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역대 최악의 취업난 속에 청년들의 첫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좋은 회사’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초봉과 복지, 회사 이름 등이 기준이었다면 요즘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사이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라도 대기업 못지않은 처우가 있는지, 원청이 협력업체를 어떻게 대하는지 등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처우가 갈리는 구조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조직 안정성에 위험 요인(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원·하청 상생이
골드몽릴게임 기업 경쟁력
올해 8월 기준 20·30대 임금근로자 811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57만 명(31.7%)에 달했다.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3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2015년 12.7%에서 올해 19.6%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바다신2다운로드 노사발전재단이 선정한 ‘차별없는 일터·원하청 상생 우수사업장’ 사례들은 구직 청년과 기업에 또 다른 선택지를 보여준다.
노사발전재단이 지난 10일 개최한 ‘2025년 원하청 상생 및 차별없는 일터 조성 우수사업장 시상식’에서는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해 고용 구조를 개선한 공로로 현대홈쇼핑, SK마이크로웍스 등 10개 기업이 고용노동부 장
바다이야기고래 관상을 받았다. 주로 원청의 성과를 하청 근로자와도 인센티브로 나누는 방식으로 고용 격차를 줄인 기업들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전에 계약 구조와 운영 방식을 바꿔 협력업체 처우 개선에 나선 사례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현대홈쇼핑이다. 이 회사는 사내하도급 전반을 점검한 뒤 원청 직원만 누리던 복지와 보호 장치를 협력사 직
릴게임모바일 원에게까지 확장했다. 홈쇼핑 방송 상품과 H몰 구매 시 적용되던 임직원 할인 제도를 하청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문제 역시 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고충처리 창구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봤다. 협력업체 직원을 아예 본사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파견근로자 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
바다이야기게임기 용했고, 방송기술 협력업체 영업양수 과정에서도 100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 승계했다. ‘같이 일하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제도로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SK마이크로웍스는 하청 노동자의 성과가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부터 손봤다. 도급계약서에 ‘생산성 향상 기여금’ 지급 근거를 명시하고, 연 1회 하청 근로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 단가 협상 때마다 인상 요구를 반복하는 방식 대신 성과가 나면 함께 나누는 틀을 만든 것이다. SK마이크로웍스는 하청 근로자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해 지게차·건설기계 조종사 자격증 취득 비용도 지원했다. 원·하청 공동 협의체를 정례화해 고용·안전 이슈를 상시 논의하는 창구도 마련했다. ‘하청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현장 역량에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은 동종 업계 수준을 웃도는 도급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도급계약 유지로 고용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두산모트롤은 원·하청 관계를 ‘관리 대상’이 아니라 ‘상시 협의 구조’로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는다. 매월 1회 원청 책임자와 사내 협력사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정기 간담회를 열어 하청 현장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협력업체는 미래 인재풀
하청업체 직원을 원청의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제트에프삭스코리아는 아예 단체협약에 하청 근로자 우선 채용을 명시했다. 또 하청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성과기여금 지급을 명시해 연간 1인당 200만원을 협력사에 지원한다. 노사 타결금도 수시로 지급하고 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원청 정규직 채용 시 하청 근무 경력을 우대한다. 생산직의 경우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도급계약을 사실상 1년 단위로 자동 연장하는 구조를 구축해 하청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줄였고, 항공권·제휴 숙박 등 원청 복지 혜택을 협력사 직원에게까지 확대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장기 도급계약과 상생협의체 운영으로 하청업체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최소화했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은 1억원을 투입해 협력사 전용 라커룸과 휴게시설을 개선하고 식사 쿠폰·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 또 도급업체 변경 때 기존 인력을 고용 승계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고용 안정성을 높였다. 아모레퍼시픽 헤어앤뷰티사업장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임금 인상률을 반영해 도급비를 조정하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협력사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원·하청 성과 공유 구조를 제도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청년 노동시장의 ‘막힌 사다리’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첫발을 디딜 수 있는 발판을 넓히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비정규직과 하청을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미래 인재 풀로 관리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청년층의 첫 일자리 불안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고용 형태를 근거로 한 차별을 줄이는 것이 비용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라며 “‘명함은 달라도 한 식구처럼 대한다’는 원칙이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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