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석산 아래 현수교와 야영지.가시거리가 넓어 멀리 우뚝솟은 지리산도 조망할 수 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상대에게 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해지면 차츰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에서 매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춘기 청소년처럼 방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랜 친구들은 과도기의 나를 낯설어하기도 했다. 지금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방황한다. '다중이' 같다고나 할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이불 킥 하며 후회와 반성을 할 때가 많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자아를 되찾기 위해서는 가끔씩 나를 가장 냉철
오션릴게임 하게 판단하는 오랜 친구의 충고와 위로가 필요했다. 그 오랜 친구들의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적석산 갈 거니까 김효주 시간 비워 놔!'
'알겠어요!' 항상 군더더기 없이 응해 주는 그녀였다.
'나는!?' 김정미가 끼어들었다.
'너는 그때 호주에 있을 거잖아!'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말이라도 같이 가자고 하면 덧나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듯 투정 부려 주는 그녀와의 티키타카마저도 나에겐 위로였다. 1박 2일로 시간 내기가 어려운 경실이가 언제 함께 가고 싶다던 말이 생각나 연락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경실이를 보며 자아 성찰을 하곤 한다. 이래서 커리어가 중요한가 보다. 이번엔 그녀에게 동화되어
릴게임 온화함을 흡수해야겠다.
마산역에 내리자 전주에서 출발해 먼저 도착한 효주가 웃으며 반겨주었다. 경실이와 효주는 어색함 없이 금세 친해졌다. 적석산(積石山·497m)은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바위산 같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걷는 걸 좋아하는 경실이를 위해 코스를 길게 잡았다. 들머리에서 임도를 따라 걸었다. 12월이지만 마산은 겨
바다이야기슬롯 울이 오다가 길을 잃은 듯 아직 포근했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쉬었다. 좀처럼 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오지 않자, 경실이가 길을 찾으러 먼저 올라가 보겠다고 했다. 배려가 몸에 밴 경실이는 우리가 힘들까 봐 체력을 아껴주려는 것이었다. 효주와 나는 당황하며 말렸다.
"경실아! 길은 어떻게든 찾아 올라가니까 그냥 쉬어. 험한 산이 아니라
백경게임랜드 그냥 가면 돼. 그리고 우리는 알바 전문가거든!"
말이 끝나자 효주가 동의한다는 듯 끄덕이며 웃었다.
경실이는 여전히 편치 않은 눈치였지만, 워낙 성격이 좋은 효주 덕분에 금세 분위기가 좋아졌다. 둘이 앞서가며 시종일관 희희낙락이다. 바싹 말라 서걱서걱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마저도 흥겨워진다. 능선에 올라서자 좀처럼 보이지 않던 조망이 트였다.
52m 길이 현수교, 일출 일몰 스폿
3층짜리 거대한 레고 블록 같은 전망대가 우뚝 서 있었다. 어디든 기어오르는 효주가 먼저 올라갔다. 경실이도 뒤이어 한층 한층 올랐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멀리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가 그리도 즐거운지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꺄르르 웃는 동생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푸근한 날씨지만 금세 서늘해졌다.
이경실씨와 김효주씨가 나무뿌리와 바위로 뒤엉킨 가파른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통천문을 덮고있는 편바위 위에서 단체 사진을담았다.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경사도 심해졌다. 바위와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데크 계단을 올라가자 거대한 식빵 같은 편바위가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칼봉의 통천문으로 이어진 통로였다. 박배낭을 기울이며 바위 틈으로 들어가자 샌드위치 속 패티가 된 기분이었다. 통천문으로 오르는 바위에는 작은 철계단이 놓여 있어 오르기가 수월했다.
앞서 올라간 경실이와 효주는 또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깔깔대는 소리가 통천문 아래로 퍼져 나왔다. 파란 하늘을 등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또 언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칼봉 코스의 통천문은 한 명만통과할 수 있을 만큼 좁지만, 멋진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다.
