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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4시, 조지아주의 한 오두막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흑인 노예 부부는 오늘 실행에 옮길 행동을 지난 며칠간 수도 없이 몰래 연습했다. 아내 엘렌은 흰 셔츠에 헐렁한 코트를 입고 남성 구두에 발을 집어넣었다. 병약해 보이긴 해도 신분이 존귀한 백인 남성을 연기하기로 한 것. 그녀는 '흑인 노예'였지만 친부의 하얀 얼굴을 물려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남편 윌리엄은 백인 신사로 위장한 아내의 '흑인 노예'로 행동하기로 서로 약조했다.
오두막에서 기차역까지 거리는 1.6㎞였다. 하지만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집에서 빠져나와 기차를 타기까지의 저 짧은 길이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먼 길'이 될 터였다. 발각되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피가 튀고 뼈가 꺾여도 두 사람을 보호해줄 법은 이 나라에 없었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드롬 펴냄, 2만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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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가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우일연으로, 이 책은 한국계 최초의 2024년 퓰리처상 전기(Biography)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한국인 혹은 한국계 작가가 퓰리처상의 언론 부문에서 수상한 적은 몇
릴게임모바일 차례 있지만 퓰리처상의 도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1848년 흑인 노예 부부의 실화 탈출극 논픽션에 미국 사회는 왜 극찬을 쏟아냈을까. 엘렌·윌리엄 부부의 모험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당시 미국 법원에선 '노예 경매'가 합법이었다. 법정 앞에선 모두가 정의를 외쳐도, 같은 건물 지하에선 '공개 노예 경매'가 매달 첫 화
릴게임사이트추천 요일마다 열렸다. 가구, 부동산, 가축 목록 옆에 '인간'이 '매물'로 올라오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렇다. 사람은 '낙찰'되고 '매입'되고 '취득'되는 재산이었다.
엘렌 역시 이복자매의 결혼선물로 '처분'된 재산에 불과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엘렌의 친부가 노예 엘렌의 주인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엘렌의 친부 제임스는 116명의 인간을 자신의 소유물로 둔 지주였고, 그 중 한 명이 엘렌의 어머니 마리아였다. 당시 여자 노예는 주인 재산을 '늘리는' 일을 할 수 있었고, 노예 여자가 낳는 모든 아이는 아버지가 누구든 간에, 심지어 주인이 그 아이의 아비라 할지라도, 연방법에 따라 노예였다.
친부 제임스는 마리아가 10대였던 때부터 밤마다 찾아왔다. 그건 합법화된 '강간'이었다. 마리아는 18세에 엘렌을 출산했고, 엘렌도 제임스의 '재산'이 됐다.
엘렌은 남편 윌리엄과 결국 떠나기로 한다. 기차와 마차를 타고, 또 증기선을 타고 자유의 몸이 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1600㎞ 떨어진 필라델피아였다. 필라델피아는 노예법이 폐지된 자유의 주였고, 이곳에 들어서기만 하면 살 수 있었다. 아내 엘렌은 전 재산을 갖고 '미스터 존슨'으로 위장해 1등석에 앉았고 윌리엄은 '미스터 존슨의 노예' 신분으로 흑인 칸에 앉았다.
열차 출발 전부터 위기는 찾아왔다. 윌리엄을 알고 지냈던 고용주, 엘렌에게 청혼했던 짐꾼과 마주쳤다. 숨이 막히는 탈출극, 최악의 위기는 필라델피아를 95㎞ 앞둔 시점에서 찾아왔다.
두 발이 쇠사슬에 묶인 노예를 형상화한 한 조각상. Gustavo La Rotta Amaya
기차역의 하급 관리가 윌리엄과 엘렌을 막아섰다. 소유권을 증명하기 전까진 누구도 노예를 데리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던 당시 규칙 때문이었다. 증명서 없이 노예를 실어날랐다가 노예가 탈출하면 철도회사가 주인의 손해를 물어내야 했다. 두 사람의 믿음대로 신이 도왔는지, 승객들은 '젊고 아픈 백인 신사'인 미스터 존슨에게 무례하게 구는 하급 관리를 못마땅해 했고 두 사람은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영국 리버풀까지 여정을 이어가면서 흑인 인권 운동가들과 합류해 '인권의 상징'으로 도약한다. 훗날 기록하기로 전 생애에 걸친 그들의 이동경로는 8000㎞에 달했다.
새로 출간된 책의 사회적·비평적 성공, 혹은 세계적인 상의 수상 이면에는 언제나 시대적 맥락이란 무형의 엔진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노예제는 미국 사회에서 '불편한 과거'로 치부된다. 2020년대 미국 보수진영은 노예제와 인종차별 교육을 없애려 들었고, 이 나라의 대통령은 인종·성 관련 내용의 교육을 차단하고 연방보조금을 제한했다. 따라서 퓰리처상 심사위원들은 우리가 쟁취한 자유는 당연한 역사적 귀결이 아니라, 피와 눈물과 비명 위에 건립된 불멸의 가치임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책은 자유가 '확보된 권리'가 아니라 '책임의 감각'임을 일깨운다.
우일연 작가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루고 있다.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국가와 민족에 관한 이야기이자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의 이야기다." 원제 'Master Slave Husband Wife'.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