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가운데)이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원작 소설과 영화는 물론 미국과 영국에서의 공연도 큰 성공을 거둔 ‘라이프 오브 파이’(GS아트센터)가 이달 초 한국에도 상륙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망망대해에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단둘이 남겨져 표류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소년 ‘파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이 역에는 배우 박정민이 낙점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출판업부터 영화, 공연까지 종횡무진이며 올 바다이야기 한 해 화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답게 그의 공연 회차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를 최근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이 한창인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만났다.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박정민은 “겁이 났고 잘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면서도 “유튜브 영상으로 먼저 본 뒤 이 작품을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근사하겠는데 바다이야기하는법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고민하던 중 황정민 형이 ‘그럼 하지마, 내가 할 테니까’라고 던지는 농담에 오디션까지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 속의 호랑이를 퍼핏(인형)으로 구현한다는 것. 박정민은 “동물의 움직임에 반했다”며 “내가 도와줘야 호랑이가 살아있는 느낌이 구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현되기 때문에 나도 한 명의 퍼피티어가 된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이 연기하는 파이는 순수하고 맑은 10대 소년이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영화 ‘기적’ 이후로 다시는 10대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엔 멀리 무대에서 보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며 “아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과 감정에 집중했다”며 웃었다.
바다이야기디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오랜만의 무대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는 게 박정민의 설명이다. 그는 “이전 연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끝나고서야 무대에서는 온몸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용수처럼 몸을 잘 쓰는 배우는 아니지만 최대한 관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내 분장실에 에너지젤이 수북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영화 릴게임바다이야기 촬영과 달리 매일 동일한 장면을 연기해야 하고 단 한 번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관객분들에게 대번에 보이는 실수를 한 적은 없다”면서도 “감정적 실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달달 외워도 틀리지 않는 건 어렵다. 빨리 잊어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공연이 주는 매력에 대해서는 “반복적인 연기”와 “관객의 존재”를 꼽았다. “5∼6개월 동안 같은 장면을 매일같이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연기 공부도 많이 되고 상대 배우들과도 더 빠르게 돈독해지더라고요. 관객이 앞에 있다는 건 무서우면서도 좋습니다. 스크린 없이 연기한다는 게 흥분되기도 하고 신기해요.”
함께 파이를 맡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 박강현과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같은 배역을 맡은 만큼 서로 경쟁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고 한다. 그는 “백스테이지에서 강현이의 공연을 볼 때마다 노하우를 뺏어 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종교적 믿음과 희망, 죽음과 삶이라는 철학적 주제가 얽혀 있는 작품이다. 박정민은 “공연하면서 종교가 왜 존재하는지 깨달았다”며 “파이는 극도로 좌절하고 원망도 할 줄 아는 캐릭터다.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1인 출판사부터 출연한 저예산 영화의 성공, 연말 영화 시상식에서의 협업 무대까지. 올 한 해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박정민은 당분간은 공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저는 여전히 쉬는 날에 출근하고, 공연 날에 공연하며 살고 있어요. 한 장면을 위해 몇 개월을 머리 싸매고 고민한다는 건 배우로서 해볼 만한 작업이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