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뉴욕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 데이비드 버커위츠. 사진은 버커위츠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샘의 아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전설적인 영화 '양들의 침묵'을 기억해보자. 주인공 클라리스 스탈링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상관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무실을 방문한다.
차가운 표정으로 스탈링을 환대하며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고 오라"고 지시하는 남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잭 크로퍼드. FBI 행동과학부 책임자인 그는 풋내기 스탈링을 렉터에게 '미끼'로 던져 단서를 얻으 골드몽 려 했다. 이후 크로퍼드의 이성이 스탈링의 직관과 교차하고 대립하며 극이 진행된다.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서로를 마주 보던 두 사람의 수사 철학은 끝내 '스탈링의 승리'로 귀결된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이 영화 관객은 스탈링의 승리를 크로퍼드의 패배로 일치시키진 않았다. 스탈링의 총기를 알아본 이도 크로퍼드였고, 크로퍼드는 사건으로부터 '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패턴'을 추출하려 했던 뛰어난 프로파일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속 저 크로퍼드의 실존 모델이 있다. 인류 최초의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 그의 책 '동기의 해부'가 번역 출간됐다.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미친 세상, 우선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은 이렇다. '그는 왜 그랬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상한' 사람들 야마토통기계 은 도대체 왜 저런 선택을 하는 걸까.
기이한 방화 사건 범죄자에게 책은 시선을 집중한다. 남성의 이름은 데이비드 버커위츠. 그는 1970년대 뉴욕을 공포의 고담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의 총구가 향한 방향은 '주차된 자동차 안에 있는 연인들의 머리통'이었다. 44구경 반자동 총성이 울리면 연인들은 주검으로 변했다. 그런데 버커위츠가 연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쇄살인범으로 '진화'하기 전, 그는 방화광이었다. 뉴욕시 쓰레기통, 공터, 버려진 건물에 불을 질렀고 소방관들 반응을 지켜봤는데, 방화 건수가 무려 2000건이었다.



동기의 해부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김현우 옮김, 글항아리 펴냄,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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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인 저자는 버커위츠 심리에서 몇 가지 동기를 패턴화한다.
첫째, 저들은 권력과 통제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환경과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성장기를 보낸 이들은, 대개 좌절과 상처를 경쟁 동력으로 삼아 도약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 범죄를 '출구'로 삼는다. 자신은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우월감과 거만함까지 겹쳐지면 통제욕이 범죄로 표면화된다.
둘째, 모든 살인과 방화는 성적인 요소와 연결된다. 겉으로 보기엔 성적인 사건이 아닌 듯해도, 타인을 향한 폭력은 도착적인 성적 과시에서 기인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방화범 시절의 버커위츠는 프로파일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까지 남겼다. "불을 지켜보다가 종종 그 옆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방화와 발기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동기 분석까지도 이 책은 충실하게 전개한다.
'나는 경찰보다 능력이 뛰어나므로 절대 잡힐 리 없다'고 생각하는 특권적 자아, '나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실패자다'라고 여기는 상처받은 자아, '나는 범죄를 통해 성적인 우위에 선다'고 믿는 성적인 자아가 결합하고 충돌하면서 범죄는 인류 사회에 독약처럼 퍼졌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같은 층위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연쇄살인범, 다중살인범, 집단살인범으로 살인자는 구분된다. 연쇄살인범은 살인이 주는 성적 흥분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고 본인은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다중살인범은 몇 시간 혹은 며칠이란 단기간 동안 다른 장소에서 여러 피해자를 무작위 살해하는 경우, 집단살인범은 범죄를 저지른 직후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을 애초에 기대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한 다음 바로 목숨을 끊거나, 특수기동대가 발포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경찰에 의한 자살'을 택하는 경우다.
시간이 흐르며 연쇄살인범은 경찰의 기민한 대응으로 줄어들었지만 집단살인범이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는 명징한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깊은 병리현상의 심각성을 일러준다. 증오범죄, 흉기난동, 묻지마 살인, 딥페이크 포르노, 디지털 성적 과잉 등의 범죄 실마리도 현대인의 '동기'로부터 발견될 수 있다.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들의 '동기'를 공식화한다. 저자가 만들어내는 기본 공식은 '왜?+어떻게?=누가?'다. 모든 이상행동은 특정한 패턴에 부합하므로 가장 먼저 이해돼야 하는 건 동기라는 것.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왜?'에 답할 수 있으며, 여기에 '어떻게?'가 결합하면 '누가?'라는 수수께끼로 이어져 세상은 이해되는 것임을 책은 말한다. 원제 'The Anatomy of Motive'.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