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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적토마가 등장한 병풍 ‘삼국지연의도 10폭 병풍’. 국립민속박물관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를 기록한 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도’. 국립민속박물관
무사와 권위, 용맹을 상징하는 말을 탄 인형 ‘꼭두’. 국립민속박물관
달려간다. 앞으로 나아간다. 숨 돌릴 틈 없이 달리는 역동성에 가장 잘 어울리
릴게임 는 십이지(十二支) 동물은 무엇일까. 단연 말(馬)이다. 말은 과거에는 이동수단으로 쓰였고, 오늘날에는 추진력과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이다. 붉은색이 지닌 생명력과 말의 도전적인 이미지가 겹쳐 여느 때보다 더욱 힘차게 새해를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민속박
릴게임추천 물관에서는 이 같은 붉은 말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한창이다. 기획전시실2에서 3월2일까지 말띠해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이 열린다.
◆삶의 동반자였던 말=“붉은 말의 해가 주는 색채가 느껴져요. 새해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8일 오후 영하권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
게임몰 물관에는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이와 함께 전시를 관람한 황정아씨(42·서울)는 “전시 제목이 재미있어 자연스레 발길이 닿았다”며 “붉은 말의 해라는 분위기가 전시 전반에서 느껴져 새해 전시로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빠르고 힘이 센 말은 이동이 곧 생존이던 시대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탈것이었다. 그만큼
모바일야마토 말의 건강과 관리도 중요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말을 치료할 때 쓰는 의학서인 ‘마의방·원형집·신각참보힘의마경대전’을 같이 소개한다. 이 책들은 말이 세심하게 돌보고 관리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선 정조의 수원 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도 관람객을 만난다. 의궤 속에는 왕실 행렬을 이루는 수많은 말들의 모습이 세밀하
릴짱 게 담겼다. 말이 국가적 이동과 왕실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군마 ‘레클리스’ 브론즈 조각상 역시 전시장을 채웠다. 6·25 한국전쟁 당시 미 해병대 소속 군마였던 레클리스는 적의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탄약과 무기를 운반했다. 말은 인간이 놓인 생사의 현장에서도 함께해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특별전에 마련된 조랑말 박제.
◆생활 속으로 확장된 말의 쓰임=말의 쓰임은 이동에서 끝나지 않았다. 말털로 만든 전통 붓 ‘마모필’의 제작 과정과 말꼬리털로 만든 줄을 사용하는 현악기 ‘마두금’의 연주 장면, 상투를 틀 때 이마 위에 착용하는 말총 ‘망건’의 제작 과정을 영상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실제 크기의 조랑말 박제가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관람객은 박제를 보며 말의 어느 부분이 다양한 생활·문화용 사물로 만들어졌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말이 지닌 상징적 의미로도 시선을 확장한다. 이 가운데 마패는 공무 수행자가 역마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발급한 증표다. 마패에 그려진 말의 수는 개인의 힘과 권한을 뜻했다.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말을 동원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신분과 국가 권력의 위계를 드러내는 기준이었다. 말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권력을 시각화하는데에도 쓰였음을 알려준다.
서양에서는 말발굽을 보호하는 쇠붙이 ‘편자’를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다. 편자는 가정이나 차량을 장식하는 데에도 요긴했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편자박기’와 프랑스 낭만파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플랑드르의 장제사’를 통해 말발굽에 편자를 박는 장면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심하연 학생(12·서울)은 “사실적이어서 무섭게 느껴졌다”며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두 그림을 꼽았다.
십이지신도(오(午)신). 국립민속박물관
◆사후 세계를 건너는 영험한 말=선조들은 빠른 속도를 가진 말을 사후 세계에서도 탈것으로 인식했다. 조선시대 명부전에 걸렸던 ‘저승사자 중 직부사자도’ 속에서 저승사자는 말을 타고 저승으로 향한다. 사람이 죽은 뒤 가야 할 길 역시 멀고 험하다고 여긴 탓이다. 장례에 쓰는 상여에 장식하는 나무 인형 ‘꼭두’ 또한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망자의 넋을 달래고 편안한 사후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말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존재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함께 건너는 동물이다.
신성한 말은 ‘신’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에 등장하는 십이지신은 동물의 얼굴과 사람의 몸을 가진 수호신이다.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땅의 열두 방위를 지키며 잡귀를 물리친다. 이 가운데 말신인 오신(午神)은 붉은 갑옷을 입고 초록과 주황빛 천을 두른 채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뽐낸다. 불교와 무속 신앙에서 말은 망자를 부처 앞이나 신성한 세계로 안내하는 인도자로 여겨졌다.
전시장에는 백 마리의 말을 그린 ‘백마도’도 걸렸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말들은 다양한 꿈과 희망, 열정을 표현한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달리거나 때로는 멈춰서 인내한다. 말은 언제나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모으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달리다 기세를 가다듬고 다시 힘차게 나아가는 말의 모습 속에서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톺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