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에릭 루와 5위에 오른 빈센트 옹의 콘서트에 찾은 관객들이 사인회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담기 위해 휴대폰을 들어올리고 있다. 고승희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달 26일,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 에릭 루와 5위에 오른 빈센트 옹이 한국을 찾았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두 사람 덕분에 객석은 순식간에 매진 사례. 가성비 높고 저렴한 최고가 7만원짜리 티켓 역시 그 인기에 일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관객층이었다. 최고가 기준 55만원에 달하는 빅 오케스트라의
오션파라다이스게임 공연과 달리 유달리 어린 학생들이 넘쳤다. 교복을 입은 예중, 예고생은 물론 악보를 손에 쥔 대학생 관객들이 많았다. 피아노 전공생이라면 누구라도 도달하고 싶은 목표인 ‘쇼팽 콩쿠르’의 수상자를 직관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날의 콘서트가 화제라는 증거는 공연을 마치고 다시 증명됐다. 연주 후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몇 줄로 에워쌌다.
10원야마토게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공식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리우 코토우(LIU KOTOW)의 샤넨 류 코토우 디렉터(공동설립자)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연습실에서 연습만 하던 학생이 하루아침에 톰 크루즈가 되는 것과 같다”며 “콩쿠르 이후 젊은 연주자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귀띔
오션파라다이스게임 했다.
콩쿠르는 순위가 정해지는 만큼 ‘1등’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찾아다니는 매니지먼트의 입장에선 다르다.
류 코토우 디렉터는 “제가 생각하는 콩쿠르의 가치는 가시성, 즉 나를 노출하는 기회”라며 “콩쿠르가 생중계되면 전 세계는 (새로운) 연주자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게임2 심지어 우승자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콩쿠르에 참가하는 연주자들은 “우승을 평생의 목표”로 삼지만, 우승 이상의 ‘화제성’을 가져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올해 쇼팽 콩쿠르는 특히나 새로운 스타 탄생을 목격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빈센트 옹이다.
빈센트 옹은 최종 순위가 비록 5위에 머물렀지만, 말레이시아 최초로 쇼
릴게임바다이야기 팽 콩쿠르 파이널 진출자라는 의미를 안고 동남아시아 팬덤의 대동단결에 일조했다. 코토우는 “쇼팽 콩쿠르 이후 한국, 일본, 대만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현장엔 난생처음 클래식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 많았다”며 “클래식 시장이 확장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쇼팽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한 티안야오 류는 현재 전 세계 클래식 매니지먼트 사가 영입을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는 연주자다. [연합/EPA]
4위에 오른 티안야오 류도 콩쿠르 내내 엄청난 화제였다. 17세의 소녀 피아니스트는 별 모양 머리핀을 달고 무대에 올랐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젠지(Gen-z)다운 발랄한 매력이 화면 너머 클래식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 표트르 팔레치니는 “비범한 자연스러움을 가진 연주자”라고 했을 정도. 흥미로운 것은 콩쿠르 이후였다. 그는 몇 년 뒤 ‘제2의 유자왕’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잠재력을 이번 콩쿠르에서 보여줬다.
코토우는 “중국 베이징에서 폴란드로 넘어온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어리고 귀엽고 재능 있는 이 소녀를 찾아 전 세계 매니지먼트사가 달려왔다”며 “아직 영어도, 폴란드어도 못하지만 세계 음악계에선 맹목적으로 이 소녀에게 매달리고 있다. 업계는 새로운 얼굴, 특히 예쁘고 어린 여성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 이효 역시 유창한 폴란드어로 현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혁은 폴란드 여자 친구와 함께 현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는 냉정하다. 콩쿠르에서의 관심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해마다 열리는 주요 콩쿠르가 30~40개. 길면 4~5년, 짧으면 2~3년마다 새로운 스타는 나온다. 단일 악기 콩쿠르인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5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4년, 롱-티보-크레스팽 콩쿠르가 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작곡이 4년 주기로 번갈아 열린다. K-팝 업계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를 갈망하고, 이를 충족시켜 줄 누군가가 등장하면 관심의 축은 삽시간에 이동한다. 코토우는 이런 이유로 “콩쿠르라는 기회와 콩쿠르 이후의 혼란을 잘 활용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샤넨 류 코토우 리우 코토우 공동 설립자 겸 디렉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대략 일주일간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경쟁의 장은 연주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이다. 업계에선 “콩쿠르는 그 자체로 연주자들의 불안도를 높인다”고 입을 모은다. 쇼팽 콩쿠르가 파트너사로 매니지먼트사를 두는 것도 콩쿠르 참가자들을 특별 관리하기 위해서다. 피터 폴 카인라드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 회장은 특히 “때론 연주자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콩쿠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경우 WFIMC에서 권고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코토우는 “매니지먼트사는 연주자들에게 매니저일 뿐 아니라 테라피스트이며 베이비시터”라고 했다. 혹독한 과정을 거치는 20세 전후의 젊은 연주자들은 늘 많은 위로와 응원,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콩쿠르가 끝난 지금까지도 쇼팽 콩쿠르 참가자들과 왓츠앱을 통해 연락하며 위로와 조언을 건네고 있다.
“콩쿠르엔 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이지만, 모두가 생존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 실력과 재능, 자기만의 개성이죠. 사실 클래식 세계는 너무나 잔인하고 외로워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서울시향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서울시향 제공]
류-코토우는 2009년 설립, 지난 20여년 간 세계 최고의 클래식 매니지먼트 중 하나로 불리며 영향력을 키웠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올해 ‘쇼팽 콩쿠르’ 2위에 오른 케빈 첸과 준결승에 오른 이혁·이효 형제가 소속돼있다.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음반 계약을 맺은 김봄소리는 2016년 중국 쇤벨트 콩쿠르에 나가며 코토우와 연결고리가 생겼다. 당시 심사위원이 리우 코토우의 공동설립자인 그레고리 코토우였다. 시마노프스키 콰르텟의 퍼스트 바이올린이었던 그가 김봄소리를 직접 영입했다. 코토우 매니지먼트는 음악계에서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색깔을 만들어 최상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설계로 유명하다.
코토우는 “콩쿠르를 통해 이제 막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연주자들이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케미스트리”라고 말한다.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소통이 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통이 잘 안되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함께 일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첫발을 디딘 연주자들은 향후 50년의 계획을 보여주며 근거 없고 공허한 이야기를 하는 매니지먼트는 피해야 해요. 음악가는 끊임없이 연주 여행을 다니며 외로운 삶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회사의 타이틀보다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매니저가 돼줄 매니지먼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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