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전환(AX)과 청정 에너지 전환(GX)이 국가 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이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고품질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청정 전력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매일경제와 민간LNG산업협회는 ‘우리나라 AX·GX 전략에 부응한 전력 솔루션’을 주제로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신동준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전력정책연구센터장 등과 전문가 좌담회를 지난 23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전력
릴게임모바일 은 공급 안정성이 먼저 담보돼야 하며, 이에 대한 투자 없이는 AX도 GX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AX와 GX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독립적인 에너지 시장 구축이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약 1시간 30분 동안 매경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 전문.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우리나라 AX·GX 전략에 부응한 전력 솔루션’을 주제로 23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 사옥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신동준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전력정책연구센
바다이야기디시 터장(왼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AX 전쟁, 유연성 자원 활용한 에너지 믹스가 필수”
김창규 부회장(이하 김 좌장): 현재 AX와 GX의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전력 솔루션 과제 중 하나는 ‘유연성 자원’ 확보라고 본다.
바다이야기고래 원자력, 재생에너지 같은 경직적인 자원 외에 양수발전, LNG, 석탄 등 ‘유연성 자원’을 에너지 믹스(전력원의 구성비)상 3분의 1 정도 비중으로 가져가야 한다.
신동준 센터장(이하 신): 국가 정책은 2050년 ‘탄소 제로’ 목표를 향해 가지만 그 중간 과정의 전력 자원 전략은 모호한 상황이고, 이때 유연성은 AX
황금성게임랜드 를 지탱하기 위한 핵심이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로 무인택시 ‘웨이모’가 도로에 멈춰 서고 도시를 마비시킨 것처럼, 최첨단일수록 전력에 취약하다. 반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생산량 등이 거의 고정된 유연성 없는 자원이다. 유연성과 복원력을 확보해 공백을 메우고 장기적으로 GX로 나아가야 하는데, 관련 기술 개발이 너무 늦다.
이상준 교수(이하 이):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핵심 키워드도 유연성이다. AX·GX 정책의 전반적 방향엔 동의하지만, 자칫 한 쪽이 다른 쪽 발목을 잡는 모순은 있어선 안된다. 한편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제조업 AX’를 추진하기 위한 제조업의 저탄소화도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조홍종 교수(이하 조): AX는 국가 단위의 총력 경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GX 관점을 거의 버리고 AX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앞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가 설정됐지만, 지난 10년은 분열의 시기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협약을 탈퇴했고, 글로벌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났다. 이제 AX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향후 5~6년 안에 승부가 날 시급한 문제다. ‘소버린 AI’가 있어야 국방을 지키고, ‘피지컬 AI’가 작동해야 국가 산업이 버틸 수 있다. 어떻게 이 시급한 영역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김호영 기자
김 좌장: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에너지 믹스에 더해 전력망 구축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IDC·Internet Data Center)를 해외에서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고, 기업의 브랜딩과 소비자 접점을 위해 GX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 IDC는 에너지 부하가 커 전력 계통에 큰 부담이다. 더군다나 사회 기반시설과 인력 수급 문제로 대도시 인근에 밀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력 가격으로 분산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IDC 스스로 부하를 조절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계통의 유연성 자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이런 역할을 한 IDC에는 정책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 미국 버지니아주 전력의 25%를 IDC가 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특정 지역 밀도가 높다 보니 어떻게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할지 기술 중립적인 고민들이 현재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IDC가 원자력 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기도 하고, 직접 데이터센터 안에 LNG 발전소를 짓는 ‘온사이트’ 전략, 연료전지발전 활용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한다. 여기서 핵심 우선순위는 안정적 공급이다. 공급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정 전력이 몇% 비중인지는 의미가 없다. 공급량부터 확보한 뒤 어떻게 청정화할 것인지 답해가는 것이 순서다.
조: 발전원을 재생에너지로 한정시켜선 안된다. 시급한 AX 전쟁통에 송전망 완비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결국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등 전기의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총동원해야 한다. 또 발전기가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온사이트’ 방식이 답이다. 가스발전이나 연료전지는 즉시 건설이 가능하다.
‘에너지섬’의 딜레마...“탄소제로 중간과정 설계 필요”
김 좌장: 아직 에너지저장시스템(ESSi)은 비싸고 저장 시간도 5시간 미만이라 장기적 과제다. 당장 유연성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믹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우리나라는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ESS 가격이 떨어지니 막연히 ESS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각각의 자원이 갖는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 믹스해야 한다.
