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목 기자]
▲ <아바타: 불과 재> 스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2세기 중반, 지구는 디스토피아 직전이다. 마침 외계에서 혹성 판도라가 발견된다. 거대 기업 RDA는 탐험대를 파견
황금성게임랜드 한다. 문제는 이 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 지적 대화는 가능해도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자원 채굴은 환영받지 못한다. 정보수집을 위해 인류는 나비족 육체를 닮은 복제(아바타)를 만든다. 해병대원이었으나 부상으로 걷지 못하는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활동에 지원해 나비족과 교류하며 동화되어간다. RDA가 원주민을 탄압하자 그는 항쟁을 지휘한다.
바다신게임 식물군집이 거대 네트워크를 형성한 '신'적 존재 에이와의 가호로 승리한 제이크는 가족을 이루고 정착하지만, RDA는 대병력을 파견해 본격 식민지 건설에 착수한다. 전쟁은 격화된다. 다행히 두 번째 전투도 승리하지만, 제이크 가족은 첫째 아들 '네테이얌'을 잃는 슬픔을 겪는다. 둘째 '로아크'는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고, 전쟁의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불길이 계속되는 데 지친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다.
'하늘 부족', '분홍 사람'으로 불리는 외계인(지구인) 대 나비족 갈등은 새 위기에 직면한다. '바랑'이 지휘하는 망콴 족은 다른 동족과 달리 에이와를 믿지 않고 약탈을 일삼는 호전적인 존재다. 그들과 제이크 가족은 충돌하고, 마침 RDA 추격도 재개된다. 과연 이들은 위기를 딛고 동족
바다이야기합법 과 판도라를 구할 수 있을까?
과도기에 직면한 <아바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 <아바타: 불과 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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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흥행과 특수효과 혁신을 상징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필생의 사업, <아바타> 시리즈가 돌아왔다. 1편 <아바타>(2009), 2편 <아바타: 물의 길>(2022에 이어 <아바타: 불과 재>(2025) 차례다. 예고된 4편(2029)과 5편(2031)까지 장대한 연대기의 반환점을 도는 작업인 셈이다. 시리즈의 순항을 위해 본 작품의 평가와 흥행은 '결정적 순간'이라 봐도 무방할 테다.
개뵹 첫날, 아침 일찍 영화를 봤다. 3시간 20분에 달하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필적하는 장대한 분량이다. 극장에 갇힌 채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관객으로선 감독과 시리즈의 이름값이 아니라면 고개를 저으며 외면할 압도감이다. 그러나 다들 이번엔 어떤 놀라운 풍경을 보여줄 것인가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한 표정이었다. 불이 꺼지고 3D 시청각 체험의 황홀경이 개시된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불이 켜진다. 목격이 끝났다. 머릿속에 종일 이미지와 상념이 판도라 행성의 떠다니는 암석처럼 떠다녔다. 과연 내가 무엇을 본 것일까? 이제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대작인 만큼 생각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면은 흡족했으나 다른 면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영화를 일면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다양하게 생각이 나뉘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면에서 그야말로 대작은 분명하네 하면서.
[첫 번째 시선] 가족영화로 본 <아바타: 불과 재>
3번째 <아바타>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몬스터버스' 작품군의 명암과 정확하게 겹친다. 주인공 제이크가 2편에서 가족을 이루며 시리즈는 미국 상업영화에서 익숙한 가족주의를 고스란히 재연한다. 파격적인 공감각적 체험의 충격을 일정하게 완화하며 관객에게 완충 작용을 해주지만, 거대한 전개 축을 산만하게 만들고 긴박한 상황에서 보는 이를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만연한 법칙,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저지르고 책임지지 않는 행각을 결정적 국면마다 저지르는 데 열심이다
게다가 이제는 가족 구성원 수도 적지 않다. 제이크와 아내 '네이타리'에 비록 첫째 아들은 잃었지만, 둘째 로아크, 셋째 딸 '투크티리'에 입양이라 해도 좋을 '키리'와 인간 '스파이더'까지 있으니 바람 잘 날이 없다. 성장형 캐릭터인 로아크는 3편에서 아빠가 담당하던 내레이션을 물려받는 등 비중을 넓혀 가는 설계가 확인되지만, 여전히 사춘기 10대 행태로 실수연발을 거듭한다.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향후 시리즈에서 평화와 공존의 중요한 키 역할이 부여될 게 명백한 키리와 스파이더 역시 일을 혼란하게 만들기 일쑤다. 막낸 아직 자기 몫 해내려면 한참 멀었다.
그런 제이크 가족 내 교통정리 덕분에 이야기는 판도라 행성의 명운을 건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수시로 흐름이 끊기고 이 판국에 대체 뭘 하는 짓이냐는 비명을 관객이 소리 없이 외치도록 겉돌며 표류한다. 개연성은 인정되는 장면이라도 큰 줄기와 융화되지 못하는 건 분명히 단점이다. 만사 제치고 아이들이 말 안 듣고 사고만 치다 급하면 부모 찾고 어른들 희생당하는 묘사에 경기 일으키는 이들이라면 조심 또 조심해도 여전히 모자라다.
