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집 앞도 춥다며 나가기 싫은 시기가 왔다. 이런 추위를 마당의 식물들은 어떻게 버티는지 새삼 대단할 뿐이다. 식물 가족들은 따스한 봄날이 올 때까지 작은 실내에서 인간과 함께 겨울을 난다. 겨울방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거다. 숙제도 없는 식물유치원의 방학은 정말 나와 식물들이 온전히 웅크리고 쉴 수 있는 시기다.
식물 돌보는 일이 느슨해질 때면 여러 다른 취미를 찾아 즐기곤 한다. 여느 식물 집사들이 그러하듯 나도 코바늘 뜨개질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흥미가 떨어져 이제는 코바늘을 손 놓은 지 오래인
우주전함야마토게임 데, 얼마 전 식물 모임에서 함께 화분 커버를 떠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집에서 사는 식물에게는 꼭 필요한 게 아니라서 남들이 뜨는 거나 구경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화분 커버의 사진을 보니 너무 예쁜 것이 아닌가? 그럼 나도 하나 떠볼까? 오랜만이라 뜨개질이 어색했던 것도 잠시, 한 코 두 코 숙련된 뜨개 장인의 도움을 받으니 금방 완성했다.
릴게임뜻 큰 기대 없이 만들었는데 꽤 마음에 든다.
재개발 지역에서 구조하고 잘 돌본 식물을 나눌 때면 데려가는 사람들이 종종 공기정화가 잘되는 식물인지, 꽃이 오랫동안 피는지, 혹은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기왕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식물을 데려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나의 경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우는 어땠을까. 식물에게 물을 주고 햇볕을 잘 쪼일 수 있게 도와주며, 겨울에 실내에서는 식물 등을 사서 달아주고, 추워도 한낮에는 통풍을 위해 잠시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쐴 수 있게 해주는 등 식물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그 외의 것을 해주어야 하는 식물이라면 나와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오리지널골드몽 식물을 키우는 데에 온갖 정성을 쏟기보다는 무심한 듯 무던하게 키웠고, 화분도 예쁜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사기보다 재개발 지역에서 가져온 화분이나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일회용 플라스틱 컵, 갈색 피로회복제 유리병으로 대신해왔다. 이런 나에게 직접 만든 화분 커버의 깜찍함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것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걸까?
직접 만든 손뜨개 화분 커버를 한련화 옆에 걸어주었더니 주변이 화사해졌다. ⓒ백수혜 제공
완성한 뜨개 화분 커버를 맞는 크기의 화분에 씌워보았다. 갑자기 만들게 된 거라 크기도 제대로 재지 못해서 맞는 화분이 없을까 여러 화분에 올려보다가 드디어 꼭 맞는 화분을 찾았다. 주황색 꽃을 포인트로 넣어 뜬 화분 커버를 이리저리 늘려가며 씌우고 나니 마침 같은 주황색의 꽃을 피우는 한련화 화분이다. 이 작은 손바닥만 한 뜨개 커버 하나로 식물 선반이 화사해진다. 늘 기쁨을 주는 식물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되돌아보게 된다. 이마저도 식물 입장은 어떠한지 알 도리가 없는 일방적인 애정 표현이지만, 차가운 화분이 털실에 둘러싸여 따듯해 보이는 모습이 내 마음도 데워준다.
작고 귀여운 열쇠고리라든지, 길에서 마주친 강아지나 담장 위의 고양이, 유리문을 잡아주는 내 앞사람, 장갑 위에 떨어진 하얀 눈송이 등 꼭 쓸모가 있지 않더라도,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도 기쁨을 주는 존재가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작은 화분의 커버를 만드는 일은 ‘내가 식물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식물을 잘 돌봐주는 것 그 이상의 노력이 있다면 역시 식물과 내가 같이 지내는 지구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이 아닐까. 일회용품보다 다회용품을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환경을 위한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처럼 작은 일일지라도 말이다.
갑자기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1월, 한 해의 계획 중 하나는 친환경적인 선택과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정해본다. 별일 아닌 사소한 것이더라도 식물과 ‘쌍방 애정 표현’을 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제법 익숙해진 손길로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애정을 담아 화분 커버를 하나 더 떠본다. 기쁜 겨울방학이다.
백수혜 (‘공덕동 식물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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