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런웨이를 뜨겁게 달구는 브랜드들의 뒷면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벨기에’. 럭셔리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름을 하나씩 살펴보면, 놀랍게도 벨기에 출신이 많다는 걸 아는가.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새 시대를 여는 아티스틱 디렉터가 됐고,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안 클라우스너, 디젤의 글렌 마틴스까지. 벨기에 디자이너들의 남다름은 내로라하는 하우스의 곳곳에서 활약하는 중이다.
시작점에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가 있다. ‘패션의 하버드’로 불리는 이 학교는 수많은 실험적 디자이너를 배출해 왔다. 1980년대 중반, 이 학교를 졸업한 여섯 명의 젊은 디자
손오공게임 이너가 런던에서 패션쇼를 열었는데, 이들이 바로 ‘앤트워프 식스’다. 드리스 반 노튼, 앤 드뮐미스터, 월터 반 베이렌동크, 더크 반 세엔, 더크 비켄버그, 마리나 이. 이들은 당시 패션 문법을 완전히 흔들었다. 화려한 쿠튀르 대신 절제된 구조와 해체적인 실루엣, 감정을 드러내는 질감으로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냈다. 앤트워프의 회색빛 거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황금성사이트 작업은 오히려 더 많은 색과 감정을 담고 있었다. “패션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후 라프 시몬스가 등장하며 그 정신을 이었는데 그는 실험과 반항, 음악과 청춘의 감성을 옷에 담아내 남성복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 그 철학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벨기에
바다신게임 패션의 정신이 됐고, 지금의 메릴 로게, 줄리 케겔스 같은 신세대 디자이너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특히 줄리 케겔스는 최근 파리 패션위크에서 주목받은 신예. 단조로운 규칙을 벗어나 유머와 해체, 재치 있는 여성성을 제시하며 ‘벨기에식 감성’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글렌 마틴스 역시 앤트워프가 낳은 실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디젤을 성공적으로
알라딘릴게임 이끌었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세대 교체의 상징이 됐다.
벨기에의 패션 생태계는 한 명의 천재가 아닌, 한 세대의 철학이 만든 결과물이다. 비록 벨기에는 나라 규모는 작지만 예술과 사진, 그래픽,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벨기에 패션 어워즈’ 같은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플랫폼이
릴게임몰 활발할 뿐 아니라 브뤼셀의 라 캉브르 예술학교 역시 앤트워프 못지않은 저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탄탄한 시스템 덕분일까.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천재들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벨기에의 복합 문화도 한몫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경계에 자리한 나라답게 언어와 감성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타협보다 혼종을, 통일보다 차이를 존중하는 정서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배경이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에 깊은 영감을 준다. 결국 벨기에 패션의 핵심은 ‘실험’과 ‘포용’이다. 이들은 옷을 통해 끊임없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장식보다 구조를, 유행보다 감정을, 완벽함보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선택한다. 동시에 젠더나 정체성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벨기에식의 스타일은 요란한 쇼보다 조용한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 럭셔리 하우스들이 벨기에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다.
지금의 자연스러운 흐름은 새로운 ‘앤트워프 식스’ 탄생을 예고하는 것 같다. 전설과 신예가 공존하는 시점, 그 중심에 선 벨기에 디자이너들의 실험 정신과 포용력. 그들이 만들어가는 옷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이자 태도다. 과연 이들이 하이패션을 다음 시대를 정의할 수 있을까? 에디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앤트워프 거리에서 시작된 실험 정신은 이제 파리, 밀란, 뉴욕, 서울의 런웨이에서 살아 숨 쉰다. 우리는 지금 또 한 번의 전설과 마주하고 있다. 모든 미학을 품은 벨기에 스타일로, 새로운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