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실시하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유례없는 후보 난립 사태가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각) 페루 선거관리당국이 발표한 수치를 보면 역대 최다인 34명의 후보가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코미디언과 축구선수, 수배자까지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특정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10% 안팎 득표율만으로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요행수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날 페루 선거당국이 발표한 34명이라는 후보 숫자는 18명이 출전했던 직전 2021년 대선에 비해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기록이다. 페루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은 불가능하다. 등록을 마친 이들 중에는 강경
황금성릴게임사이트 보수 인사부터 마르크스주의 수배자, TV 스타까지 포함됐다. 최종 후보 명단은 이의 제기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14일 확정된다. 현재 분위기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기록적인 다자 구도가 불가피해 보인다.
페루 민중세력 정당 지도자 후지모리 케이코(가운데). /연합뉴스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이처럼 후보가 폭증한 배경에는 깊게 뿌리 내린 정치 불신이 있다. 로이터는 페루 정국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로 정치적 변동성과 불신을 꼽았다. 페루에서는 지난 10년간 대통령이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일상처럼 굳어졌다. 올해 10월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마저 해임되면서, 페루는 9년 사이 대
릴게임모바일 통령 7명이 바뀐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지지율이 3%까지 추락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대통령 임기를 완주한 오얀타 우말라 전 대통령조차 퇴임 후 자금세탁 혐의로 지난해 15년형을 선고받자, 페루에선 ‘정치가는 끝이 좋지 않다’는 유권자들 인식이 강해졌다.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정치권 전체를 향한 시민들 분노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페루 유권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가 ‘(대선에서)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무효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페루연구소(IEP) 조사에서는 무려 63%가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 대한 반대 여론도 89%에 달해 입법부와 행정부를
바다신게임 아우르는 대의(代議) 정치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페루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대선을 반년 앞둔 시점에 정치 불신의 대상이 특정 인물을 넘어 국가 운영 시스템 전체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민생을 위협하는 치안 불안도 정치 혐오를 부채질했다. 페루 내 살인 사건 발생 건수는 2024년 중반 이후 분기당 550건을 넘어서며 엔데믹 초기(2022년 350건) 대비 급증했다. 특히 행정력에서 거리가 먼 지방에서 조직범죄와 갈취가 일상적으로 벌어지자, 치안 이슈는 이번 대선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올해 보고서에서 “페루 내 조직범죄가 확산하고 있지만 입법부가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루 리마에서 무당들이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후보 포스터를 들고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불신은 후보 난립이라는 기형적 결과로 이어졌다. 페루 정치는 강한 이념 정당이 실종되고 개인 중심 선거용 플랫폼이 난립하는 초(超)다당 구조를 띠고 있다. 유권자 96%가 국정 운영을 반대할 만큼 기성 정치가 신뢰를 잃자, 이 자리에 페루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줄줄이 모여 들었다.
난립한 34명 후보군 면면을 보면 페루 정치의 파편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지지율 1위인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전 리마 시장 지지율이 10~12%대에 불과하다. 알리아가 전 시장은 강경 우파 성향을 앞세워 페루 전역 치안 강화를 외치고 있다. 4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케이코 후지모리는 7~8% 지지율로 뒤를 잇고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딸인 그는 고정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전 국민적 반감도 큰 편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유명인들이 후보로 가세해 혼란을 더했다. 인기 정치풍자 코미디언 카를로스 알바레스와 페루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조지 포사이스가 인지도 하나로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 부패 혐의로 수배 중인 마르크스주의 정당 지도자 블라디미르 세론과 수감 중인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 형제인 마리오 비스카라까지 출마했다. 페루는 수배 중이거나 형을 살고 있는 인물도 대선 후보로 등록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최종 후보 명단은 자격 요건과 법정 결격 사유를 감안해 페루 전국선거심판원이 결정한다. 입소스는 “마리오 비스카라 지지율 중 상당 부분은 전직 대통령과 이름을 헷갈린 유권자들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4일 페루 리마에서 청년단체 'Z세대'가 주최한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페루를 “정당 없는 민주주의의 극단적 사례”라고 정의했다.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뭉친 정당이 사라지고, 개인이 선거용 플랫폼을 빌려 출마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기성 정치 붕괴가 후보 난립으로 이어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우크라이나 대선 당시에도 기성 정치 불신 속에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를 포함해 후보 39명이 난립했다. 당시 젤렌스키는 “기성 정치권을 청소하겠다”는 구호를 앞세워 당선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내년 페루 대선이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승자를 내지 못하고, 결선투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치안이나 경제 이슈 같은 돌발 변수에 따라 결선 진출자가 급변할 수 있는 구조다. 후보들이 정책 연대보다 각자도생을 택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후보가 많다는 사실이 반드시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불신이 높은 가운데, 여전히 후지모리 같은 기성 정치가들이 여전히 2위권을 유지하는 현상을 두고, 새로운 대안 부재라는 페루 정치 한계를 지적했다.
국제인권연맹(FIDH) 글로리아 카노 사무총장은 “페루는 지금 끝없는 민주주의 위기 속에 있다”며 “새로운 지도부는 사법 독립성을 회복하고 치안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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