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오악도
“한국이 기술 중심 국가를 넘어 거대한 문화적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다.”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를 소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달린 한 관람객의 댓글이다.
그는 “K팝의 에너지가 사실 수 세기 이어져 온 깊은 예술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완벽하게 보여준 전시”라며 “호랑이 이미지를 활
릴게임가입머니 용한 굿즈 상품화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천재적인 방법”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
지난 11월 15일 막을 올린 이 전시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CN
오션릴게임 N, 포브스 등 20여 개 현지 매체가 앞다퉈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맞춰 미국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전시회가 개최된 것은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국보 7점, 보물 15점을 포함한 총 330여 점의 걸작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사를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종합적으로 소개한 첫 본격
알라딘게임 해외 순회전이다. 워싱턴을 시작으로 2026년 3월부터는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9월부터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K미술이 K팝,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세계 최정상 무대에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바다신2다운로드김환기, 산울림 19-II-73#307, 1973년, 264×213cm, 국립현대미술관 (1)
김세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의 미감을 백과사전식으로 보여줬다기보다는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가진 고유의 미를 잘 활용했다”며 “한국에 대해 전문가들만 알던 것들
릴짱릴게임 이 서구 대중에게도 알려져 한국 미술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에도시대 목판화가 서구에 일본 미학을 전파해 인상파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을 필두로 한 K미술이 575억달러(약 84조7000억원) 규모 글로벌 아트시장에 새로운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인승, 붉은 원피스의 여인, 1965년, 91x74cm, 국립현대미술관
박생광, 무속3, 1980년, 136×140cm,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효과는 뚜렷했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전국 순회전은 관람객 350만명을 동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은 2468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대량 기증되는 동시에 광주, 대구 등 지방 미술관에도 100여 점의 작품을 분배해 지역 문화 격차 해소에 이바지했다. 순회전 역시 전국 10여 개 도시를 돌며 지역 문화 품격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백남순, 낙원, 1936년 경, 173x372cm, 국립현대미술관
이 열풍은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유치로 이어졌고 외국 화랑들의 한국 진출 러시를 낳았다.
같은 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341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세계 톱5 박물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600만명을 돌파하며 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위상도 함께 높아졌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회고전이 내년 3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한 컬렉터는 “지금 아트시장에서 가장 ‘핫’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서울 강남권 화랑에서 외국인 작가가 전시하면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고 자랑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매병
이명기_조항진 초상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미술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증여 이후 다른 소장자들의 기증 문의가 잇따르면서 ‘제2의 이건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은 그 뿌리부터 ‘국가적 보물’의 유출을 막고, 지키고자 하는 의미가 있었다”며 “단순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미술품의 컬렉션이 아니라 한국의 근대·현대미술이 체계적으로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그룹 창업자이자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민족문화의 유산을 더 이상 해외에 유출·산일시켜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미술품 수집에 열중했다고 밝혔다.
책가도
이건희 컬렉션 ‘법고대’를 바라보는 관람객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이건희 컬렉션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술관 관람 열풍을, 중장년층에게는 미술품 수집과 기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사립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이 사회에 끼친 긍정적 영향을 보고, 이건희 회장처럼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60대 부부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서구에서 미술관 관람은 중장년층 취미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에서 보듯 유독 한국만이 젊은 방문객들이 관람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데이트 장소가 영화관이 아니라 미술관으로 바뀐 것도 한국만의 독특한 트렌드”라고 말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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