통천문을 지나 암릉에 올라섰다. 칼봉과 적석산을 잇는 현수교가 나타났다. 현수교는 2005년 폭 1.2m, 길이 52m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위험한 암벽을 기어오르는 수고는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람골이라 현수교 중간에서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흔들렸다. 현수교 건너에 야영하기 적당한 곳이 있었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절벽 쪽으로 바위벽이 있어 바람을 막아 주니 하룻밤을 고요하게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경실씨와 김효주씨가 나무뿌리와 바위로 뒤엉킨 가파른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등산객은 없지만,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배낭을 두고 정상에 다녀오기로 했다. 정상부는 거대한 암릉으로 이뤄졌다. 정상석 옆에 앉아 저무는 석양을 감상했다. 석양에 비친 거친 표면은 켜켜이 겹쳐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 낸 크루아상처럼 황금빛으로 빛났다. 시각적인 기분 탓이겠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바삭거리는 느낌이었다. 12월의 적석산은 흐트러진 기분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치기 위해 서둘러 야영지로 돌아갔다.
쉘터 안은 크리스마스 조명과 산타 인형으로 미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눈도 없는 차가운 바위 위였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저녁을 먹으며 각자의 잠자리에서 이불 킥하며 반성하고 후회하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거친 생각들은 냉철한 효주에게 심판되고, 온화한 경실이에게 정화되었다. 마침내 고민이 해소되자 밤이 깊어질 때까지 철없는 사춘기 소녀들처럼 왁자지껄 떠들고 웃었다.
12월의 적석산, 눈은 없지만, 산타클로스 인형으로연말 분위기를 만들었다.
쏟아지듯 밤새 움직이는 별들.
거제도 앞바다의 조각 섬들
눈을 떴을 때, 텐트 밖에는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 잠들어 있는 동생들이 깨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드론을 날렸다. 동쪽으로 보이는 거제도 바다의 조각 섬들 위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우리가 머문 암릉은 시루떡 같은 바위가 차곡차곡 쌓여 절벽을 이루었다. 적석산 이름에 걸맞은 산세였다.
효주가 텐트 밖으로 나왔다. 어제와는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경실이를 깨웠다. 잠을 더 자고 싶어 할지, 일출을 보고 싶어 할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이 없어 더 이상 깨우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위해 열심히 아침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멋진 일출을 우리만 보는 게 아쉬웠다.
거제 바다 위로 솟아오른 태양이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아침을깨우고 있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넘어오는 등산객이 있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사이트를 정리했다. 경실이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계절 상관없이 백패킹을 다니는 우리와 달리 경실이는 겨울 백패킹이 익숙하지 않아 피곤했을 것이다. 빨리 내려가 따뜻한 국물로 몸을 풀어주고 싶었다.
정상에 오르자 노부부 등산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민폐를 끼칠 뻔했다. 새사람으로 거듭난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커플 사진을 찍어주었다. 하산길인 일암저수지 코스는 짧지만 가팔랐다. 경실이와 효주는 추위에서 봉인 해제된 듯 또 티키타카가 이어졌다. 덕분에 험한 하산길에 긴장감 없이 즐겁게 내려왔다. 산행을 마쳤을 때, 경실이와 효주는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챙겼다. 덩달아 보는 내내 나도 흐뭇해졌다. 심신이 지칠 때 친구는 좋은 회복제가 되어준다. 나는 다시 새로운 사람을 대할 용기가 생겼다.
적석산 정상부를 걷는 백패커들.이름에 걸맞게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표면이 거칠다.
민미정 깨알 팁
산행 정보
산행 코스 일암저수지~오른쪽 임도~등산로 이정표~통천문~현수교(1박)~적석산 정상~일암저수지 (약 3.5㎞, 3시간 30분 소요)
미식가 김효주씨가 추천하는 겨울 야영 음식
과메기는 고단백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종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야영 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고혈압, 동맥경화, 노화까지 예방해 준다고 하니, 겨울철 필수 음식이다. 과메기를 처음 먹어 본 이경실씨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했다.
마산역의 피로 회복제
지친 마음은 친구에게 위로받고, 지친 몸은 진한 국물로 치유받는다!!
마산역 앞의 '신라 해장국'은 각종 약재를 넣어 우려낸 국물 맛이 일품이다. 성격만큼 맛에 대한 평가가 냉철한 김효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우리가 그렇게 많은 기차역, 터미널 식당을 돌아다녀 봤어도 여기가 단연 최고예요!"
우리 셋은 뚝배기 바닥까지 싹 비웠다. 이른 아침부터 넓은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소문난 맛집 인정!!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