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화를 할 줄 모르는 필자가 AI로 만든 컷툰 ‘멋진 신기술’ 표지. 조익상 제공


“인공지능(AI) 퇴출!” “작가들 다 죽는다!” 이런 구호를 외치는 만화가들의 시위가 거리에서 펼쳐진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작가는 인공지능에 안 밀릴 줄 알았는데~.” “인공지능이 이런 작품을 그린다는 게 놀랍기는 한데… 작품들이 죄다 비슷비슷하네.” AI 만화 서비스가 등장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때다. 주변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두 사람은 조금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다.
“저 시위 할 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그려 릴게임방법 서 인공지능 이길 생각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마감도 안 밀려, 분량도 많아, 그림도 잘 그려, 게다가 사람들 좋아하는 걸 딱 짚어내잖아!” AI 만화에 잔뜩 우호적인 평가를 듣고 있던 친구가 반박한다. “인간에게 기계랑 경쟁해서 이기라는 건 좀 무리한 요구 아닐까?” “기계는 일주일에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지만 사람은 그럴 수가 없잖아.” 재반박이 오션릴게임 돌아온다. “그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재밌는 인공지능 작품 없애고 덜 재밌는 저 사람들 걸 볼 수는 없잖아.”
AI가 만화에 틈입해 펼쳐낸 풍경들



웹툰 ‘꿈의 기업’ 3부 47화의 한 장면. AI 웹툰이 시장을 장악하는 미래를 담았다. 네이버웹툰 제공
황금성오락실

2019년에 공개된 웹툰 ‘꿈의 기업’(문지현, 네이버웹툰, 2016~2025) 3부의 에피소드다. 작품 속에서는 AI 웹툰이 시장의 60%를 휩쓸더니 곧 90%를 찍는다. 이제 ‘인간의 영역을 지키는’ 소수의 인간 작가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정작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예술성”을 지키는 예로 뉴스에까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지 언급된 만화가 B는 독자가 줄어 고민이다. “인공지능 작품 연구해서 유행하는 요소 좀 넣어볼까” 생각할 정도다. 옆에서는 누군가가 “와~ 내 웹툰 드디어 나왔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원하는 스토리를 넣으면 AI에 의해 만화가 생성되는 서비스 ‘맞춤형 웹툰’을 통해 웹툰을 만드는 새로운 ‘작가’다. 프리미엄 결제만 하면 펜선에 채색까지 모두 완성해준다는 야마토게임방법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는, AI로 만든 “내 웹툰”으로 톱100에 올랐다며 즐거워한다. 태블릿에 만화를 그리던 만화가 B는 손을 멈춘다. AI로 만든 작품의 점유율이 99%에 달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현실로 돌아와 최근 5년여를 돌이켜보면, AI가 만화에 틈입해 펼쳐낸 이런저런 풍경들이 겹쳐진다. 2020년 일본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의 스토리를 학습한 AI와 인간 작가들이 협업해 만든 웹툰 ‘파이돈’이 등장했고 2023년에는 ‘블랙잭’의 새 에피소드가 발표됐다. 한국에서는 ‘이현세 AI’가 준비 중이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로봇이 재배한 농산물을 사 먹듯, 독자는 재미만 있다면 AI가 그린 웹툰을 찾아 읽을 것”이라는 이현세 작가의 말은 ‘꿈의 기업’ 속 상황과 닮아 있다.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 등 이미지생성형 AI가 순식간에 볼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지도 거의 5년이 돼간다. 너도나도 챗지피티4 옴니 버전으로 지브리풍 프로필 이미지를 내놓았던 것도 2025년 초의 일이다.
AI 활용, 웹툰 작가-사업자의 인식 간극
그래도 만화는 여러 칸으로 이뤄졌기에 칸들에 등장하는 요소 사이의 일관성이 중요한데, 그것은 AI에는 꽤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같은 시점 같은 인물의 셔츠 단추가 칸마다 일곱 개였다가 네 개였다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구글 제미나이(Gemini)의 ‘나노 바나나’에서 상당한 정도로 일관성이 잡혔다. 2025년 12월 시점에는, 작화는 전혀 할 줄 모르고 스토리작가 경험만 있는 나도 서너 쪽, 스무 칸 정도 분량의 ‘볼만한’ 만화(‘멋진 신기술’ 1, 2화)를 AI와 함께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류는 다소 있지만 어렵지 않게 수정도 가능하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AI가 만들고 사람이 약간 손본 것으로 보이는 광고용 만화가 시시때때로 눈에 밟힌다.



작화를 할 줄 모르고 스토리 작가 경험만 있는 필자가 AI로 만든 웹툰 ‘멋진 신기술’ 1화. 조익상 제공


이렇게 풍경들이 바뀔 때 물어야 할 것은 변화의 강도와 양적·질적 영향이다. 개별 상품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 인류 문화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규모적 양상과 구체적 세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미 활자 시장에서는 AI를 활용한 도서 권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1년에 한 출판사가 전자책 9천 권을 찍어낼 정도다.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AI 생성 콘텐츠가 차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Imperva, 2025 Bad Bot Report) 교육 영역에서도 AI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가 시시각각 관찰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만화에도 적용된다.
“생산성은 과정을 지우고 효율성은 가치를 압도하며 텍스트 생성 ‘마법’에 대한 경탄은 그리고 쓰는 노동의 기쁨과 슬픔을 가립니다.”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김성우, 유유, 2024)의 적절한 지적은 만화에도 딱 들어 맞는다. 만화 산업과 만화 교육을 가리지 않고 AI 도입의 물결이 거세다. 파고 앞에 선 만화가 지망생들은 AI에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다. '쓰는 노동의 기쁨과 슬픔'을 가릴 뿐만 아니라 데뷔 경로마저 어지럽게 하는 만화 생성 '마법'이야말로 지망생들에게 적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플루토’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한 대담에서 남긴 말이 흥미롭다. 그 자신을 비롯한 만화가들은 그림 그리는 과정을 좋아한다는 것이 전제다. 선화, 채색, 명암 등 “1부터 10까지 전부 재미있다”. 그런데 그걸 AI에 넘긴다는 건 “우리 즐거움을 AI한테 줘버리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우라사와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그 과정의 즐거움을 아직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AI에 그리기를 넘기는 게 아닌가?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한국콘텐츠진흥원)의 AI 관련 설문 결과도 유사한 궤다. 현직 웹툰 작가의 AI 활용 의향은 36.1%인 데 비해, 웹툰 사업체(기업)의 AI 활용 의향은 63.8%로 나타났다.
만화가 지망생들의 미래는…
간극 사이에서, 나는 일부러라도 AI가 만화에 미칠 영향에 비판적 시각을 담아, 하지만 변화의 불가피함까지 고려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꿈의 기업’에서 만화 그리던 손을 멈췄던 만화가 B. 몇 칸이 지나, 쓰레기통에는 그가 만화를 그리는 데 썼던 태블릿과 펜이 버려져 있다. 이것은 내게 가장 슬픈 미래다. 아마 우리 생태계에서 당장 그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가 지망생들이 만화의 즐거움을 획득하는 속도를 효율과 생산의 속도가 앞질러버린다면 장담은 어렵다. 더 크게, 더 세세하게 AI가 미칠 영향을 숙고해 문화와 제도를 함께 궁리하고 만들어야 할 때다.
조익상 만화평론가·서원대 웹툰콘텐츠학과 교수
* 만화의 칸과 칸 사이, 칸새에서 출발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6주마다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