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는 수화를 익힐 수 있을까. 1960년대 이후 여러 연구가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기본적인 영어는 약 1000단어로 구사된다. 침팬지들은 이미 그 숫자의 10% 넘게 단어를 습득했다. 몇 년 전에는 말도 안 되는 과학소설으로 여겨졌겠지만, 다음과 같은 일이 불가능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즉, 침팬지의 자연사와 정신 생활 회고록이(저자 이름 뒤에 아마도 '에게 구술된'이 붙겠지만) 나올 수 있다."
《코스모스》로 과학을 대중화한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내
검증완료릴게임 놓은 예상이다. 세이건은 1977년 발간된 《에덴의 용》의 5장 '동물의 추상 능력'에서 이처럼 기대했다.
"침팬지가 인간 수화로만 소통하는 시대가 온다"
이 대목에서 그가 언급한 것은 침팬지의 음성 언어가 아니다. 그는 침팬지의 인간 수화 학습을 다뤘다. '침팬지의 자연사와 정신생활을 주제로 한 회고록'은 처음에 수화로
바다이야기사이트 사람에게 서술되고, 사람은 이를 인간의 글로 옮기리라고 상상했다. 이런 놀라운 상상이 머지 않아, 수화를 구사하는 침팬지의 사회가 형성된 이후 몇 세대가 지나면, 현실이 되리라고 기대했다. 수화를 구사하는 침팬지의 사회란 "수화로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침팬지가 모두 죽거나 2세를 낳지 않은" 상태로 정의됐다. 그 상태 이후 몇 세대가 지나면 침팬지의 수화가
백경게임랜드 크게 발달하고 정교해지리라고 그는 내다봤다.
과학도 유행을 탄다. 세이건이 이와 같이 상상한 배경이 된 흐름이 있었다. 유인원의 인간 언어 학습능력에 대한 연구였다. 인간의 언어능력이 문화ㆍ학습의 산물이라면 유전자의 98% 이상을 공유하는 유인원도 인간처럼 양육하면 언어를 익힐지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작업이 1930년대에 시작됐다.
우주전함야마토게임 인디애나주립대 심리학자 윈스롭 켈로그(Winthrop Kellogg)는 '구아(Gua)'란 이름의 7개월짜리 침팬지를 자신의 10살짜리 아들과 함께 키우며 말을 가르쳤다. 그의 실험은 9개월 만에 실패했다. 당시는 유인원의 후두 등 해부학적 구조가 음성 언어의 발성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이후 연구자
릴게임갓 들은 수화로 눈을 돌렸다. 유인원 수화 연구는 1960년대 중반에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1 사례. 1966년 네바다대 심리학자 앨런과 베아트릭스 가드너 부부의 침팬지 '와쇼(Washoe)'가 처음이었다. 가드너 부부에 따르면 와쇼는 22개월 만에 34개 어휘를 수화로 익혔고, '냄새'라는 어휘를 전달하기 위해 '꽃'이란 단어를 제시하는 등 언어적 창의(비유)를 발휘했으며, 다른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백조를 두고 'Water Bird'라 칭한 것도 와쇼였다.
그들의 논문은 실험 방법론과 데이터 등에 대해 동료 학자들의 평가를 받은 소위 주류과학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노엄 촘스키 등 언어학자와 주류 영장류학계는 대부분 무시하거나 의심했지만, 가능성만으로도 후속 연구를 자극했다.
유인원에 수화 가르치는 실험의 '홍보'와 '실체'
#2 사례. 콜롬비아대 언어심리학자 허버트 테라스(Herbert S. Terrace)의 챔팬지 '님 침스키(Nim Chimpsky, 노엄 촘스키의 패러디)'는 44개월 동안 125개 수화 어휘를 익혔다. 하지만 테라스는 그게 침스키가 인간의 언어로 인간과 소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결론지었다.
침스키는 먹을 걸 달라는 등 주로 동물적 필요를 구문이 아닌 몸짓 기호로 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한 마디로 그건 방식만 다를 뿐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주인과 소통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소통이라는 행위도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 연구자의 표정과 몸짓을 모방하거나 학습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3 사례. 스탠퍼드대 동물심리학자 프랜신 패터슨(Francine Patterson) 교수는 고릴라 '코코(Koko)'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일부 언론이 전한 코코의 능력은 놀라웠다. 코코의 조어 능력은 와쇼를 능가해, 'hairbrush'를 '긁는 빗(scratch comb)'으로, 'ring'을 '손가락 팔찌(finger bracelet)'로, 'mask'를 '눈 모자(eye hat)'로 묘사했다.
