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의 미로' 한장면.
국어사전에서는 '괴물'을 '괴상하게 생긴 물체' '보통의 사물과는 다른 기괴하고도 괴상한 생명체'로 정의한다. '괴상'이나 '기괴' 또는 '보통과 다르다'는 언뜻 명료하게 들리지만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은 괴상할 수 있다. 우리 공동체와 다른 습관이나 전통을 가진 집단은 보통과 다르다고 여기게 된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동물을 기괴하게 느낀다.
게다가 문화권 가릴 것 없이 역사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괴물은 상당수가 실체 없는 상상 또는 오해의 산물이다. 새삼 놀라운
바다이야기5만 것은 주관적인 데다 허구임을 버젓이 알면서 우리는 괴물 이야기를 여전히 이어간다. 괴물이 대체 뭐길래.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작가인 나탈리 로런스가 쓴 '매혹의 괴물들'은 이 물음에 부분적으로 답하는 책이다. 세상 도처의 수많은 괴물들 가운데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몇몇 괴물, 근대 유럽의 식민지 확장 시기 발견된 괴물 등의 이야기를 통해
백경게임 괴물은 무엇을 상징하며, 현대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가 계승되는지 살펴본다.
여러 문화와 시대에 걸쳐 인간은 우주의 혼란을 상징하는 괴물을 만들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혼돈을 바다에 사는 용(티아마트)으로 상상했다. 티아마트는 만물의 기원이자 창조의 동력이며 불안정한 존재다. 이 혼돈과 싸워 하늘과 땅이라는 질서를,
오징어릴게임 그리고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 바빌론 수호신 마르두크다. 이 신화는 인간에게 혼돈스러운 자연을 통제할 능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는 괴물의 전형이라고 할 반인반수다. 사기와 욕정 등 온갖 추잡한 욕망의 산물이자 인간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 이 괴물을 미노스왕은 미로 속에 가두었다. 프로이트가 비유했듯 미로
바다이야기#릴게임 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는 잠재의식 속에 숨겨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일 수도 있다.
북유럽 베오울프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 그렌델은 카인의 후손으로 인간 사회에서 추방된 존재다. 인간에 따돌림받은 이 괴물은 공동체 속에서 희희낙락하는 인간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껴 인간 사회를 위협하다 용사 베오울프에게 제압된다. 영웅이 괴물을 퇴치하는 이들 신화는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모두 야생과 혼돈에서 때로 가부장제를 의미 하는 질서와 평화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유럽이 세계 도처에서 식민지 침략을 하면서 만난 새로운 동물이 괴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늘 도마뱀'이라고 불린 천산갑이나 바다코끼리가 대표 사례다. 근대 유럽인은 특히 천산갑을 '악마' '괴수'로 받아들였다. 새롭고 혼란스러운 다른 세계의 보통과 달랐던 동물을 이해하는 데 괴물만큼 편리한 딱지가 없었던 셈이다.
괴물은 생각하고 상징을 만들고 상상하는 능력이 우리로 하여금 생생한 공포를 처리하게 도와준 결과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괴물과 싸우는 영웅의 신화는 실은 거대한 빙하기 짐승과 싸웠던 우리 선조들의 공포와 승리의 쾌감이 문화적 기억으로 전해진 사례일 수 있다.
하지만 린네의 체계적 분류를 시작으로 낯선 동물은 더 이상 괴물일 수 없게 됐다. 신화와 전설은 그저 옛날 이야기다. 그런데도 괴물 이야기는 여전히 넘쳐난다.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인간은 실제로 괴물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비극으로 끝날지 모를 인류세의 주인이 곧 괴물일 수 있다는 경종으로 책을 마무리짓는다.
저자는 서두에서 수염난 여성, 인종과 국적의 희화화, 장애 때문에 악마가 되는 사례 등 정치적·사회적 의미가 담긴 괴물의 영역은 책에서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쉽지만 신화보다 정작 우리 가까이 있는 건 그런 괴물 이야기다. 혐오와 편견, 공동체 유지 때문에 희생당하는 '괴물' 이야기까지 다루었더라면 아마도 책 제목에 매혹적이라는 표현은 붙이지 못했을 것 같다.
매혹의 괴물들·나탈리 로런스 지음·이다희 옮김·푸른숲 발행·389쪽·2만3,000원
김범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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