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쌍치면에 있는 유일한 주유소인 농협주유소. 차량 이용이 많은 농촌지역 특성상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농협주유소라는 이유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없다.
“돈만 주면 뭐합니까? 사실상 쓸 수 없게 만들어 물가만 오르고 다 날릴 판입니다.”
지난해 10월말 ‘농어촌 기본소득’(이하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군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던 전북 순창군. 하지만 3개월 만에 주민들의 기대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상권이 부족한 면 단위로 사용처를 엄격하게 묶어버린데다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영농자재
릴게임바다신2 판매장 등이 사용처에서 제외돼서다. 주민들은 ‘돈을 받아도 쓸 데가 없게 만들었다’면서 ‘농촌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면’에 갇힌 기본소득…역차별 논란=농림축산식품부는 기본소득 사용처를 ‘지급 대상자가 거주하는 읍 또는 면’으로 국한시키는 원칙을 내세웠다. 다만 사용처가 부족한 경우 여러 개 면을, 또는
릴게임몰 읍을 제외한 전체 면을 묶어 생활권을 지정하게 했다.
이에 따라 순창군은 기본소득 사용처를 읍 권역과 북서부권역(2개면), 면 권역(8개면)으로 분류했다. 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군 전체에서, 북서부·면 권역 주민들은 해당 권역 내에서만 기본소득을 쓸 수 있다. 대신 면 권역은 5만원까지 읍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고, 병원·약국
사이다릴게임 ·학원·안경점·영화관은 군 전체 사용 가능업종으로 별도 지정했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면 단위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권장원 씨(60·인계면)는 “우리 면엔 일반 식당 한 곳과 주말엔 문닫는 소규모 하나로마트 하나뿐”이라면서 “현실이 이러한데 읍에선 5만원밖에 못쓰고 면에서만 사용하라고 하니 지역경제
바다신2릴게임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는 사라지고 주민들이 ‘면’에 갇힌 꼴”이라고 지적했다.
군 전체 사용 가능업종 외에는 읍에서 기본소득을 아예 쓸 수 없는 북서부권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북서부권역인 복흥면 주민 김종곤씨(54)는 “자녀가 4명이라 매달 90만원씩 나올 텐데 외식할 식당도 변변찮고, 상품 가짓수도 적은 소형 마
바다신게임 트에서 이 돈을 다 어떻게 쓰겠냐”면서 “읍 주민이면 가족들이 두세달 기본소득을 모아 전자제품도 살 수 있지만 우린 그마저도 안되니 역차별같다”고 꼬집었다.
◆기본소득 소멸 등 각종 부작용 우려= 농식품부는 기본소득이 지역 내 소비를 일으켜 경제가 선순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물가인상과 같은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권오상씨(70·적성면)는 “마땅한 소비처가 있어야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돌아 선순환이지 노인정에 모이면 다들 ‘받아도 세달 안에 못 써서 소멸될 것 같다’며 어디쓸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매달 돈은 들어오는데 쓸 곳 없는 노인들 대상으로 싼 가격에 카드를 사는 소위 ‘기본소득 깡’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유소가 대표적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촌은 지역 특성상 자차 이용률이 높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생활비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기본소득 사용처가 적은 면 지역에선 주유소가 인기 사용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면 단위일수록 농협 외에는 주유소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순창군 쌍치면 주민 정옥윤씨가 면 내 유일한 주유소인 농협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다. 정씨는 “농협주유소에서는 지역화폐도 기본소득도 쓸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옥윤씨(62·쌍치면)는 “보통 한달에 주유비로 50만원정도 쓰고, 겨울철엔 난방비로 6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북서부권역인 쌍치·복흥면에서 농협을 빼고나면 주유소가 한 곳 뿐이라 기름값이 비싸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기준 복흥면 내 민간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순창농협 쌍치지점보다 1 ℓ당 46원 높다.
이는 군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군 전체 주유소 18곳의 휘발유값을 최저가순으로 나열하면 상위 1~7위까지 모두 농협주유소다(13일 기준). 농협주유소는 가장 저렴한 곳이 1ℓ당 1740원, 가장 비싸도 1760원인 반면 그 외 주유소들은 가장 저렴한 알뜰주유소가 1759원이고, 1795원인 곳도 세곳이나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른 주유소들이 고객을 유치하려고 농협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했고, 농협 가격이 인하되면 다 따라서 낮추는 등 농협이 물가 인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농협에서만 10% 할인 효과가 있는 지역화폐를 쓸 수 없게 되면서 우리가 가격을 낮춰도 다른 주유소들의 기름값이 내려가질 않게 됐고 기본소득까지 풀리면 이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끝없는 요청에도 묵살…민심 돌아서=주민들은 기본소득 관련 주민설명회때마다 예상되는 모든 문제점을 열거하며 시정을 요청했지만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정부까지 닿지 않는 상황에 좌절하고 있다.
한 농민은 “기본소득에 군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탓에 다른 복지예산들이 대거 삭감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혜택은 줄어드는 셈”이라며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확정됐을 때 마을마다 플팽카드까지 걸고 기뻐했는데 이제 와 보니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농촌 현실을 모른채 ‘면 안에서만 돈을 쓰게 하면 면 단위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제도를 만든 결과”라면서 “직접 이곳에 와서 기본소득을 받아 써봐야 제도를 고칠 것”이라며 비난했다.
적어도 농협주유소나 농자재판매장을 기본소득 사용처로 허용해주거나, 창업지원금 등을 통해 면 단위에 다양한 가게가 생겨나게 만드는 노력을 한 뒤 사용처를 제한했다면 나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군도 난감한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타지역과 함께 농촌 사정을 농식품부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면 단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원칙이 확고해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시범사업 시행 후 농식품부 지침이 바뀌면 사용처가 변경될 수도 있으니 일단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창=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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