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부인 펑리위안(왼쪽)이 지난 5일 중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쓰촨성 두장옌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두장옌 유적지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언술(兪彦述, 1703~1773)은 1749년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북경에 다녀온다. 그는 귀국해 자신의 중국 체험을 ‘연경잡지’(燕京雜識)란 이름의 에세이로 정리했다. 체계적인 저술은 아니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짧은 글을 엮은 것이다. 그중에는 다
바다이야기예시 른 연행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생각도 있다. 예컨대 조선과 청의 관계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통찰 같은 것이 실려 있는 것이다.
유언술은 조선과 청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선은 중국에 대해 외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경(燕京) 곧 북경이 중국의 수도가 되고부터는 땅이 바싹 붙어 있어, 실제로는 중국 안에 있
바다이야기게임장 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청에 무슨 변고라도 일어나면, 조선은 결코 편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변방 방어가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정말 작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북경에 무슨 변란이 일어나서, 중국 사람들이 대거 이동하는 일이 있다면, 여진족이 다시 만주로 돌아오게 된다면, 조선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 사
골드몽릴게임 람들은 현재 어떤가? 청나라 사람이라면 겁부터 먹는다. 다시 유언술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예전부터 강하고 용맹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요즘 인심이 본디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데다 쉽게 겁부터 집어먹는다. 병자년(1636)에 패배하고부터는 오랑캐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듣는 순간 모두 떨며 겁을 집어먹고 달아날 생각부터 하
바다이야기게임 고, 감히 맞아 싸울 계책을 내지 않는다. 언젠가 들으니, 병자년에 오랑캐 한 놈이 우리나라 사람 30명을 쫓아가 목을 베어버렸다고 하였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이 두려워 벌벌 떠는 상황을 알 만하지 않은가?”
병자호란 때 여진족에게 된통 당한 뒤로는 오랑캐 소리만 들으면 겁을 먹고 싸울 생각조차 못 하는 상황이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
릴게임몰 지 중국 땅에 와서 직접 보니, 사정이 딴판이다. 청의 군사들이 얼마나 강건하고 용맹한지, 무기가 얼마나 치밀하고 날카로운지를 살펴본 결과, 허실과 정황을 아주 정확하게야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게 조선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갑군’(甲軍)이 곧 청의 정예병인데, 조선의 금군(禁軍)이나 별초군(別抄軍)에 견주어 보면, 그 강건함과 용맹함이 도리어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거기다 활과 화살, 창과 총포(銃砲) 등의 무기도 조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중국 땅에 무슨 변고가 났다는 소문을 듣기만 하면, 조선 사람들은 달아나기에 급급하다. 개탄할 일이 아닌가.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영화 ‘남한산성’(2017)의 한 장면.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언술은 이어 조선의 역졸(驛卒)과 말구종이 중국 사람을 다루는 것을 본 경험을 옮겨 놓는다. 역졸과 말구종은 조선에서 가장 허약하고 미천한 부류인데, 도처에서 거리낌 없이 청나라 사람들을 구타하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누차 중국 땅을 오가면서 청나라 사람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것을 익히 알았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국이라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무서워할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조선 쪽에서는 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유언술의 제안은 이렇다. 해마다 청에 사신을 보낼 때 따로 젊은 무변(武弁) 곧 무인을 골라서 수행 비장(裨將)으로 삼고, 때로는 일찍이 장임(將任, 군대의 대장)을 지낸 명망 있는 무장(武將)을 사신단의 부사(副使)로 임명해 여러 차례 중국에 다녀오게 한다. 그렇게 해서 청의 온갖 허실을 익히 알아낸다면 조선을 지키는 데 유익한 방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청의 군사력에 대한 정보를 치밀하게 알아내 국방의 근거로 삼자는 말이다.
유언술의 생각은 실현되었던 것인가. 아, 그렇지는 않다. 1858년 사은겸동지사(謝恩兼冬至使)의 서장관을 수행해 북경에 갔던 김직연(金直淵)은 ‘연사일록’(燕槎日錄)에서 중국에 대한 조선 사람의 시각을 둘로 요약했다.
“중국을 유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모든 일의 규모가 큰 것과, 예의와 법도가 성대하게 갖추어진 것과, 궁실이 장대하고 아름다운 것과, 인구가 많은 것을 보고 넋을 잃은 듯 찬탄해 마지않는다. 마음과 눈이 어지러워져 말로도 전하지 못하고, 글로도 표현하지 못한다. 너무나 열렬히 흠모한 나머지 과장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국을 오랑캐라면서 오직 경멸하고 비웃는 것을 일삼는 사람도 열명 중 한둘이다.”
중국의 거대하고 화려한 물질문명에 넋을 잃은 나머지 귀국한 뒤 과장해 떠벌리거나, 아니면 말끝마다 ‘오랑캐’란 말을 들먹이며 중국을 깎아내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중국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해 나라를 지키자는 생각을 한 유언술 같은 사람은 예외적 소수였다.
2025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가장 큰 문제는 ‘내란’과 ‘외교’였을 것이다. 내란이야 결국 수습, 극복되고 말겠지만, 외교 문제는 2026년에도 요동칠 것이다. 이에 문득 유언술의 말이 생각나서 옮겨 놓는다. 현명한 독자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란다.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