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던 스콧. 그는 “시와 그림책은 소리 내어 읽히도록 만들어졌다. 나의 그림책이 몸을 통해 읽힌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Andrew Zawacki, 민음사 제공
“아늑한 공간에서, 잠들기 전, 양육자와 아이가 서로 몸을 맞대고 제 그림책을 읽는 장면을 늘 상상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심장 뛰는 소리와 숨소리를 느끼며 읽는 그 순간을요. 이는 서로에 대한 돌봄과 애정이 깃든 아름다운 친밀한 행위죠.”
캐나다 출신의 조던 스콧(47)은 시인이자 그림책 작
바다이야기부활 가다. 어렸을 때부터 심한 말더듬증을 겪었던 그는 자신의 신체적이고도 언어적인 경험을 문학적 주제로 격상시켜 유려한 입말 중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왔다. 말 더듬는 아이가, 굽이치고 부서지면서도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마주하면서 위로와 배움을 얻는 이야기인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2021년 한국에서 발간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할머니
10원야마토게임 와 아이의 연대를 다룬 그림책 ‘할머니의 뜰에서’(2023)도 호평받았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부산에서 연 ‘제2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찾은 조던 스콧(47)은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시와 그림책, 언어와 몸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쿨사이다릴게임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대담 ‘바다처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에 참석한 조던 스콧.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그에게 시와 그림책은 서로 다른 장르가 아니라, 같은 감각에서 출발한 언어다. “시와 그림책은 미니멀리즘, 소리의 중요성, 음절과 행갈이 등에
바다신게임 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요. 시처럼 그림책도 소리 내어 읽히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이 가진 구어적 특성은 작품의 소리 자체가, 의미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스콧은 시에서 행을 끊는 방식 그대로 그림책에서도 ‘숨’으로 행을 나눈다고 했다. “이런 방식에서 보듯, 시는 언제나 몸을 깊이 다루는 장르”라고도 말했다.
10원야마토게임 숨에 맞춰 끊어진 문장들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책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속도가 자연스레 늦춰지고, 종종 침묵을 만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서 말 더듬는 아이의 몸은 자연과 만나며, 망설이고 잠시 숨을 멈춘다. 그의 작품 속 인물과 자연은 침묵 속에서 공명하고, 독자들은 소리 내어 읽고 듣다가 멈추는 과정을 통해, ‘찰나의 고요’ 속으로 스며든다.
그는 그림책과 시의 언어를 음악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림책은 시처럼 짧기 때문에 모든 단어가 중요합니다. 글을 쓸 땐 완벽한 단어를 찾기 위해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죠. 음악을 창조하듯, 단어들이 서로 결합하며 어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는 따뜻함뿐만이 아니라 “저항성”도 함께 갖고 있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시 쓰기는 친밀함과 같은 의미에서 ‘저항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신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규칙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른바 ‘유창한 말하기’에 저항할 수 있는 완벽한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강연자로 참석한 조던 스콧이 사인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그는 자신의 책에 관해 “말더듬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각자가 몸으로 언어를 느끼는 방식의 화려하고도 독특한 차이에 관한 책”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말더듬을 다루지만, 읽기 쉬운 서사로 독자를 안내하기보다는 오히려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요청한다는 것. “물론 말이 유창하지 않은 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기에 유창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듣는 이가 시간을 갖고 공간을 내주며 여유를 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말더듬은 또렷한 발음과 논리적이고 매끄러운 화법을 규범으로 삼는 사회의 언어 질서와 충돌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사회가 강요하는 속도와 기준, 정상성의 틀을 확인할 수 있다. 스콧의 작품이 변화가 빠르고 성취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유독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글을 쓸 때 어떤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쓸까? 참신한 답변이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저는 글을 쓸 때 어린 독자, 또는 어른의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아이’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정말로 생각하는 건 이뿐이에요. 때로는 제가 깊이 사랑하는 주변 아이들의 목소리와 시점으로 글을 쓰기도 합니다. 또 다른 때는 어린 시절의 제 자신에게 보내는 시 형태로, 어릴 적에 읽고 싶었을 법한 글을 쓰기도 하죠.”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l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2021)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내면 아이’를 독자로 상정한다는 그의 말은, 왜 그의 그림책이 수많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얻었는지 설명해 준다.
2024년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과 캐나다 작가 8명이 함께한 기념 앤솔러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민음사)에서 그는 아들을 향해 마음을 고백했다. “나는 오류들로 이루어져 있지. 나는 언어의 고질적인 가뭄이야. (…) 네가 없이는 언어를 상상할 수가 없어, 사샤. 네 이름은 발음하기 좋아서 고른 이름이야. (…) 네 이름을 말하면 기분이 좋아.”
앤솔러지 작업 후 그는 번역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경험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도 털어놨다.
“글이 번역되는 것은 놀라운 선물입니다. 저에게 번역은 순수함의 차원을 경험하게 합니다. 제가 왜 글을 쓰는지, 그 궁극적인 목적과 이유를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 주기 때문입니다. 작가로서 오랫동안 바랐던 것은 제 작품이 제 모국어를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정말 큰 선물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작가들과 협업을 꿈꿔왔고, 최근 한국의 이소루 작가와 ‘아침’, ‘빛의 집’이라는 두권의 그림책을 작업중이라고 전했다.
“이소루 작가님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놀랍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여러번 방문하며 한국인들과 음식, 웃음, 문학, 추억을 나누었는데, 그 경험은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최윤아 기자, 이유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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