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향 기자]
▲ 권예희 작가의 작품
ⓒ 권예희
"저는요,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제일 싫었어요."
지난 4일 오후, 충남 서산의 한 작은 카페에서 만
바다신2다운로드 난 권예희 작가(78)는 이렇게 말하며 조심스레 웃었다. 지금은 전시를 여는 작가가 됐지만, 그녀의 출발점은 미술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미술은 '가장 자신 없는 분야'였다.
"물감 종류도 모르고요, 미술 용어도 지금도 잘 몰라요. 선생님들이 설명해도 잘 못 알아들어요."
그런 그녀가 올해로 세 번째 전시에 나섰다. 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시 제목은 '고양이의 시간'. 오는 2월 28일까지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4길 19 카페바뇨에서 열린다. 전시 작품은 8점이다.
그림으로 다가간 계기
권 작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건 2024년, 만 76세 무렵이다. 동탄에서 서산으로 이사한 뒤, 시니어 일자리로 서해미술관 안 카페에서 일하며 우연히 아카데미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수업을 접했다.
"여기 오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고. 그냥 시니어센터 갔다가 미술관 얘기를 들었어요."
야마토게임연타▲ 78세 고양이 할머니 권예희 작가
ⓒ 최미향
처음부터 그림을 배울 생각은 없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살려 카페 일을 하러
백경게임 갔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의 한마디가 마음을 세게 건드렸다.
"나중에 나이 먹어서 친구도 못 만나고, 밖에도 못 나가면 뭐 할 거냐고 그러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어요."
그날 이후 권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난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았지?'
"그래서 그냥 한 번 해보자 하고 스케치를 신청했어요."
▲ 권예희 작가의 작품
ⓒ 권예희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선생님이 "뭘 그려보라"고 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멈칫하는 날이 더 많았다.
"선생님이 뭘 그리래요. 근데 제가 뭘 그려요? 그 선생님도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빈 종이만 바라보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고양이를 그리게 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저는 원래 고양이도 안 좋아했고, 키운 적도 없어요."
하지만 첫 고양이를 그리고 나니 화면에 여백이 남았다. 그 빈자리를 채우려 고양이 얼굴을 하나씩 더 그리기 시작했다.
"표정 다르게 그리려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손녀한테 '고양이 좀 그려줘' 했더니, 걔는 막 아무 생각 없이 그리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따라 그렸다. 그렇게 하나둘 쌓이다 보니 어느새 '고양이 시리즈'가 됐다.
▲ 권예희 작가의 작품
ⓒ 권예희
고양이 할머니가 되기까지
권 작가는 스스로를 '고양이 할머니'라고 부른다.
"지금은 다른 건 할 줄도 모르고, 고양이만 그려요."
작품 속 고양이들은 반복되는 패턴과 세밀한 선으로 채워져 있다. 장난스러운 표정, 화면을 가득 메우는 무늬가 눈에 띈다. 전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 '모르는 채로 밀고 나간' 방식이 오히려 작업의 개성이 됐다.
"두들아트? 그런 말도 저는 나중에 알았어요. 지금도 잘 몰라요."
그저 눈앞의 그림에 집중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그릴 때는 다른 생각 안 해요. 그냥 열심히 그려요."
하루에 몇 시간씩 몰두하기보다는, 틈이 나면 붓을 들었다. 카페 일을 마치고 돌아와 조금씩 이어갔다.
"짬짬이요. 시간 나면요."
처음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도 권 작가는 손사래부터 쳤다.
"그림도 몇 개 없고 못한다고 했죠."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첫 전시에 참여했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전시까지 이어졌다.
"저는 아직도 제가 작가인지 잘 모르겠어요."
겸손한 말투 속에는 여전히 스스로를 조심스레 두는 마음이 묻어 난다.
"(서해미술관 정태궁) 관장님은 맨날 좋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저는 그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주변 평가는 다르다. "작품이 정말 좋다"는 말을 들으며, 권 작가도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가는 중이다.
나를 붙잡을 무언가를 찾길
권 작가는 자신처럼 늦게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림이 아니어도 돼요. 노래든, 춤이든…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는 거 하나는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젊을 땐 바쁘게 살았다. 가족을 돌보고, 일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냈다. 그러다 이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한다.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와서 이렇게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잠시 붓을 내려놓은 상태다.
"좀 힘들어서요."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포기 대신, 잠깐의 쉼이 담겨 있다.
▲ 권예희 작가 작품
ⓒ 권예희
"계속 그리고 싶어요"
전시 제목 '고양이의 시간'에 대해 묻자, 권 작가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런 거 정하고 하는 걸 잘 몰라요. 옆에서 정해준 거예요."
그럼에도 작가노트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권 작가의 시선이 또렷하게 담겨 있다.
"장난기 가득한 순간부터 고요한 휴식까지, 고양이가 전하는 작은 감정들을 담았습니다. 관람하는 동안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고양이의 시선을 함께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목은 이미 그녀의 삶이 되고 있었다. 고양이를 그리며 흘려보낸 시간, 외로움을 견딘 시간, 자신을 다시 만난 시간.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어요."
78세에 시작한 그림이 인생 후반부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특별한 목표도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히 채웠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 고양이의 눈빛과 촘촘한 무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는 그냥 계속 그리고 싶어요."
권예희 작가의 고양이는 오늘도 조용히 그녀의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
▲ 권예희 작가의 작품
ⓒ 권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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