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마당에서 지난 19일 향년 69세로 별세한 배우 윤석화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극계 대모’ 배우 윤석화가 지난 19일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다. 노제가 열린 21일 서울 대학로 한예극장 앞은 영하권의 날씨에도 그를 배웅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극장의 전신은 고인이 생전에 운영한 설치극장 정미소(2002~2019)다. 고인의 발자취가 짙은 자리에서 유가족과 동료 예술인들은 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를 떠올렸다.
“윤석화 선생님에게 연극은 언제나 가장 진실한 땅이었습니
릴게임바다신2 다. 선생님은 ‘연극이란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예술’이라 말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건넸고, 그 질문이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오전 10시쯤 엄수된 노제에서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인과 함께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했던 배우 박정자와 손숙은 손을 맞잡은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골드몽 길 이사장은 “오늘 우리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인생을 사셨던 한 명의 배우이자 한 시대의 공연계를 이끈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최정원과 배해선, 박건형 등 후배 배우들이 고인의 애창곡이던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추모곡으로 불렀다. 고인이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한
릴게임꽁머니 이들은 “이렇게 좋은 날엔”이라는 후렴구를 슬픈 표정으로 제창했다. 노제에는 100여명이 모였다. 고향과도 같은 대학로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고인은 장지인 용인공원 아너스톤에서 영면에 들었다.
1975년 ‘꿀맛’으로 배우의 길
대표작‘신의 아그네스’로 명성
창작뮤지컬 상징
게임몰릴게임 ‘1대 명성황후’
연출·제작자로도 뛰어난 역량
고향과도 같은 대학로서 노제
앞서 치러진 영결식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교회 예배 형식으로 엄수됐다. 배우인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조사를 낭독했다. 박 이사장은 “윤석화 누나는 누구보다 불꽃같은 삶
릴게임한국 을 살았다. 누구보다도 솔직했고 멋졌다”며 “3년간의 투병과 아팠던 기억은 다 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노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1982년 실험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주인공 아그네스 역으로 20대 후반의 나이에 연극계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공부 중이던 그는 이 작품의 번역에도 참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를 위한 이중주> <덕혜옹주> 등 수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상징적 작품인 <명성황후>의 1대 명성황후 역을 비롯해 <사의 찬미> <아가씨와 건달들> <마스터 클래스> 등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윤석화는 활발한 연기 활동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받았고,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연극·무용부문에서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받았다.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해 여러 뮤지컬을 직접 연출·제작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경영난을 겪던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02년에는 정미소 극장을 설립하고, <19 그리고 80> <위트> 등 실험적 연극을 제작했다.
논란도 있었다. 2007년 허위 학력 논란이 연예계를 휩쓸 당시 학력 위조 사실을 인정했으며, 2013년에는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2022년 7월 연극 <햄릿>에 출연한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우정 출연한 것이 생전 마지막 무대가 됐다.
고인은 2010년 경향신문 칼럼(‘모든 날이 새날입니다’)에서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 아침이면 어김없이 찬란한 해가 되어 떠오르듯이 모든 날이 새날”이라고 지난 배우 생활을 긍정했다.
“우린 순수와 진실을 무대에서 ‘배우’로서 ‘배우’면서 여기까지 왔고, 우리가 함께 가는 이 길이 재미있거나 결코 편안한 길은 아니지만,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깨지고 무너진 영혼에 ‘의미’의 창을 내어주는 기특한 전사들은 아닐까요? 연극이라는 허구의 세계가 일상의 무의미한 습관과 관습이라는 순류를 거슬러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의 역류를 뛰어넘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연극배우로서의 자긍심이자 헌신이라고 생각해요.”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전지현·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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