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빙하와 유빙이 가득한 북극해 끝자락.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고요히 놓였다. 혹한이 옷깃을 파고드는 그곳에서, 한 사내가 추위로 곱은 손을 피아노 건반에 조심스레 얹었다. 남성의 이름은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첫 음은 얼음처럼 맑고 투명했고, 이내 빙벽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순백의 빙산과 검은 피아노, 건반의 흑백 대비가 이토록 극명했던 적이 없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피아노 선율과 빙하의 붕괴음이 교차하며 빚어낸 풍경은, 아름다움과 절망이 공존하는 한 편의 묵시록 같았다. 2016년 환경단체 그린피스 릴게임야마토 가 북극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에서, 음악가는 자작곡 ‘북극을 위한 애가(Elegy for the Arctic)’를 통해 말없이 외치고 있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당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ABC 뉴스는 이를 “환경 보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북극의 피아노 연주”라고 소개했고, 가디언지는 “ 바다이야기사이트 빙하 위의 애절한 퍼포먼스”로 보도하며 영상을 집중 조명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하는 ‘비가’ 장르를 빌려, 파괴되는 자연과 생태계 상실을 애도한 것이다. 이는 최북단의 그랜드 피아노 콘서트로 회자되며,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드러내는 사례의 전범으로 기록되었다.
이런 흐름에는 북극권에 인접한 스칸디나비아 국가 작곡가와 단체 활약 오리지널골드몽 도 두드러진다. 실제로 이곳은 해빙 문제, 극지 생태계 파괴 등 기후 변화 영향을 민감하게 체감하는 지역이다. 북유럽 현대 음악계가 실험적 시도에 적극적이라는 면모도 일조했다. 음악과 환경 다큐멘터리, 각종 멀티미디어를 융합한 공연도 활발하다.
2024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북유럽-위태로운 희망’ 콘서트는 대표 사례다. 이 기획은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영상과 함께 하는 몰입형 음악 프로젝트로,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기후 변화와 북유럽의 청정한 풍광이 교차 편집된 비디오와 음악은, 대자연의 취약성과 생명력을 동시에 전달했다.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5개국 작곡가들이 참여해 초국가적 협력 메시지를 더했다.
한 단체 역시 이런 운동에 동참했다. 사이다쿨접속방법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25∼2026 시즌 테마를 ‘자연과의 조화’로 정했다. 프로그램에는 산불, 화산에서 영감을 얻은 곡과, 기후 위기를 다룬 현대 음악이 포함되었다. 그 외 선곡 역시 수긍할 만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베토벤 ‘전원’, 본 윌리엄스 ‘바다 교향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드보르자크 ‘자연의 왕국에서’, 생상스 ‘동물의 축제’가 이름을 올렸다.
기후 위기의 시대, 이런 시도들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나든다. 오늘날 많은 음악가가 변화하는 지구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곡을 쓰고, 혹자는 연주 방식을 바꾼다. 조명과 무대장치, 의상, 특수 효과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원유기업 셸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을 다룬 오페라 ‘셸 재판’처럼, 기존 무대 의상과 오래된 세트를 재활용하는 사례는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최근 오페라나 공연계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분명 ‘지속 가능성’이다.
음악은 질문한다.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으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인류와 생태계 모두의 ‘공동의 집’ 지구를 보호하는 공동 책임에서 음악만 예외일 수 없다. 구체적 해답지를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환기하기. 오늘날 가장 갈급한 일이다.



생각해보자. 본 윌리엄스 ‘바다 교향곡’의 너른 바다는, 지금도 같은 숨결을 품고 있을까. “보라, 바다를!”이라는 경외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한가. 드보르자크 ‘자연의 왕국에서’가 그렸던 찬란한 생태계는 아직도 건재한가. 익숙한 곡들이 기후 위기라는 새 문맥에서 연주될 때, 우리는 외면했던 현재를 마주하고, 미래를 응시한다. 음악이 던지는 반문은, 때론 말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과 이미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