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에비타'. 블루스테이지 제공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한 나라의 영부인이 대중 앞에서 스스로를 한껏 낮추며 연설한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누군가가 떠오르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니다. 뮤지컬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의 삶을 성스루(Sung-thro
릴게임뜻 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 뮤지컬로 풀어낸 작품이다. 대표곡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에서 에바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칭하며 서민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고 노래한다.
가난한 사생아에서 일국의 퍼스트 레이디에 오르기까지 에바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치와 포퓰리
바다이야기온라인 즘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과 서민을 위한 교육·의료 정책을 주도해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뮤지컬 '에비타'는 해설자인 체의 시선으로 사생아로 태어난 에바가 권력의 정점에 이를 때까지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이를 통해 그에게 권력이 서민을 위한 수단이었는지, 혹은 서민이 권력을 위한 도구였는지 묻는다.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이번 공연은 2006년 한국 초연, 2011년 재연 이후 14년 만의 귀환이다. 초연 무대는 1978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처럼 체가 베레모를 쓰고 등장해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체 게바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인물을 특정하지 않는다. 무대와 의상 역시 특정한 시공간을 지우며, 시대를 초
게임몰릴게임 월해 정치적 야망을 향해 질주한 한 여인의 보편적 서사로 재구성한다.
뮤지컬 '에비타'. 블루스테이지 제공
정치적 야망 향한 한 여인의 보편적 서사로
게임몰릴게임 뮤지컬 '에비타'. 블루스테이지 제공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영상의 활용이다. 에바의 해외 순방처럼 시대적 맥락이 필요한 장면은 영상을 통해 사실감을 더했고, 라이브 캠 실시간 화면은 에바가 미디어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던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미디어는 에바를 미화하는 선동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죽음을 앞둔 그의 마지막 연설을 대형 스크린으로 비추며 한 인간의 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마저 연기였는지는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
'에비타'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조셉 앤드 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창작자는 각각 그들의 최고 작품으로 '에비타'를 꼽는다. 특히 음악은 웨버의 대표작 '캣츠', '오페라의 유령'의 팝·세미클래식 기반 스타일과는 결이 다르다. 자유로움과 열정이 넘치는 웨버표 탱고와 라틴음악을 들려준다.
어린 에바를 유혹하는 탱고가수 마갈디의 ‘별빛 찬란한 밤’은 기타의 떨림과 보컬의 자유로운 음 길이로 불순한 의도에도 묘한 로맨틱함을 만들어낸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에바의 야망을 강렬한 탱고 리듬에 녹여낸 곡이다.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처럼 심포닉 팝 스타일도 있지만 라틴 특유의 발랄함과 에너지가 가창력 좋은 배우들과 만나며 젊은 시절 웨버의 또 다른 음악적 면모를 확인하게 한다.
에바 역은 대대로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배우가 맡아 왔다. 런던과 브로드웨이 초연의 일레인 페이지, 패티 루폰, 그리고 현재 런던 무대에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레이첼 제글러가 에바로 선택됐다. 이번 국내 공연에도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 등 내로라하는 실력자 배우들이 참여한다. 필자가 본 유리아는 공연 마니아 사이에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답게 밑바닥을 딛고 정상까지 오른 에바의 단단한 내면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진성 고음은 음악적 쾌감을 넘어 수많은 난관 끝에 도달한 자리에서 느껴질 어떤 고단함까지 함께 전달했다.
공연은 내년 1월 1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이어진다.
객원기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