[두 번째 시선] SF 판타지로 본 <아바타: 불과 재>
▲ <아바타: 불과 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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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구나 다른 건 몰라도 이 시리즈의 경이로운 가상 세계 형상화에 관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실 <아바타> 연작에서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감독이 선보이는 눈부신 천지창조와 실제로 존재하듯 화면에서 펄떡이는 외계 행성의 자연이 주는 황홀경을 거드는 약간의 진행요원 노릇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1편에선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이 자연과 어울려 살던 것처럼 장대한 정글과 나비 부족이 집 삼아 지내는 홈트리의 장대함을, 2편에선 태평양 군도를 누비는 폴리네시아인들의 우주 버전을 연상하게 만들던 대양을 체험한 관객이다. 기대치는 더욱 고양될 수밖에 없다.
숲과 물에 이어 3편이 예고한 건 판도라 전역을 연결하는 '우드 와이드 웹', 식물군집 네트워크 결정체 에이와의 힘을 벗어난 '불'의 묘사다. 3편부터 등장하는 이질적인 망콴 종족의 본거지 묘사에 누구나 기대감을 품을 테다. 하지만 뉴페이스 출현 개연성 근거 외엔 화산지대 인상은 옅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스케일을 확대해 키운 것 외에 1, 2편과 대응할 만한 경이로운 신세계를 확립하진 못한다. 그야말로 결정적 한계다.
전반부에 위험을 피하고자 주인공 가족이 탑승한 '바람 상인' 틸라림의 공중 범선이 경외감을 선사하지만, 이후엔 1편과 2편에서 선보인 이제는 익숙한 판도라 풍광이 반복되는 데 가깝다. 물론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한 번 눈에 익은 배경이라 그런지 크게 각인되기엔 역부족이다. RDA의 대규모 군사도시 연출도 다른 SF 영화의 그것과 확연히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그 한계를 물량과 규모로 커버하려는 느낌이 강하다.
[세 번째 시선] 대체역사물로 본 <아바타: 불과 재>
가장 인상적인 건 이미 1편부터 과거 지구에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자행한 침략과 식민주의 역사의 우주적 재현 시도 측면이다. 새롭게 등장한 망콴 부족과 그 수장 '바랑'은 그 지점에서 잊기 힘든 충격적 인상을 몇 차례 제공하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제국주의 침략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분할 지배 책략을 3편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테다. 대개 사악하고 강력한 서양 세력 vs. 선량하지만 힘없는 원주민 구도로 식민주의 역사를 기억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매우 복잡한 구도란 점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바랑의 존재는 누군가에겐 '포카혼타스'의 타락한 비전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말레나'의 판도라 판을 떠올릴 법하다. 특히 후자의 인상은 강렬하다.
군사,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도 선주민에 비해 '쪽수'가 달리는 외부 침략자는 현지 정보 힉득과 지원세력 확보를 위해 해당 지역의 불만 세력을 포섭해 적극 활용하곤 했다. 자신들의 '명백한 운명(매니페스토 데스티니)'에 순종하는 '문명화'된 원주민 세력의 등장이다.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코르테스는 아즈텍의 악명 높은 인신공양 제물이던 '틀락스칼텍'을 활용했고, 이를 본 따 피사로는 잉카제국이 갓 정복한 속국의 혼란과 불만을 이용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훗날의 미국까지 그런 전략은 놀라운 성과로 확인된다. 코르테스와 연인관계가 된 말레나는 바로 바랑의 지구판인 셈이다.
제이크 설리의 숙적이자, 그 역시 '아바타'가 된 쿼리치 대령은 과거 지구에서 정복자 콩키스타도르가 그랬던 것처럼 망콴족을 동맹으로 포섭한다. '현지화'한 정복자는 일정하게 원주민을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 물론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두가 순응하는 것만 같던 에이와의 질서에 절망한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건 저항을 위한 단일전선에 균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구인과 원주민 대립에 중립을 고수하는 상인 부족의 존재도 한몫 더한다. 점점 이 시리즈는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는 소화하기 힘들어진다.
사반세기를 이어갈 장대한 영화 항해의 중간 경유지
▲ <아바타: 불과 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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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감독의 원대한 비전을 품은 채 완주를 위해 반환점을 돌았다. 그저 영화 매체를 이용해 시각예술의 극한을 추구하려는 (마치 일론 머스크의 집착을 연상케 하는) 기술 신봉주의로 <아바타> 연작을 즐겨왔다면, 3번째 편은 초반 작업이 제공한 경외심에 무뎌지는 하향세의 출발이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제임스 카메론이 과거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과 생태 위기에 관한 경각심을 접목한 작품 속 관점과 배경이 되는 인류의 과거 어두운 측면을 흥미롭게 관찰한 이들에겐 실제 역사 학습 및 토론 교재로 활용해도 모자랄 게 없는 축적을 거듭하는 확인으로 기능할 법하다. 거기에 과거 역사뿐 아닌, 현재 비윤리적 기업과 엘리트 층의 족벌 세습 등도 자연스레 연상케 하는 순간이 꽤 늘어 현실 풍자 매운맛도 쏠쏠하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 영화 역사에 기록될 대하 서사는 예정된 끝을 향한 원심력을 발휘할 테다. 과연 인류가 거듭한 과오를 가상의 미래 세계에선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 간절한 염원을 품은 이들이라면 우리 주변의 환경과 인권을 돌아보며 다시 속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질 테다. 일단은 <아바타: 불과 재>를 보며 말이다.
<작품정보>
아바타: 불과 재Avatar: Fire and Ash2025|미국|밀리터리 SF, 액션, 스릴러, 전쟁, 판타지, 어드벤처2025.12.17. 개봉|197분|12세 관람가감독 제임스 카메론주연 브리튼 달튼, 샘 워딩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우나 채플린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