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극의 쉐프’ 스틸컷.
평균기온 영하 54℃, 펭귄은커녕 바이러스조차 버티기 힘든 극한지 남극.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1년 반을 생활하는 8명의 남극관측 대원에게 유일한 낙은 밥 먹는 시간. “여러분, 점심시간입니다”라는 짧은 방송이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식당으로 달려간다.
조리 담당 니시무라는 평범한 주먹밥부터 귀한 게찜, 닭새우로 만든 튀김, 동지엔 푸아그라까지 정성껏 차려낸 음식으로 대원들의 사무치는 외로움을 토닥인다. 영화 ‘남극의 쉐프’(2010년, 오키타 슈이치 감독)는 실제로 남극 조리 대원을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지낸 니시무라 준의 수필을 원작으로 해 음식과 함께 남극 오지의 일상을 오밀조밀한 휴먼 코미디로 풀어냈다.
“니시무라, 내 몸은 말이지, 라멘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략) 차슈는 없어도 돼. 면과 국만 있으면 더는 바랄 게 없어.”
남극 기지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비축해둔 즉석 라멘이 바닥난 것. 밤중 허기를 달랠 방
뽀빠이릴게임 법이 없어진 대장과 대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니시무라는 조리법을 응용해 마침내 라멘을 만들어낸다. 대원들은 거대한 오로라의 등장에도 “알 게 뭐야, (면) 붇겠어”라며 식탁에 모여 앉아 면을 후루룩 들이켠다.
라멘이 뭐길래 이토록 사람 마음을 간절하게 했을까. 일본 국수 요리인 라멘은 한국에서도 찾아가 먹는 미식으로 자리 잡았다.
골드몽게임 이름 좀 알려진 라멘집이라면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재료 소진으로 허탕을 칠 수 있으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소식 확인도 필수다. 라멘 관련 행사도 다양하다. 이달초 국내 라멘집 ‘희옥’과 일본 오사카 지역의 ‘라멘쿠루무’가 참여한 한일 교류 협업 행사는 오전 9시 오픈에도 불구하고 전날 저녁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행사 마지막 날엔 새벽
야마토게임하기 4시쯤 대기 줄이 마감됐다.
국내 라멘 문화를 깊이 알아보기 위해 라멘 인플루언서 한성웅씨(활동명 웅성)를 만났다. 그는 평일 낮엔 ‘화이트 해커’(정보보안전문가)로 일하지만, 시간이 나면 당연한 듯 라멘집으로 향한다. 15년 전부터 라멘에 푹 빠져 지금까지 먹은 라멘만 2800그릇 이상. 그는 국내외 곳곳의 라멘 맛을 탐구하는 것뿐만
골드몽 아니라 전국 라멘가게 스탬프 투어인 ‘함께라멘데이’, 일본 라멘집과 협업한 ‘한일라멘콜라보’ 등 행사도 다양하게 주최하며 라멘의 매력을 공유한다.
“올해도 라멘만 600그릇 가까이 먹었죠. 학생 때부터 라면을 워낙 좋아했어요. 그러다 처음 돈코츠라멘을 먹었는데,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었어요. 진한 육수에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른 각양각색의 맛에 빠진 거죠. 라멘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더 맛있는 라멘을 먹기 위해서예요. 라멘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더 다양하고 맛있는 라멘들이 등장할 테니까요.”
그의 말처럼 국내 라멘도 일본 못지않게 다양해졌다. 2014년도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돼지 뼈 육수를 쓰는 돈코츠라멘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육수만 해도 닭·조개·멸치·도미 등으로 넓어졌다. 자가제면 하는 곳도 늘었고, 라멘으로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곳도 등장했다. 이젠 일본의 라멘 맛을 재현하는 단계를 넘어 가게가 저마다 독보적인 맛을 선보이는 시대다. 화학조미료 대신 국산 재료만으로 감칠맛을 끌어 올리는 곳도 있고, 경상권엔 셰프의 계보를 따라 이어지는 굵직한 라멘집도 많다.
한씨와 함께 국내 라멘의 성지 서울 마포구, 그중에서도 ‘희옥’으로 향했다. 가게가 있는 골목 초입부터 은근한 삼계탕 냄새가 풍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닭 육수로 만든 시오라멘이다. 시오라멘은 소금으로 간을 맞춰 국물이 맑고, 재료 본연의 향을 담백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짜고 강한 맛보단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을 내는 곳”이라며 안내했다.
‘희옥’의 라멘 요리법 >>>
‘희옥’은 닭 육수로 라멘을 만든다. 이틀에 한번꼴로 커다란 냄비에 육수를 우려내면 150인분 정도 양이 나온단다. 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수분이 적게 반죽한 면을 직접 뽑아 사용한다.
짭짤하게 간이 된 닭 목살에 토치로 불향을 입힌다. 쫄깃한 식감이 부드러운 면과 잘 어울린다.
완성된 라멘을 건네는 사장 김광희씨.
서울 마포구 ‘희옥’의 시오라멘. 퍼지지 않는 꼬들꼬들한 면에 구수한 닭 육수, 그 위에 저온에서 부드럽게 익힌 돼지 등심과 목심 등 갖가지 고명이 가지런히 올라간다.
길고 좁은 바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린 채 라멘을 기다리는 시간은 첫입의 기대를 한껏 높인다. 사장 김광희씨는 “겨울이라 닭이 더 맛있어진 것 같다”며 시오라멘을 내놨다. 깊은 그릇에 재료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흐트러뜨리기 아까울 만큼 정갈하다. 구수한 닭 육수에 진공 저온으로 조리한 돼지 등심과 목심을 얇게 썰어 얹고, 특선으로 주문하면 불향을 입힌 닭 목살이 올라간다. 수분이 적게 들어간 자가제면은 꼬들꼬들한 식감을 오래 유지한다. 김씨는 “한그릇으로 승부를 보는 라멘은 어떤 재료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맛의 균형을 강조했다. 한씨는 “처음엔 그냥 먹고 중간에 후추와 고춧가루를 각각 한번씩 뿌려서 여러가지 조합으로 즐겨보라”고 조언했다.
라멘을 먹다보니 날씨가 더욱 추워지길 바라게 된다. 코끝이 얼 만큼 추운 겨울, 김 서린 라멘집 문을 밀고 들어가 뜨끈한 한그릇으로 몸을 녹이는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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