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연행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군사작전도 놀라웠지만, 권력 공백기의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직접 통치하겠다고 밝힌 점이 더 충격적이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질서에서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조가 있기는 했다. 작년 11월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NSS) 보고서는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서반구를 미국의 국가안보와 직결된 지역으로 규정했다. 이번 NSS에서는 중
바다이야기고래출현 국에 대한 적대성은 크게 누그러뜨린 반면, 서반구의 중요성을 강조해 미국의 5대 대통령이었던 제임스 먼로가 주창한 '먼로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19세기 중반의 신생국 미국은 외부로 영토를 넓혔던 제국주의의 원조 유럽 국가들을 두려워했고, 먼로 대통령은 '유럽과 아메리카대륙 간 상호 불간섭'을 주장했다. 미국에 대한 불간섭이 아니라 아메리카
사이다릴게임 대륙에 대한 불간섭이었다. 미국은 아메리카대륙이 자신의 텃밭이라는 생각을 건국 초부터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어떤 이상을 꿈꾸건 그건 미국인들의 자유지만, 무력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했다는 점에서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은 충격적이다.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 "콜롬비아를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도 좋은 생각이고, 쿠바는 곧
릴게임방법 붕괴할 것이다."
1월5일 기술주와 에너지주가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체포했다는 소식 이후 올해 첫 정규 주간 거래일을 강세로 출발하며 상승했다. ⓒEPA 연합
투자 판단의 핵심으로 등장한 지정학 리스크
신천지릴게임 소련 붕괴와 중국의 세계 자본주의 분업체제 편입으로 대표되는 동서 냉전 종식 이후 우리는 '경제 우위'의 세상을 살아왔다. 이념은 흘러간 유행가 취급을 받았고, 자유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서 그저 치열하게 살아남는 것이 최선인 시대였다.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에는 경제적 협력관계가 국가 간 우호 증진으로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귀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로 이뤄진 경제적 유대는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공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상호 공생의 이상은 크게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됐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논리는 '경제적 효율'이 아니라 '국가의 이해'다. 국가 간 갈등도 냉전(cold war)이 아니라 물리력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열전(hot war)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도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에 가까운 형태로 전개된 바 있다.
주식시장 성과도 지정학적 긴장을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유럽 증시의 성과가 부진하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MSCI유럽지수는 36.2% 상승했는데, 이는 극동의 72.6%와 북미의 60.2%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성과다. 유럽 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전쟁이란 단일 요인으로만 환원해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젠 적대국이 된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유럽 경제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는 결코 지나친 해석이 아닐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맨해튼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 연방법원으로 향하는 초기 출두 절차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REUTERS
한국, 북한 도발에 내성…외부 충격 지켜봐야
그럼에도 지정학은 투자 의사 결정에 부차적인 요인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 그렇다. 이런 관념은 북한과의 오랜 갈등 과정에서 형성됐다.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다양한 외피를 쓰고 나타났다. 북한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했고, 연평도 포격을 통해 실질적으로 물리적 위해를 가하기도 했다. 또한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일이지만, 1993~94년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국면에서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의 핵 의심 시설을 폭격할 계획을 세우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내몰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긴장이 고조된 초기 하루이틀 정도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중기적으로는 별 충격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 악재 이상은 아니라는 경험이 쌓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나름 내성이 형성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국 증시가 지정학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가 발표된 이후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화장품과 여행,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당시 내려진 소위 '한한령'은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도 향후 한국 증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는 기본적으론 악재다. 가장 약한 고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다. 대만은 글로벌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의 핵심 거점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전 세계 IT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 또한 대만해협의 갈등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직면할 군사적 요구, 주한미군의 직접적 개입 가능성 등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일본까지 포함한 동북아 전체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론 '안정적 생산기지'로서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과 장비·소재 업체가 수혜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제 지정학은 더 이상 일시적 변수나 외생적 충격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 공급망 재편, 안보와 산업 정책의 결합 속에서 지정학은 기업의 투자 결정과 자본 흐름, 국가의 성장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위기가 지나가면 과거의 균형으로 복귀하던 국면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 증시 역시 이러한 글로벌 지정학 질서 변화의 한가운데 있으며, 투자 판단 과정에서 지정학은 거시경제 지표에 버금가는 중요 변수로 부상했다. 앞으로의 시장은 순수한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정치·안보·기술이 결합된 지정학적 변화를 얼마나 정교하게 읽어내느냐가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