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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Groste Refuge, Italian Landscape series, 1983, C-print, 21.5×35cm, (C) Heirs of Luigi Ghirri, 뮤지엄한미 제공
해를 넘긴 달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몇 해 전부터 걸었던 달력은 좀체 버릴 수가 없었다. 근래 내 인생이 황금기를 맞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달력에 인쇄된 사진들을 버리기가 아깝기 때문. 뮤지엄한미에서 제작하는 캘린더에는 이발소에 걸린 그림을 얕잡아 부르는 것처럼 취급됐던 촌스러운 ‘달력 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윌리엄 클
뽀빠이릴게임 라인, 아놀드 뉴먼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됐다. 2026년도 달력은 뮤지엄한미에서 ‘이탈리아 컬러사진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 사진작가 루이지 기리의 사진들이다.
루이지 기리의 컬러는 뉴욕의 거리를 사진에 담은 사울 레이터의 색깔보다 화려하지 않다. 이탈리아를 아직 가보지 못한 나는 빛바랜 컬러 사진 같은 느낌의 색깔이
게임몰 이탈리아의 공기가 그러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사진은 유통기한을 넘긴 필름으로 찍은 컬러사진 같은 색감이 느껴지는데(내가 아는 어떤 후배는 빛바랜 사진을 찍고 싶다며 디지털 카메라로 바뀐 후 암실에 처박아 놓았던 필름들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그림으로 치자면 물감이라기보다는 파스텔 크레용으로 칠한 그림 같다. 채도가 낮고 선명하지 않다는 이야
야마토통기계 기인데, 그래서 사진 보다는 그림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사진은 대부분 (‘마틴 파’의 익살이 있는 사진을 제외한다면) 사진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진들일 것인데, 그런 점에서 루이지 기리의 사진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마틴 파의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달력에 실린 루이지 기리의 사진들에도 유머가 있다. 실재의 산과 빌보드
릴게임뜻 의 폭포가 뒤섞여 사진 전체가 광고 포스터처럼 보이는 사진, 차고에 걸린 그림 커튼이 터널 끝에 보이는 풍경처럼 보이는 사진, 갈라진 벽이 마치 두꺼운 캔버스가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사진 등이 그러한데 상황 자체가 웃긴 것이 아니라 일종의 착시 효과에서 오는 유머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6년 전에 한국에서 출간된 ‘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은 아마도
릴게임 이러한 내용을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카메라 매뉴얼을 다루는 방법이 아니라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 말이다.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카메라 없이 보는 법을 가르치는 도구”라고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고담시처럼 뉴욕을 사진에 담은 윌리엄 클라인은 약간 다르게 표현했다. “카메라는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조차 자기가 찍은 사진 속에서 의도하지 못한 어떤 시각적 경험에 놀란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개연성을 상상해보는 것, 이것이 카메라의 기계적인 매뉴얼을 습득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어쨋든 아직은 기계가 상상할 능력까지 갖춘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에.
루이지 기리 캘린더의 1월 사진은 성에가 낀 유리 건너로 보이는 눈 내린 산의 풍경이다. 창밖의 풍경은 아마도 그저 그런, 달력 사진처럼 진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진에 담긴 유리의 성애는 마치 부드러운 눈보라처럼 나타나 창밖의 풍경에 녹아든다. 음, 어쨌든, 새해 첫 달인 31일 동안 계속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달력 사진이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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