다. 지도 확인과 길 찾기 등의 역할을 분담하며 친구들과 에너지젤, 소금 사탕 등 비상식량을 나눠 먹었다. 이건 러닝이 아니고 클라이밍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암석이 많고 가파른 지형을 지날 때는 이 루트를 개발한 팜프라 친구들이 잠시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사진 작가님이 열과 성을 다해 멋진 사진을 남겨 주셔서 다시 힘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은 의심(이 길이 맞나?)과 희망(이제 다 내려왔나?!)과 절망(나 이거 왜 하고 있지?)과 파이팅(그래도 해야지. 끝을 봐야지!) 사이를 오고 갔는지 헤아리기도 어려워진 코스의 끝자락. 함께하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거리가 벌어지더니 마지막에는 나와 한 친구만 남았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한 발짝 앞만 보고 내디뎠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가는 것뿐이었다.
피니시라인을 통과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김상욱
도무지 보이지 않던 평지가 나타났다. 다행히 마지막 결승선인 사촌해수욕장 해변에는 아직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제한 시간은 지났어도 마지막 주자까지 친구들이 하나하나 응원해 주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자 얼른 달려가고 싶었지만, 무릎이 아픈 친구의 손을 잡고 천천히 끝까지 같이 뛰었다.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데 '이제 진짜로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나왔다.
#우리는 왜 달릴까
배번표도, 기록칩도 없는 비공식 대회였기에 다행히 우리도 소중한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두모마을의 상징인 팔색조가 그려진 원목으로 된 귀여운 메달이었다. 사우나를 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을 때까지 메달을 목에 걸고 자축했다. 당장에 몸은 계단 한 칸 오르내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삐그덕 거렸지만, 뭐든 할 수 있을 듯한 성취감으로 가득 찬 이 마음은 꽤 오래갈 것 같았다.
나는 오늘 왜 달렸을까? 함께 달린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머릿속에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마을 골목길마다 열렬히 환영해 주는 강아지, 고양이 친구들이 좋아서 달렸다. 남해의 색다른 풍경들을 마주하고, 그 풍경을 나누는 게 좋아서 달렸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몇 달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준비한 팜프라 친구들을 지켜보는 게 좋아서, 내 방식대로 그들을 힘차게 응원하고 싶어서 달렸다. 경쟁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한 친구들과 손잡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좋아서 달렸다. 남해를 달리고, 알리고, 살리고, 그러다 보면 나도 여기에 더 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달렸다.
눈물나게 맛있었던 능이백숙 점심. /김상욱
혼자 뛰었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완주가 함께여서 가능했다. 그걸 몸소 경험하고 나니 250㎞ 풀코스 참가자들의 여정도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되었다. 이 원고를 마감하는 동안 남은 7명의 참가자는 오늘도 계속 달리고 있다. 6박7일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말, 나도 응원을 보태러 다시 두모에 가볼 참이다. 부디 그들이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기를, 길 끝에서 각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과 남해에서 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박수진(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 필자는 아름다운 섬 남해를 닮고 싶은 작은 서점, 아마도책방을 운영한다. 반려묘 바람, 노을, 별, 달과 함께 남해에서 어느덧 아홉 번째 해를 맞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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