코코의 능력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비판의 논점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과장됐고, 해석ᆞ통역의 변수가 너무 많고, 검증 가능한 연구 데이터가 없다는 거였다.
'와쇼'의 조어(swan→water bird)를 단지 그가 익힌 '물'과 '새'를 따로 칭한 것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던 '님스키'의 테라스는 "의미가 ('코코'의 행동이 아니라) 관찰자의 눈에 있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고, ('코코' 연구자를) '열정 과잉의 어머니'라고 비유하며 "그는 대리 자식을 너무 자랑스러워한 나머지 다른 연구자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의 신경내분비학자이자 영장류학자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는 "패터슨은 몇 개의 뭉클한 동영상 필름 외엔, 분석해볼 만한 어떠한 데이터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칼 세이건. 사진=NASA
세이건의 희망은 사실을 보고 분석하는 눈을 가렸다. 그는 "아마도 이 주제 전체에서 가장 놀라운 측면은 언어 사용의 변경 지대에 존재하는 배우려는 열의로 넘치고 일단 언어를 배우고 나면 그것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존재한다는 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이건 "잠재적 언어 역량 보인 영장류를 인간이 제거했다"
그렇다면 1960년대 중반 이후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예컨대 서커스단의 침팬지가 수화를 배운 것과 같은 사례는 왜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걸까?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상상한다. 이는 반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틀린 주장이다.
"내 생각에 그 문제에 대해 가능한 대답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어느 정도 지능의 증거를 보이는 영장류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바나 초원 지대에 살던 영장류는 인간에게 몰살당했을 것이다. 아마 고릴라나 침팬지 등은 숲에 살았기 때문에 인간의 살육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언어 교습은 '오도된 유행'이었다. 그 유행은 대부분 소극으로 드러났고 응당히 1980년대 이후 시들해졌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이제 그런 활동은 환상을 파는 고등 서커스에 가깝다는 본질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출처: 최윤필, 고양이와 인간을 사랑한 고릴라, 한국일보, 2018.07.02.).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은 그 유행의 끝물에 나왔다.
사람의 언어 본능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 '수화 옹알이'
이제 이론적인 논의로 넘어간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인간 언어 능력은 유전적으로 획득된 고유의 자질이라는 관점에서 침팬지의 수화 학습은 불가능하다고 일찌감치 설파했다.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 역시 《언어 본능》에서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인간은 유인원이 갖지 못한 언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니고 태어난다. 전자는 음을 정교하게 낼 수 있도록 하는, 후두의 위치를 중심으로 한 구강 구조다. 이 하드웨어를 구사하는 소프트웨어는 뇌에 장착되고, 여기에는 여러 유전자가 관여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는 FOXP2로, 말소리 산출과 문법 처리에 필요한 두뇌 회로의 발달을 조절한다. 아울러 CNTNAP2, KIAA0319, DCDC2 등 유전자는 음운 처리와 문법 습득, 읽기 능력에 관여하며, 이들이 정합적으로 작동해 인간 특유의 언어 능력이 형성된다(Graham & Fisher, Decoding the genetics of speech and language, Annual Review of Genetics, 2015.).
핑커는 《언어 본능》에서 "아이는 가르침 없이도 소리를 범주화하고, 문법 규칙을 추론하며, 의미를 구조에 매핑하려는 인지적 편향을 타고난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장구한 세월 동안 DNA에 새겨진 언어 능력을 타고나지만, 사람의 언어 본능은 새가 둥지를 짓는 본능과는 조금 다르다. 새는 자극이 없어도 때가 되면 스스로 둥지를 짓는 데 비해, 사람은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 늑대 무리에서 자란 어린이의 사례에서처럼 결정적인 시기에 언어적인 자극이 없는 경우 아이는 말을 배우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 본능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수화 옹알이'다. 먼저 수화의 기본을 살펴보면, 수화는 음성 언어를 손짓으로 표현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수화는 언어마다 다르고 언어에 해당하는 손짓을 조합한 유형도 있으되, 음성 언어의 모방이 아니다. 독자적인 언어 체계다.
원성옥의 《수화》에 따르면 1차 언어로서 수화를 습득한 청각장애 아동은 수화로 옹알이를 한다. 수화에 노출된 이후 3개월부터 이를 시작한다. 발성이 가능하지 않은 가운데 다른 소통 수단으로 뜻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언어 본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구강 구조라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우회할 정도로 강력함을 보여준다. 유인원은 수화에 노출되더라도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고도화하는 수단이 됐다. 언어로 이론을 만든 인간은 언어에 대해서도 탐구해왔다. 철학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언어에 매료되고 말에 대해 말을 남긴 까닭이지 싶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