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기자]
어쩌다 30년 넘게 인권운동가로 살았다. 그리고 내가 해 온 중요한 인권운동 중 하나는 기소된 사람의 재판을 방청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었다. 1990년 초반에는 시국 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나 또는 <부여 무장간첩 사건>처럼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간첩 재판이 많았다. 이런 사건의 대책위를 구성하여 간사로 일을 하곤 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는 일반 형사사건으로 억울하게 구속되었다는 사람이 많아 그들의 사정을 듣고자 법정을 많이 찾아갔다. 덕분에 2010년대 후반에는 <충주 귀농 부부 공권력 피해 사건>이나 <삼례
바다이야기룰 나라수퍼 강도치사 사건>, <완도 존속살인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과 같은 재심 재판을 많이 다녔고, 지금도 오가고 있다.
그렇게 지난 30여 년의 시간동안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은 재판을 방청해 오면서 느낀 소회를 정리한다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니, 분노의 감정을 느낀 순간이 참 많다. 이유는 간명하다. 재판을 거치며 실체적 진
릴게임황금성 실이 명백해 지고 있는데도 검사와 판사만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들은 이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범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영화 '7번 방의 선물', 정원섭 목사 사건
그런 사례 중 하나가
황금성오락실 관객 천이백만 명을 기록한 영화 <7번 방의 선물> 모티브가 된 1972년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사건>의 무기수, 정원섭 목사 사건이다. 1972년 9월 27일 춘천경찰서 역전 파출소장의 10살 된 딸이 성폭행후 논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시작된다. 박정희가 유신 독재 선포를 앞두고 있던 그 때, 경찰관 자녀의 충격적 살인사건은 그 시절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사회 전체를 흔들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내무부장관은 "10일 안에 범인을 검거하라"는 초유의 시한부 검거령을 내린다.
오징어릴게임 ▲ 정원섭 목사님
ⓒ 고상만
사건의 조작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진실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직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범인만 검거'하면 되는 것이었다. 경찰 역시 당연했다. 그렇게 해서 체포된 사람이 당시 마을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원섭 목사였다. 경찰은 처음부터 그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이 확인된 것은 그후 39년이 흐른 2008년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정원섭 목사의 재심 첫 공판이 열린 날이었다. 재판에서 39년 전 경찰이 증거로 제출한 모든 증거가 조작되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찾아냈다는 정 목사의 증거 연필은, 사실 정 목사의 아들 필통에서 가져온 '전혀 다른' 연필이었고 정 목사의 범행을 뒷받침한 2명의 '결정적 증인' 역시 경찰의 겁박으로 허위 증언했음이 드러났다. 전부 조작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검찰과 판사는 달랐을까? 경찰을 떠나 검찰로 송치된 후 정 목사는 검사에게 매달렸다. 경찰에게 고문을 당해서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며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그러자 검사는 정 목사에게 "이곳에서는 편하게 말하시면 돼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 목사는 그동안 경찰서에게 당한 통닭구이 고문 등을 울면서 진술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잠시 후 검사실 문이 열리더니 자신을 고문했던 경찰이 들어선 것. 그리고 다시 경찰서로 끌려가 재차 고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검사는 39년 후 재심 법정에서 조작으로 밝혀지는 범죄 증거를 '전부 사실이라고 외치며'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나마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 것은 담당 판사였다고 할까? 그 시절 현직 파출소장의 어린 딸이 강간 살해된 사건이었다. 더구나 박정희 대통령의 대노에 이어, 내무부장관이 내린 '시한부 검거령'으로 검거된 희대의 살인범이었다. 그때는 이런 류의 사건에는 사형 선고가 일상적인 시대였다. 그런데도 담당 판사는 검사가 요구한 사형 대신 정 목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그나마 '일말의 양심'상, 판사는 이 사건의 진범이 아닌 정 목사에게 사형까지는 선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같은 사건 3번 구속, 3번 보석
▲ 8월 20일 화성교도소 보석 석방후 기자회견
ⓒ 고상만
이런 우리나라 사법부의 흑역사는 하나 둘이 아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 흑역사중 하나는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이다. 당시 나는 이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나선 후 사건 전 과정을 기록으로 묶는 업무에 참여했다. 그때 경찰과 검찰, 재판부는 증인의 증언마저 조작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사건 발생 25년 만에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 사건의 진실을 조작한 이유로 처벌받은 경찰과 검사, 판사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대표적 흑역사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사법부의 흑역사가 또 만들어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이른바 '대장동 사건'으로 알려진 민주연구원 김용 전 부원장 사건이다. 이 사건은 김용 전 부원장이 유동규 등 대장동 일당에게 네 차례에 걸쳐 약 8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22년 11월 재판에 넘어가면서 출발한다. 물론, 앞서 열거한 역사 속 여러 사건과 이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냥 지나치긴 어려운 수준이다.
김용 전 부원장은 처음부터 검찰이 적용한 혐의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천만 원, 추징금 6억 7천만 원을 선고한다. 그는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 역시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어처구니없어했다.
이 같은 법정 공방을 하는 동안 3년의 시간이 흘렀고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전무후무한 새로운 기록이 또 써졌다. 같은 사건에서 김용 전 부원장이 3번 구속되고, 3번 보석 석방되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 김용 민주원구원 전 부원장
ⓒ 고상만
구글 타임라인 증거 능력도 부정?
지난 8월, 대법원이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3번째 보석 인용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사건 1, 2심 판결 내용중 대법원이 살펴볼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항소심 재판에서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을 배척'한 점은 많은 논란을 빚었다.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지목한 당일, 김용 전 부원장이 문제의 장소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김용 전 부원장의 금품 수수를 정황적으로 뒷받침해 온 검찰 요청 증인들의 진술 번복은 더욱 충격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대장동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남욱 변호사이다. 남 변호사는 당초 자신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건넨 뇌물 3억 원이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지난 9월부터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며 진술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사건 검사에게 처음 들은 이야기"라는 말도 했다. 이는 김용 전 부원장의 범죄 사실 전제가 무너지는 결정적 진술이다.
특히 11월 7일 정진상 전 비서관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남 변호사는 당시 수사 검사로부터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 있다. 선택은 당신 몫"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증언하기도 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용 전 부원장 사건의 발단이 결국 당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옭아매기 위한 정치 검찰의 음모적 탄압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김용 전 부원장의 대법원 상고심이 10개월째 감감 무소식인 것은 너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법의 상식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국민 누구나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를 떠나 상식의 기준에서 끄덕일 수 있는 판결이어야 그것이 옳은 판결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존중받을 수 있는 법치 국가 아닌가.
법정에 앉아 공방하는 방청을 하면서 울화통이 터지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대법원은 3년이 넘도록 끌고 있는 이 사건을 언제까지 기일을 잡지 않고 무리수를 둘 것인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대법원은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해 무죄 취지로 즉각 파기 환송해야 옳다. 또 하나의 대한민국 사법 흑역사가 추가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