신: 현재 우리나라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LNG가 유연성을 담당할 수 있다. 향후엔 그리드 포밍 직류 자원(태양광, 풍력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류로 저장하거나 공급하는 전력 시스템)의 인버터(자체적으로 전압·주파수를 생성해 계통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도록 하는 기술)를 의무화해야 한다. 인센티브보다는 의무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 장기적으로는 송전망 수준에서도 ESS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조: 자원별 용량과 기동 시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 그리드 포밍 인버터의 경우 망에 대한 부담이 얼마인지 측정할 수 있는 규제와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또 조만간 미국, 카타르발 가스 공급 과잉의 시대가 온다. LNG 가격이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기에 좋은 가격으로 선점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신동준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전력정책연구센터장. 김호영 기자
김 좌장: 지난해 스페인 대정전 이후 ‘그리드’(전력망) 문제도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이라 불릴 정도로 남거나 부족한 에너지 관리가 어렵다.
신: 이른바 ‘슈퍼 그리드’(국제 전력망) 연결 문제를 수십 년 전부터 연구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계점이 크다. 해상 케이블을 통해 중국, 일본과 연결할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그 용량이 생각보다 작고 경제성이 떨어진다. 적대국에 노출되거나, 연결된 나라끼리 관계가 틀어질 우려 등 전략적 불확실성도 크다.
조: 흔히 독일이 유럽 11개국 슈퍼 그리드로 연결돼 있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라는 점이 선진 에너지 정책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 과부족, 과생산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국내 송전망 연결이 직관적 해법인데, 개발에 걸리는 시간 동안 배터리·양수발전이 그 역할을 대신해줘야 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김호영 기자
김 좌장: 에너지원을 모두 수입해온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를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신: 유럽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신재생에너지원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크게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데, 그 중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LNG다.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이후 수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는 게 에너지 안보상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 본다.
조: LNG 공급에 있어선 장기 계약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LNG 물량이 충분히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 기정사실로 합의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물량을 정하는 상황에서 계획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태양광, 배터리 등 기자재 공급망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급변하는 전력 시장, 계획경제 탈피해 독립성 강화를”
김 좌장: 우리나라가 차별화된 ‘에너지 서비스’로 중국을 앞서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예컨대 아직 석탄 발전이 우세한 동남아, 중남미 지역에 복합가스 발전을 구축해주고 남은 부지에 우리 기업의 IDC까지 진출하는 사업 모델이 가능하지 않겠나.
조: IDC가 건설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임은 분명하다. 말씀하신 부분이 좋은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덧붙여, ‘에너지 서비스’ 산업을 구축하려면, 전력 소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가격 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종합 에너지 판매 회사 형태의 유통망이 없다면 기존 화석연료, 도시가스 사업자들을 흡수할 수 없다. 또 정부는 공기업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에너지 데이터 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후테크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문제를 모든 나라가 공유하고 있고, 여기에 우리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유화학 수출 강국으로 성장한 저력이 있다. 최근 전력 기기 분야가 유망한데, 우리나라가 잘해온 ‘적시 공급’ 역량을 발휘해보면 좋겠다. 또 앞으로는 단순히 제품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데이터 축적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김호영 기자
김 좌장: 전력감독원 설립 등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문제도 거론된다.
신: 우리나라 전력 시장에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가격 신호(원자재 가격 변동이 소비자에게 전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전환 시기에 이 시장을 제대로 구축하려면, 거버넌스 구조 개편과 함께 가격 신호가 소비자에 제대로 전달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에너지 시스템도 전환의 시기다. 정부의 의지만으로 모든 흐름을 계획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전력감독원 같은 독립적 기구가 시장의 규칙을 잘 만들고 그 안에서 슬기롭게 전환기를 관리해야 한다.
조: 15년 단위의 소수점 단위까지 맞춰온 계획경제, 전기본은 이제 한계에 부딪쳤다. 다양한 PPA 거래를 허용하고 발전사들이 경쟁하며 소비자에게 직접 구애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친환경 전환의 과정에서는 비용도 필요하다. 전기 소매 요금의 인상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를 정직하게 이야기해야만 전력 수요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현명한 에너지 소비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