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 중 볼레로’가 내년 한국 관객을 만난다. 전설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1927-2007)의 유산을 계승한 베자르 발레 로잔(BBL)이 25년 만에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
베자르 발레 로잔의 ‘볼레로’.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나 벨기에 브뤼셀, 스위스 로잔 등에서 활약한 베자르는 발레가 현대 관객과 만나는 방식을 재설계한 안무가. 고전적 음악·발레 어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익
골드몽릴게임 숙한 레퍼토리를 과감히 재가공했다. 고전 발레의 테크닉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무용·재즈·아크로바틱, 전자음악 등 동시대 감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사랑·죽음·종교·신화·문명 등의 큰 주제를 무대 위에서 제의처럼 선보이는 무대를 대중을 위해 만들었다. 1966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려 2년 동안 관객 30만명을 동원했다. ‘봄의 제전’, ‘불새’ 등
릴짱 에서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안무한 ‘교향곡 9번’, 영국 그룹 퀸과 모차르트 음악에 지아니 베르사체 의상을 결합한 ‘발레 포 라이프’,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와 노래를 안무로 되살린 ‘피아프’ 등이 대표작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베자르 작품은 ‘볼레로’. 원래 볼레로는 18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생겨난 4분의 3박자 느린 무용음악이자 전통춤이다. 기타와 캐스터네츠 반주에 맞춰 독무 또는 2인무로 추는데 우아한 동작과 서정적 선율이 특징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으로 유명한 볼레로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작품. 1928년 가을 라벨은 당시 발레 프로듀서였던 이다 루빈스타인 의뢰로 새로운 무용음악을 구
바다이야기릴게임 상하던 중 스페인풍의 볼레로 리듬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결과 단 하나의 선율과 리듬 동기가 15분 전후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무후무한 구성으로 라벨의 볼레로가 완성됐다.
작게 울리는 스네어 드럼의 고동처럼 반복되는 리듬 위로 두 개의 선율이 교대로 등장해 변주 없이 반복된다. 플루트로 시작해서 계속 악기가 추가되다 마침내 전체 오케스트라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가 모두 합류하고 강렬한 포르티시모에 도달한 마지막 음절에서 곡은 갑작스럽게 종결된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프랑스 감독 클로드 를루슈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1981)’의 피날레 장면. 무용수 조르주 돈이 볼레로를 추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라벨의 춤곡에 베자르 특유의 미니멀한 구조와 집단 에너지로 만든 안무가 결합하면서 베자르의 볼레로는 1961년 초연 이래 가장 인기있는 현대 무용 중 하나가 됐다. 특히 대중에게 볼레로를 깊이 각인시킨 건 프랑스 거장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1981)’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대서사시. 프랑스·독일·옛 소련·미국 등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이 파리 에펠탑 앞에서 펼쳐지는 자선공연 무대에 모여 볼레로를 공연하는 피날레가 압도적이다.
전설적인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를 역시 전설적인 무용수 조르주 돈이 선보이며 카라얀, 누레예프, 에디트 피아프 등 실존 인물을 연상시키는 굴곡진 모든 인물 서사가 하나로 수렴된다. 영화평론가 정영일(1928-1988)이 “20세기 인류 문화의 정수를 불과 몇분 안 되는 시간에 보여줄 수 있었던 대단한 장면”이라고 극찬한 장면이다.
베자르가 1987년 로잔에서 설립한 BBL은 그의 사후 레퍼토리 보존과 재해석, 그리고 새로운 창작을 병행하는 무용단이다. 고전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대중음악과 철학적 주제의 결합을 과감하게 추진하며 “현대 관객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발레”를 지향한다.
베자르 발레 로잔의 ‘불새’.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01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첫 내한 공연 기록 등이 남아있는 BBL의 이번 방한은 2011년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공연 이후 15년만이다. 4월 23∼26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볼레로’, ‘불새’와 함께 두 편의 아시아 초연작 ‘햄릿’,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를 선보인다.
안무가 발렌티나 투르쿠가 셰익스피어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발레 ‘햄릿’은 인간 내면의 균열과 관계의 폭발, 광기와 열정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비극의 서사를 ‘연기’하기보다 무용수의 신체와 관계의 긴장으로 밀어붙인다.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는 안무가 요스트 브라우너레츠 작품으로 침묵, 부재, 어둠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사라짐’과 ‘남겨짐’의 감각을 쌓아 올리며, 애도의 과정을 시적으로 포착한다.
박성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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